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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13일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의 탄핵안을 재판관 8대0 전원일치로 모두 기각했다. 지난해 12월 5일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탄핵소추로 빚어진 감사원과 중앙지검 수장 공백 사태도 98일 만에 종료됐다. 이로써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들어 통과시킨 탄핵안 13건 중 결론이 나온 8건 모두 줄기각됐다. 대통령실은 “헌재가 탄핵 남발에 경종을 울렸다”고 했다.

최재해 감사원장이 13일 오전 헌법재판소로부터 탄핵소추 기각 판정을 받은 뒤 서울 종로구 감사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최재해 탄핵 기각…“파면 정당화 사유 없다”
헌재는 최 감사원장 탄핵 사건엔 “피청구인(최 원장)의 파면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이 지검장 등 검사 3인 탄핵 사건엔 “탄핵사유인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 해당하지 않아 탄핵심판청구의 이유가 없다”며 전부 기각했다.

헌정사 최초 감사원장 탄핵심판인 최 원장 사건은 ▶대통령 관저 이전 부실 감사 등 직무 위반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표적 감사 ▶감사원 독립성 훼손 등이 소추 사유였다. 이에 대해 최 원장은 “탄핵소추 사유는 사실과 다르거나 일방적이고 왜곡된 주장을 담고 있어 수긍하기 어렵다”(지난달 12일 최후 진술)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소추 사유 모두 탄핵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 국회 측은 관저 이전 공사업체 선정 관련 감사가 없었으므로 부실 감사라고 했지만, 재판부는 “감사원은 대통령실·관저 이전 결정 과정에서 관련 법령이 정한 절차를 준수했는지 여부에 관한 감사를 실시했고 부실 감사라고 볼 만한 다른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재해 감사원장 및 이창수 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기일이 열린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헌법재판관들이 자리에 앉고 있다. 김경록 기자
또 전현희 전 위원장을 표적 감사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다수의 제보를 근거로 실시한 감사로, 위원장 개인뿐 아니라 권익위 행정사무에 관한 감찰도 포함돼 있어 위원장 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감사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최 원장이 2022년 국정감사에서 “감사원이 대통령 국정 운영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한 발언 역시 “감사를 편향적으로 시행한다는 의미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밖에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이태원 참사,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등과 관련한 감사 과정에서 위법 행위를 했다는 국회 측 주장도 모두 인정되지 않았다. 다만 이미선·정정미·정계선 재판관은 “국무총리에게 공익감사청구권을 부여하는 훈령 개정 과정에서 최 원장이 헌법 및 감사원법을 어긴 것은 맞지만 파면에 이를 정도로 중대하지는 않다”는 별개 의견을 남겼다.



검사 3명 탄핵 기각…“김 여사 불기소, 수사 재량 남용 아니다”
이 지검장을 비롯해 중앙지검 조상원 4차장검사, 최재훈 반부패2부장검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를 충분한 조사 없이 불기소 처분 ▶국회와 언론 브리핑에서 허위 사실 발표 등 사유로 소추됐다. 이 지검장은 “탄핵소추는 결국 사건 처분에 대한 불복이고 정치적 목적”(지난달 25일 최후진술)이라고 반박했다.

헌재는 김 여사 명의 증권계좌가 주가조작 사건에 활용된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검찰이 부실 수사했다는 주장에 대해 “증거 수집을 위한 적절한 지휘·감독이 있었는지 다소 의문이 있다”면서도 “수사 시작 뒤 3~4년 지나고 상당 기간 지난 뒤 이 지검장 등이 수사에 관여했고, 추가 수사 필요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재량권 남용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왼쪽부터), 조상원 중앙지검 4차장, 최재훈 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장이 지난달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검사 3인에 대한 탄핵심판 1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검찰이 지난해 7월 김 여사를 중앙지검 청사가 아닌 대통령경호처 부속 청사에서 조사한 점에 대해선 “현직 대통령의 배우자를 소환해 조사하는 데에는 경호상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전례에 비춰볼 때 대통령경호처 부속 청사에서 조사한 것이 부당하게 편의를 제공한 것은 아니므로 수사 재량을 남용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 전 수사심의위원회를 열지 않은 점은 “수사심의위 소집은 지방검찰청 검사장의 재량사항이며 소집 여부는 검찰총장의 재량”이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언론 브리핑 등에서 허위발언했다는 점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발언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법조계 “애초 기각 날 결정”…국회, 변론 내내 부실 준비
법조계에선 당초 4명 모두 탄핵안이 기각될 것이라고 예측해왔다. 헌재도 변론을 최 원장은 한 번(2월 12일), 검사 3명은 두 번(2월 17·24일) 만에 종결했다. “진즉에 기각 결론을 내서 즉각적인 직무 복귀를 시켜줘야 했던 사건”(법조계 관계자)이란 평가가 많았다.

탄핵을 소추한 국회 측은 변론 과정도 부실했다. 최 원장 사건은 국회가 신청한 증인조차 최 원장에게 유리한 증언을 했고, 검사 탄핵심판은 지난해 12월 18일 열린 1차 변론준비기일에 대리인도 선임하지 않고 불출석해 3분 만에 종결됐다. 아울러 두 사건 모두 재판 과정에서 김형두 재판관으로부터 “소추 사유가 분명하지 않다”는 취지의 질책을 듣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국회 부실 탄핵으로 감사원과 중앙지검은 98일간 수장 공백 사태란 피해만 보게 됐다. 이 기간 감사원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의 권한쟁의심판에서 “감사원의 선관위 감사는 위헌”이란 결과를 받았고, 중앙지검은 내란 수사라는 중차대한 사건을 지검장 없이 진행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관련 검찰의 즉시항고를 촉구하기 위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항의방문해 발언과 피켓팅을 하고 있다. 뉴스1



13명 탄핵한 민주당, 8명 연속 기각…대통령실 “탄핵남발 경종”
헌재의 8연속 탄핵 기각으로 민주당의 탄핵소추 남용 논란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들어 29명의 탄핵안을 발의해 13명을 탄핵소추했는데 8명이 연속 기각 결정을 받았다. 아직 결론을 기다리는 남은 5명은 윤석열 대통령, 한덕수 국무총리, 박성재 법무부 장관, 조지호 경찰청장, 손준성 검사다.

2023년 2월 8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시작으로 지난해 12월 27일 한 총리까지 윤석열 정부에서 국회가 탄핵안을 통과시킨 13명은 직전 문재인 정부까지 헌정사 통틀어 3명의 4배가 넘는다. 윤 대통령은 12·3 계엄 선포 배경 중 하나로 “야당의 줄탄핵으로 인한 국정 마비”를 꼽았고 탄핵심판 최종 변론에서 “문명국가에서 볼 수 없는 악의적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이날도 “헌재는 탄핵 사유조차 불분명한 무리한 탄핵소추 4건을 모두 기각하여 야당의 탄핵 남발에 경종을 울렸다”고 비판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민주당이 국회의 탄핵소추 권한을 오·남용을 함으로써 국가기관 업무수행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했다”며 “소추되더라도 경우에 따라 피청구인이 즉시 업무 배제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거나, 소추안 오·남용이 인정되는 경우 발의 및 찬성 표결한 의원에게 책임을 물리는 방안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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