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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포커스]


포스코 광양제철소 창고에 놓인 열연강판. 사진=한국경제신문


국내 철강업계가 삼중고에 휘청거리고 있다. 전방산업의 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중국산 철강의 저가 공세, 노조 파업,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까지 겹친 영향이다.

현대제철 순천공장도 멈췄다…냉연 생산 차질


국내 2위 철강사 현대제철은 노사 갈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성과금 규모를 두고 당진공장 파업과 직장폐쇄가 이어지는 와중에 최근 순천공장도 부분 파업에 들어갔다.

현대제철 노조는 지난 3월 6~7일 순천공장 1CGL(용융 아연도금 라인), 2CGL, 3CGL 설비에서 하루 8시간씩 부분 파업했다. 현대제철 순천공장은 냉연강판을 주로 생산하는 공장으로 생산 규모는 200만 톤이다. 냉연강판은 주로 자동차와 가전제품, 산업용 기계 및 장비 등에 쓰이는 산업 필수재다.

현대제철 노사는 지난해 9월부터 임단협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지만 기본급 인상안과 성과급 등과 관련해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노사 갈등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현대차 수준은 받아야 한다”며 2023년 성과에 기반해 1인당 4000만원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실적은 전년 대비 50%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7983억원을 달성했다.

이에 사측은 450%+1000만원으로 1인당 성과급 2650만원 수준을 제안했다.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은 지난 2월 25일 담화문을 내고 노조의 파업 철회를 촉구했다.

서 사장은 “최근 몇 년간 철강산업은 전례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고 회사 실적은 심각한 수준으로 하락했지만 회사는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최대한의 성과금을 제시했다”며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매출 감소와 직결되며 이는 결국 회사의 재정적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대제철은 3월 11일 직장폐쇄를 해제했지만, 냉연 생산을 담당하는 당진·순천공장이 직장폐쇄와 부분 파업으로 정상 가동하지 못하면서 냉연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현대제철의 전체 냉연의 70%가 당진공장에서 생산된다. 나머지 30%는 순천공장에서 생산된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의 생산을 일부 담당하는 자회사인 현대ITC 노조도 13∼15일 32시간 동안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현대ITC 노조는 최근까지 이어온 지난해 임단협에서 사측이 제시한 경영성과급 등이 현대제철에 비해 낮다는 이유 등으로 파업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사측은 기본급 400%와 경영성과급 700만원을 합한 1860만원을 제시했다.

금속노조 현대제철 비정규직 4개 지회(당진·순천·순천단조·울산) 조합원들이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총파업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불황에 관세 폭탄까지…구조조정 칼바람


철강업계는 저수익 사업 정리와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철강과 2차전지 등 그룹 양대 사업부문이 부진한 포스코그룹은 전사적인 사업 구조조정 및 경영효율화를 진행 중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7월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을 폐쇄한데 이어 11월 1선재공장을 폐쇄했다. 포스코가 중국 CNGR과 합작해서 세운 니켈 정제법인인 포스코씨앤지알니켈솔루션은 해산하기로 했다.

포스코퓨처엠과 OCI가 합작해 세운 피앤오케미칼, 화유코발트와 추진 중이던 합작법인 투자도 중단하기로 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올해 상반기 내 구미 양극재 공장 매각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장쑤성 장가항포항불수강 제철소 매각도 검토 중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최근 수익성이 악화한 우즈베크 면방사업 매각을 추진 중이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저수익 사업과 비핵심자산 구조개편 프로젝트 125개 중 45개를 완료해 현금 6625억원을 창출했다. 올해까지 61개 프로젝트를 추가로 마쳐 총 106개 프로젝트에서 누적 현금 2조1000억원을 확보해 자산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성장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3월 14일까지 포항공장 기술직 1200명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당초 현대제철은 가동률이 떨어진 포항 2공장을 완전히 가동 중단하기로 결정했지만 노조의 반발과 노사 협의 끝에 기존 4조2교대에서 2조2교대로 전환하는 등 축소 운영으로 선회한 바 있다.

포항 2공장에서는 주로 건설 현장에 투입되는 형강 제품을 생산했다. 중국산 철강재 저가 공습과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철강 수요 감소, 트럼프 2기 관세 부과 등 복합적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현대제철 후판. 사진=한국경제신문

中 후판에 반덤핑 관세, K철강·조선 엇갈린 희비


최근 정부가 중국산 철강 후판에 대해 최대 38% 덤핑 방지 관세를 부과하기로 잠정 결정하면서 하반기 후판가격 협상을 남겨둔 철강업계와 조선업계의 희비가 갈리고 있다.

두께 6mm 이상으로 두꺼운 철판인 후판은 국내 유통량의 절반 이상이 선박 제조용으로 쓰이고 나머지는 교량과 플랜트 등 건설 자재로 주로 쓰인다.

국내에서는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사가 후판을 생산한다. 철강사들의 전체 철강제품 생산에서 후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10~15% 안팎으로 알려졌다. 국내 1위 철강사인 포스코의 경우 2023년 기준 해외 공장을 포함해 총 660만 톤의 후판을 생산했으며 2024년 3분기까지 485만 톤을 생산했다.

업계 2위 현대제철의 후판 생산량은 연 200만 톤 규모다. 동국제강은 전체 매출 약 4조원 가운데 4000억원가량이 후판에서 나온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후판 수요는 780만 톤으로 이 중 중국산 후판 수입 물량이 16.6%(약 130만 톤)에 달했다.

중국산 후판 가격이 국산보다 30~40%가량 저렴하다. 중국산 저가 후판 공급과잉으로 시장이 교란되고 국산 후판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치킨게임이 벌어지면서 국내 철강사들은 수익성 악화에 신음하고 있었다.

이번에 정부가 중국산 후판에 잠정 반덤핑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자 철강사들은 일단 한시름 놓은 분위기다. 비정상적인 가격이 정상화되면 조선사들과의 후판 가격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어서다.

조선사들의 입장은 다르다. 선박 1척당 건조 비용의 20~30%를 차지하는 후판 가격은 조선사들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톤당 90만원 내외인 후판 가격이 10만원 내려가면 약 4000억원의 원가절감 효과가 있다.

조선업계에서는 후판 가격이 인상되면 원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 실적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후판 가격 인상이 선박 건조 비용 증가 및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선박 가격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철강사들은 원재료 가격 상승과 전기료 인상 등으로 반드시 후판 가격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철강사와 조선사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지난해 7월 시작된 후판 가격 협상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원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중국산 후판을 국산과 함께 사용해왔다. 국내 대형 조선사들의 중국산 후판 사용량은 전체의 20% 수준으로 파악된다.

현재 한국산 후판 가격은 톤당 90만원, 중국산은 톤당 75만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75만원에 이번에 결정된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산 후판은 95만원에서 최대 100만원 이상까지 오르게 된다.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다. 사진=뉴스1


국가기간산업 보호해야…與 ‘철강산업지원법’ 발의 약속


업계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추진하는 철강 수입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조선업계가 중국산 철강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구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최근 한국철강협회와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공동 주최한 철강·조선 공동 세미나에서 “미국은 중국산 철강을 중간재로 사용한 수입품에 대한 수입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제3국을 통한 중국산 우회 수출도 계속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선박 건조 과정에서 저가의 중국산 철강을 많이 사용하는 한국산 선박 수입 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을 제한하는 등 수입 규제 조치를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며 국내 철강·조선업계의 대응을 촉구했다.

정치권에서도 철강업계 살리기에 팔을 걷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월 12일부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예외없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미국 시장점유율이 높은 한국 철강사들에 타격이 예상된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한국 철강 제품은 미국 철강 수입량의 약 10%를 차지하는데 이는 중국(2%), 일본(4%)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월 5일 경북 포항에 있는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찾아 “요즘 철강산업이 어렵다고 한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25% 관세, 글로벌 공급과잉, 저탄소 전환 요구의 압박 등 여러 위기가 동시에 오고 있다”며 “국가 기간산업인 만큼 국가 차원의 보호와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예외 없는 25% 관세 부과 결정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전략기술 및 원천기술 세액공제율 확대, 국내 철강 공급망 강화를 위한 원산지 규정 확대 등 각종 지원책이 담긴 철강산업 지원 법안을 조속히 발의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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