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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독일, ‘원전 70%’ 프랑스서 전력 수입
2023년 전기 초과 수입량, 593만가구 1년치분
작년 전기료 10배↑… 주변국 “X 같은 상황”

한때 제조업 기술을 기반으로 유럽의 강자로 군림하던 독일이 최근 몇 년 새 높은 에너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유럽의 병자’로 전락했다. 인공지능(AI) 패권을 노리는 미국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에너지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첨단 기술이 발전하면서 에너지가 국운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 독일과 미국의 사례를 통해 대한민국 에너지 정책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본다.[편집자주]

2023년 4월 16일. 독일은 네카베스트하임2·이자르2·엠스란트 등 마지막 원자력 발전소 3기의 가동을 완전히 중단하며 탈원전 국가로 거듭났다. 1961년 원전 가동을 처음 시작한 뒤 62년 만이다.

그러나 탈원전과 동시에 에너지를 외부 수입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된 독일은 주변국의 전기 요금을 올리는 주범이 됐다. 지난해 독일이 초과 수입한 전력량은 약 593만가구가 1년 동안 사용 가능한 규모에 달한다. 유럽 국가는 대부분 인접해 있는 지리적인 특징 때문에 서로 전력망을 연결하고 필요할 때 전력을 수출·수입하며 공급 안정성을 유지한다.

지난 2021년 가동을 정지한 독일 그뢴데(Grohnde) 원자력 발전소 모습. / 로이터 뉴스1

독일은 지난 1970년대 석유 파동을 겪은 이후 에너지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급 다변화 정책을 추진했다. 이후 1986년 체르노빌에서 발생한 원전 사고는 독일 내 반(反)원전 분위기 확산의 배경이 됐고, 1998년 사회민주당·녹색당이 집권하며 탈원전 및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독일은 2000년 태양광과 육상 풍력 확대를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법(EEG·ErneuerbareEnergien-Gesetz)을 제정하고, 2002년 원자력법을 개정하며 최초의 탈원전 정책을 수립했다. 2009년 출범한 메르켈 정부가 탈원전 정책 폐지를 시도했으나,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급속도로 탈원전 기조로 돌아섰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 정부가 기존에 설정한 탈원전 계획을 재검토했고, 2011년 3월 14일 원자력 발전소 8기 가동 중단을 결정하며 탈원전 일정을 앞당겼다. 같은 해 5월 독일은 2022년까지 원전 가동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목표는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1년 늦춰졌지만 2023년 달성됐다. 독일의 전력 생산에서 원자력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5년 14%, 2022년 6%로 감소한 뒤 2023년 이후 0%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픽=정서희

독일은 탈원전 이후 에너지를 주변국에 의존하는 처지가 됐다. 지난 2023년 1~10월 독일의 전력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11.4% 줄었다. 같은 기간 유럽 전체적으로는 전력 생산량이 2.4% 줄었으나, 원자력 발전 비중이 높은 프랑스는 9.8% 늘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2023년 독일의 전력 총수입량은 수출량을 9.2테라와트시(TWh) 상회했다. 독일의 연간 에너지 수입이 수출을 넘어선 것은 역사상 최초다. 이 수치는 2024년 24.9TWh로 증가했다. 24.9TWh는 약 593만가구(월평균 350㎾h 사용 4인 가구 기준)가 1년 동안 사용 가능한 전력량이다.

지난해 독일이 전기를 수입한 주요 국가는 프랑스(12.9TWh), 덴마크(12.0TWh), 스위스(7.1TWh), 노르웨이(5.8TWh) 등이다. 독일이 전력을 가장 많이 수입한 프랑스는 전체의 약 70%를 원전으로 생산한다. 탈원전 상태의 독일이 원전발(發) 전력을 끌어다 쓰는 상황이 된 것이다.

독일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데, 작년 겨울에는 ‘어두운 침체’를 뜻하는 ‘둥켈플라우테(Dunkelflaute)’ 현상이 자주 나타났다. 이는 바람이 불지 않고 구름이 가득한 날이 며칠 동안이나 지속되는 것을 뜻한다. 둥켈플라우테 현상은 독일 내 풍력·태양광 발전량을 급격히 감소시켰다. 원전이 없는 독일은 화석 연료 발전을 늘렸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전기료가 치솟았다. 지난해 겨울 독일의 도매 전기 가격은 한때 1㎿h당 936유로(약 146만원)를 기록하며 평소의 10배까지 치솟았다.

독일 수역의 해상 풍력 발전용 터빈. / 독일 연방 경제에너지부 해상풍력 이니셔티브(GOI) 홈페이지

독일의 전력 독립 실패로 주변국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독일의 전력 생산이 단기간에 급감하면 독일과 전력망이 연결된 주변국의 전기 요금이 가파르게 상승한다. 독일이 유럽의 ‘민폐 국가’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스웨덴은 독일이 전력 시장을 재편하지 않으면 독일과 스웨덴 남부의 전력망을 연결하는 프로젝트 승인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에바 부시 스웨덴 에너지부 장관은 “독일의 전력 가격이 높은 원인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폐쇄를 결정하고 유럽연합(EU) 차원의 원자력발전 지원을 반대한 데 있다”고 지적했다. 스웨덴은 대표적인 탈원전 국가였지만, 2022년 원전 재추진을 선언했다.

노르웨이 에너지 장관은 지난해 12월 자국 전기료가 폭등하자 “완전히 X 같은 상황(It’s an absolutely shit situation)”이라고 언급하며 독일과의 전력망 연결 조건에 대한 재협상을 추진하기도 했다.

☞ 관련 기사

[에너지 전쟁]① 제조업 강국은 옛말… 비싼 에너지에 무너지는 독일

https://biz.chosun.com/industry/company/2025/03/12/G3RK5PF3MJADJOWG7EE23OKDUA/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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