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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저 이전 부실감사 의혹 “근거 부족”
도이치모터스 수사 적절성 등 “의문”
윤석열 측 ‘줄탄핵’ 논리 재차 주장
실제론 “탄핵소추 목적은 헌법 수호”
사실상 윤 측 방어 논리 무너진 셈
이창수 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 및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심판이 열린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심판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권도현 기자


헌법재판소가 13일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를 전원일치로 기각한 것은 국회 측이 탄핵소추 사유로 제시한 대부분 행위가 위법이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다. 다만 헌재는 “국회의 탄핵소추 행위 자체가 부적법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여당의 주장대로 ‘탄핵 남발’은 아니었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야당의 줄탄핵으로 인한 국정 마비’라는 윤 대통령 측의 12·3 비상계엄 선포 이유와 파면 방어 논리에 대해 헌재가 이 사건을 통해 먼저 판단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헌재, 감사원장 ‘표적·부실감사’ 의혹 대부분 불인정…“파면 사유 없어”

이날 헌재는 최 원장 탄핵 사건 결정에서 국회 측이 명시한 파면 사유가 대부분 “위법하지 않다”고 봤다.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표적감사 의혹에 대해선 “권익위 행정사무에 관한 감찰도 있었기 때문에 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감사로 보기 어렵다”고 했고, ‘대통령실 관저 이전’ 부실감사 의혹에 대해서도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최 원장이 감사원의 전자문서 시스템을 변경해 주심위원의 열람 없이도 감사보고서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한 점, 국회의 현장검증 당시 감사위원회 회의록 열람을 거부한 점 등에 대해서만 위법성을 인정했다.

정정미·정계선·이미선 재판관은 최 원장이 ‘국무총리에게 공익감사청구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으로 훈령을 개정한 것도 위법하다는 별개 의견을 남겼다. 이들 재판관은 “행정부가 감사원의 독립적인 업무에 간섭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고 감사원을 동원해 정치적 목적의 감사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재판관 다수는 이 역시 파면 사유는 아니라고 봤다.

“검찰, 도이치 수사 적절히 했는지 의문”이라면서도 “위법은 없다”

헌재는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탄핵소추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의 파면 사유에 대해서도 모두 위법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김 여사가 검찰에 직접 출석해 조사받지 않은 것과 관련해선 “현직 대통령 배우자를 소환조사하는 데는 경호상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전례에 비춰볼 때 대통령 경호처 부속 청사에서 조사한 것은 부당하게 편의를 제공한 것은 아니다”라고 봤다. 수사심의위원회의 의견을 듣지 않은 부분도 “수사심의위를 통한 의견 청취는 임의적인 절차고, 수사심의위 소집 여부는 검찰총장의 재량사항”이라며 “이들 검사 3인은 수사심의위 소집 권한이 없기 때문에 재량을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 했다.

헌재는 김 여사 이름으로 된 증권계좌가 활용된 점이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후에도 추가 증거 확보 시도가 없었던 점에 대해선 “문자나 메신저 내용 등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적절히 수사를 했거나 수사를 지휘·감독했는지 다소 의문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이 추가 수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지 판단하기 위해 서울고검에 송부촉탁 신청을 했지만 자료를 받지 못해 “재량 남용으로 단정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국회 탄핵 남용 아니다” 못 박은 헌재…윤석열 논리 깨지나

헌재가 이들 탄핵 사건을 모두 기각하자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비상계엄의 원인이 됐던 탄핵 사건들이 기각되고 있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정당성이 점점 증명되고 있는 것”이라며 “대통령 탄핵도 신속히 기각돼야 마땅하다”고 했다. 여당도 “민주당의 탄핵 남발에 헌재가 철퇴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재 결정을 뜯어보면 실제 판단은 이들의 주장과 달랐다. 이날 헌재는 “국회 탄핵소추의 주요 목적은 법적 책임을 추궁하고 비슷한 위반 행위를 예방해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설령 부수적으로 정치적 목적이 내포돼 있다고 하더라도 탄핵소추권 남용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이 같은 헌재의 입장이 윤 대통령 탄핵 사건 결정에도 적용되리라 전망하는 시각이 많다.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 변론 내내 ‘거대 야당의 줄탄핵’을 자신의 계엄 선포 이유로 꼽았다. 이런 상황이 “헌정질서 붕괴로 이어졌다”는 주장도 이어왔다.

방승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탄핵을 너무 많이 한 부분이 비난을 받을 수는 있지만, 그 자체로 헌정질서를 파괴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헌재가 결정문에 이런 내용을 담은 건 야당이 탄핵을 남발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주장이 반복되고 있는 점을 염두에 둔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윤 대통령 사건과 직접적 연관성은 없지만 ‘줄탄핵’ 관련 주장이 계속 나오는 만큼 헌재가 논란을 한 번 털고 가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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