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사교육 저연령화 심각…4세·7세 고시가 초등의대반으로 꼬리에 꼬리 물고 성장
당국, 공교육 질 향상·학원 단속 병행…"조기 사교육 잡기 역부족" 지적


대치동 학원가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고상민 기자 = 13일 발표된 '2024년 유아 사교육비 시험조사'는 날로 커지는 영유아 사교육 시장의 실태가 정부에 의해 처음으로 공개됐다는 점에서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정부는 2017년 유아 사교육비 시험조사를 처음 시행한 바 있으나 공개하지 않았고, 이번에도 본조사까지 마치고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저연령화되는 사교육 시장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자 공개를 결정했다.

교육 당국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른바 '영어유치원'으로 불리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 등 영유아 학원의 운영 실태와 비용 적정성 단속에 나섰지만, '4세 고시', '7세 고시' 등 영유아 사교육 시장 과열을 식히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도 나온다.

사교육 학원
[연합뉴스TV 제공]


유아 사교육 조사 첫 공개…'4세 고시' 유아 영어학원 月 154만원
의대에 가려면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최근 학부모와 학원가에선 '4세 고시'·'7세 고시'란 말이 유행한다.

4세 고시는 '세는 나이'로 5세를 대상으로 한 유아 영어학원(영어유치원)에 들어가기 위한 레벨테스트, 7세 고시는 초등학교 입학 전 유명 초등 수학·영어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치르는 시험을 이르는 말이다.

4·7세 고시는 이후 '초등의대반', '영재입시반'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사교육 시장은 서로 꼬리를 물면서 점차 저연령화되는 추세다. 소수이지만, 두돌이 지난 영아가 다닐 수 있는 4세 반을 운영하는 영어학원도 있다.

하지만 초·중·고교 사교육비 실태 조사가 매년 이뤄지는 것과 달리, 영유아 사교육비는 그간 '통계 사각지대'에 있었다.

교육부와 통계청은 2017년 첫 시험조사를 시행했지만, 당시엔 시험조사라는 이유로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고 본조사로 이어지지도 못했다.

그렇기에 이번 조사는 7년 만에 이뤄진 유아 사교육비 실태조사이자 처음 공개되는 통계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6세 미만 취학 전 영유아 가구 부모 1만3천241명을 대상으로 작년 7∼9월 시행된 조사 결과 가정양육 유아 17%가 '3시간 이상'(반일제) 학원에 참여하고, 참여 유아 기준 월평균 비용은 145만4천원으로 집계됐다.

흔히 영어유치원으로 불리는 유아 영어학원 월평균 비용은 154만5천원이었다.

다만 비교할 만한 이전 통계가 없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얼마나 늘어난 것인지는 파악하기 어렵다. 또 이번 조사엔 지역별 통계가 없지만 서울, 특히 강남권의 사교육 비용과 참여율은 평균을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소득에 따른 사교육 격차는 여실히 드러났다.

월평균 소득이 800만원 이상인 가구의 유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2만2천원으로, 소득 300만원 미만 가구 4만8천원의 6.7배에 달했다. 학원 참여율 역시 소득 800만원 이상 62.4%, 소득 300만원 미만 29.5%로 두배 넘게 차이가 났다.

대치동 학원가에 있는 학생
[연합뉴스TV 제공]


올해도 유아 대상 학원 지도·단속하지만…조기 사교육 줄일 수 있나
교육 당국은 조기 사교육을 완화하기 위해 공교육의 질 향상과 동시에 위법행위가 있는 학원 단속이라는 두 가지 방향으로 대응한다.

교육부는 브리핑에서 "영어 사교육 수요가 커지고 있어 (그 대응으로) 작년에 3∼4세 영어 프로그램을 개발해 올해 어린이집·유치원에 전면 배부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유아 영어학원에 대해선 2023년 전수조사했고, 작년 하반기 특별단속·점검을 통해 처분했다"며 "올해도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교습비 단가 등을 지도·단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순히 교습비 단가나 학원명에 '유치원'을 쓰는지 여부를 조사하는 식의 지도·단속 정도로는 과열되는 영유아 사교육 시장을 잡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영유아 사교육은 초·중·고교 사교육으로 연결되는 만큼 결국 영유아 사교육이 커지면 중·고교생 사교육 또한 계속해서 불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에 학교급을 뛰어넘는 교육과정을 익히도록 부추기는 선행 사교육 경쟁 열풍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며 "최소한의 법적 울타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유아 사교육 저연령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시험조사 결과 공개도 공감대 형성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교육을 흡수하고 교육의 질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상향 평준화된 유보통합(유치원·보육서비스 통합)을 추진하겠다"며 "학부모 인식이 개선되도록 콘텐츠를 만들고 시도교육청과도 협업해 홍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추가적인 유아 사교육 대책과 관련해선 "내년 본조사가 이뤄지고 나서 그 결과를 보고 깊게 연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5352 인도네시아 세람섬서 규모 6.0 지진 랭크뉴스 2025.03.18
45351 '내란혐의' 김용현 첫 재판…'대통령 윤석열' 호칭에 신경전(종합) 랭크뉴스 2025.03.18
45350 RBC, 美증시 연말 목표치 6,600→6,200…월가서 세번째 하향조정 랭크뉴스 2025.03.18
45349 美직원, 원자로 설계 韓 유출하려다 해고…민감국가 새국면 랭크뉴스 2025.03.18
45348 "남편과 자식들 죽이겠다"…'코드 제로' 발령시킨 80대 할머니 랭크뉴스 2025.03.18
45347 한국, 2년 연속 '독재화' 평가…'자유 민주주의' 국가서 추락 랭크뉴스 2025.03.18
45346 "새엄마가 20년간 감금"…'31kg' 30대 아들이 탈출한 방법 랭크뉴스 2025.03.18
45345 김새론 사진 올리자 “법적문제”…김수현 ‘2차 내용증명’ 보니 랭크뉴스 2025.03.18
45344 美백악관 "4월2일 상호관세 발표 시까지 일부 불확실성 있을 것" 랭크뉴스 2025.03.18
45343 아들 잠들어서 잠시 외출했는데…4세 아이 日 호텔에서 추락해 사망 랭크뉴스 2025.03.18
45342 국민연금 “MBK의 적대적 M&A 투자에는 참여 안 한다” 랭크뉴스 2025.03.18
45341 OECD, 한국 성장률 전망 1.5%로 하향…‘관세 폭풍’에 0.6%p↓ 랭크뉴스 2025.03.18
45340 “인용” “기각” 판치는 지라시… 前 재판관 “말 안되는 얘기들” 랭크뉴스 2025.03.18
45339 외국인·기관 ‘쌍끌이’ 코스피 2600선 회복…방산주 일제히 급등 랭크뉴스 2025.03.18
45338 유방암 치료 후 손·팔이 퉁퉁… 이런 환자들 림프 부종 ‘고위험군’ 랭크뉴스 2025.03.18
45337 “5억 차익 노려볼까”… 광교 아파트 청약 2가구에 36만명 몰려 랭크뉴스 2025.03.18
45336 "현장 알리려고"·"최루탄 쏜 줄 알고"‥폭도들의 '형량 낮추기' 랭크뉴스 2025.03.18
45335 무기력 美민주, 예산안 싸움 패배 뒤 내홍…지도부 세대교체론도 랭크뉴스 2025.03.18
45334 "JMS 성폭행 조작됐다"…재판 넘겨진 50대 유튜버 알고 보니 랭크뉴스 2025.03.18
45333 '중국산' 김치로 끓여놓고 "국산 김치찌개 팔아요"…수억원 챙긴 업주의 최후 랭크뉴스 2025.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