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연구원, 인공근육 바이오닉 슈트 개발
형상기억합금 수축으로 보조 근력 발생
내년부터 아웃도어 가격으로 상용화 목표
“열여덟, 열아홉…” 기자가 20㎏이 넘는 운동기구 케틀벨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했지만, 허리에 아무런 부담이 없었다. 단지 옷 하나 더 입었을 뿐인데 갑자기 슈퍼맨이 된 것만 같았다. 그 옷을 벗자 원래 모습으로 돌아갔다. 가뿐했던 기구 무게가 갑자기 2배는 무겁게 느껴지고 허리가 아팠다.
한국기계연구원이 일반인을 슈퍼맨으로 만드는 옷인 ‘바이오닉 슈트’를 개발했다. 착용자의 근력을 보조해 반복적인 노동이나 무거운 물건을 드는 작업에서 신체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 지난 11일, 대전 한국기계연구원 연구실에서 바이오닉 슈트를 입고 효능을 직접 확인했다.
바이오닉 슈트 개발자인 박철훈 책임연구원은 이날 “연구의 출발점은 일상의 작은 불편함이었다”고 말했다. “매주 쓰레기 분리수거를 할 때마다 팔과 허리가 아팠어요. 나야 1주일에 한 번이지만 늘 무거운 물건을 옮기는 근로자들이나 노약자는 더 큰 어려움을 겪을 텐데, 그런 분들을 돕는 옷을 만들고 싶었어요.”
박철훈 책임연구원은 2012년부터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의 인공근육 연구를 시작했다. 형상기억합금과 스프링을 활용해 로봇 팔을 움직이는 실험을 진행했지만, 산업용 휴머노이드의 발전 속도는 더뎠다. 그는 노약자의 근력 보조와 산업 근로자의 근골격계 질환 예방이 더 시급한 문제라고 판단해 바이오닉 슈트 연구를 시작했다.
바이오닉 슈트의 핵심은 형상기억합금 와이어로 만든 인공 근육 직물이다. 형상기억합금은 일정 온도 이상이 되면 원래 형태로 돌아가려는 성질이 있다. 이를 활용해 머리카락 4분의 1 수준인 25~40㎛(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분의 1m)인 와이어를 코일 형태의 스프링으로 가공한 후 직물로 짜면, 인간의 근육처럼 작동할 수 있다.
박 책임연구원은 “형상기억합금은 온도를 가하면 2~5% 정도 수축하지만, 인간의 근육은 40%까지 수축해야 한다”며 “형상기억합금을 스프링 구조로 만들어 수축량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인공 근육에 전극을 연결하고 전류를 흘리면 온도가 올라가 수축한다. 이 힘을 이용해 착용자의 근력을 돕는 것이다.
바이오닉 슈트는 웨어러블(wearable·착용형) 로봇의 하나이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곤충처럼 단단한 뼈대가 겉으로 나온 외골격형으로, 강한 힘을 내기 위해 대형 모터나 유압 장치를 사용했다. 금속으로 만든 외골격 로봇은 무거워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기 어렵다. 바이오닉 슈트는 일반 옷처럼 입을 수 있다.
그는 “기존 외골격형 로봇은 마치 지게차를 몸에 두르는 것 같은 개념”이라며 “사람들이 원하는 건 ‘슈퍼 파워’가 아니라, 단순히 몸을 지탱하고 반복적인 작업에서 도움을 받는 것”이라고 했다. 박 책임연구원은 “바이오닉 슈트는 가볍고, 쉽게 입을 수 있으며 소리가 나지 않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가격도 바이오닉 슈트의 장점이다. 공항에서 수하물을 옮기는 데 쓰는 외골격형 웨어러블 로봇은 1년 임대료만 1억 4000만원에 달한다. 기계연구원 연구진은 바이오닉 슈트를 수십만원대의 아웃도어 의류 수준으로 가격을 낮추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바이오닉 슈트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의도 인식’ 기술이다. 사용자의 움직임을 정확히 파악해 구동기로 전달해야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연구진은 스위치형, 음성인식형, 센서형 등 다양한 방식을 개발했다.
특히, 상상만으로 힘이 전달되는 ‘센서형 어깨 보조 슈트’도 직접 체험해 봤다. 처음 착용할 때는 도움을 받았지만, 익숙해지면 1분도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간편하게 입을 수 있는 점퍼 형태의 장치였다. 물체를 들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힘이 실리며 물병이 자연스럽게 들렸다. ‘정말 내가 힘을 준 게 맞나’ 싶을 정도로 가벼웠고, 오히려 내려놓을 때 더 무겁게 느껴질 정도였다.
한국기계연구원은 2024년 바이오닉 슈트를 ‘최우수 연구상’으로 선정했다. 이미 서울대병원과 협력해 바지 형태 슈트와 어깨 보조 슈트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 중이다. 지난해부터 2027년까지 연구비 140억원도 지원받는다.
LIG넥스원을 비롯해 기업 5곳과 한국화학연구원, 생산기술연구원, 섬유개발연구원도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박 책임연구원은 “이르면 내년부터 제품을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기술을 간절히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하루빨리 상용화해서 꼭 필요한 분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형상기억합금 수축으로 보조 근력 발생
내년부터 아웃도어 가격으로 상용화 목표
기자가 직접 허리를 보조하는 바이오닉 슈트를 입었을 때(왼쪽)와 평상시(오른쪽) 20㎏ 캐틀벨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하는 모습. 각각 20회와 14회를 수행했다./한국기계연구원
“열여덟, 열아홉…” 기자가 20㎏이 넘는 운동기구 케틀벨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했지만, 허리에 아무런 부담이 없었다. 단지 옷 하나 더 입었을 뿐인데 갑자기 슈퍼맨이 된 것만 같았다. 그 옷을 벗자 원래 모습으로 돌아갔다. 가뿐했던 기구 무게가 갑자기 2배는 무겁게 느껴지고 허리가 아팠다.
한국기계연구원이 일반인을 슈퍼맨으로 만드는 옷인 ‘바이오닉 슈트’를 개발했다. 착용자의 근력을 보조해 반복적인 노동이나 무거운 물건을 드는 작업에서 신체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 지난 11일, 대전 한국기계연구원 연구실에서 바이오닉 슈트를 입고 효능을 직접 확인했다.
바이오닉 슈트 개발자인 박철훈 책임연구원은 이날 “연구의 출발점은 일상의 작은 불편함이었다”고 말했다. “매주 쓰레기 분리수거를 할 때마다 팔과 허리가 아팠어요. 나야 1주일에 한 번이지만 늘 무거운 물건을 옮기는 근로자들이나 노약자는 더 큰 어려움을 겪을 텐데, 그런 분들을 돕는 옷을 만들고 싶었어요.”
바이오닉 슈트를 개발한 박철훈 기계연 책임연구원./한국기계연구원
박철훈 책임연구원은 2012년부터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의 인공근육 연구를 시작했다. 형상기억합금과 스프링을 활용해 로봇 팔을 움직이는 실험을 진행했지만, 산업용 휴머노이드의 발전 속도는 더뎠다. 그는 노약자의 근력 보조와 산업 근로자의 근골격계 질환 예방이 더 시급한 문제라고 판단해 바이오닉 슈트 연구를 시작했다.
바이오닉 슈트의 핵심은 형상기억합금 와이어로 만든 인공 근육 직물이다. 형상기억합금은 일정 온도 이상이 되면 원래 형태로 돌아가려는 성질이 있다. 이를 활용해 머리카락 4분의 1 수준인 25~40㎛(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분의 1m)인 와이어를 코일 형태의 스프링으로 가공한 후 직물로 짜면, 인간의 근육처럼 작동할 수 있다.
박 책임연구원은 “형상기억합금은 온도를 가하면 2~5% 정도 수축하지만, 인간의 근육은 40%까지 수축해야 한다”며 “형상기억합금을 스프링 구조로 만들어 수축량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인공 근육에 전극을 연결하고 전류를 흘리면 온도가 올라가 수축한다. 이 힘을 이용해 착용자의 근력을 돕는 것이다.
바이오닉 슈트는 웨어러블(wearable·착용형) 로봇의 하나이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곤충처럼 단단한 뼈대가 겉으로 나온 외골격형으로, 강한 힘을 내기 위해 대형 모터나 유압 장치를 사용했다. 금속으로 만든 외골격 로봇은 무거워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기 어렵다. 바이오닉 슈트는 일반 옷처럼 입을 수 있다.
그는 “기존 외골격형 로봇은 마치 지게차를 몸에 두르는 것 같은 개념”이라며 “사람들이 원하는 건 ‘슈퍼 파워’가 아니라, 단순히 몸을 지탱하고 반복적인 작업에서 도움을 받는 것”이라고 했다. 박 책임연구원은 “바이오닉 슈트는 가볍고, 쉽게 입을 수 있으며 소리가 나지 않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가격도 바이오닉 슈트의 장점이다. 공항에서 수하물을 옮기는 데 쓰는 외골격형 웨어러블 로봇은 1년 임대료만 1억 4000만원에 달한다. 기계연구원 연구진은 바이오닉 슈트를 수십만원대의 아웃도어 의류 수준으로 가격을 낮추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바이오닉 슈트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의도 인식’ 기술이다. 사용자의 움직임을 정확히 파악해 구동기로 전달해야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연구진은 스위치형, 음성인식형, 센서형 등 다양한 방식을 개발했다.
특히, 상상만으로 힘이 전달되는 ‘센서형 어깨 보조 슈트’도 직접 체험해 봤다. 처음 착용할 때는 도움을 받았지만, 익숙해지면 1분도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간편하게 입을 수 있는 점퍼 형태의 장치였다. 물체를 들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힘이 실리며 물병이 자연스럽게 들렸다. ‘정말 내가 힘을 준 게 맞나’ 싶을 정도로 가벼웠고, 오히려 내려놓을 때 더 무겁게 느껴질 정도였다.
한국기계연구원은 2024년 바이오닉 슈트를 ‘최우수 연구상’으로 선정했다. 이미 서울대병원과 협력해 바지 형태 슈트와 어깨 보조 슈트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 중이다. 지난해부터 2027년까지 연구비 140억원도 지원받는다.
LIG넥스원을 비롯해 기업 5곳과 한국화학연구원, 생산기술연구원, 섬유개발연구원도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박 책임연구원은 “이르면 내년부터 제품을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기술을 간절히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하루빨리 상용화해서 꼭 필요한 분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