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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분의 기후행동]
국민 1인당 물티슈 폐기량 한 해 8㎏ 달해
한국서 물티슈 탄소배출량, 연 1만2900톤
사용 편리해 5년간 사용량 2배나 늘었지만
환경 파괴 심할뿐더러 하수관 막힘 피해도

편집자주

한 사람의 행동은 작아 보여도 여럿이 모이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큰 변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이가 자신의 자리에서 기후대응을 실천할 방법은 무엇일까요. 이윤희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연구위원이 4주에 한 번씩 수요일에 연재합니다.
일부 물에 녹는 물티슈도 있지만 대부분의 물티슈 원단은 플라스틱 계열인 폴리에스테르를 이용해 만들어지며, 한 번 사용 후 버려지는 제품 특성 때문에 플라스틱 폐기물을 양산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변기에 자주 버려져 하수관 막힘의 주원인이 되기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다른 일로 국내 폐기물 통계를 살펴보다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 해에 종량제 봉투에 배출되는 쓰레기 중 물티슈가 자그마치 6.8%를 차지
하고 있었다(2021년 기준). 양으로 따지면 1,160톤이고 순서로도 폐합성수지(28.2%), 폐지(21.1%), 화장지류(12.3%)에 이어 네 번째다. 우리나라 국민 한 명은 일 년 동안 8㎏의 물티슈를 버리는데 이는 5년 전에 비해 2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 이후 물티슈 사용이 증가해서 물티슈 폐기물 처리비가 일 년에 1,800억 원이나 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지만 이 정도라니. 그러고 보니 지난주 참석한 경기도의 기후행동 실천 간담회 자리에서도 물티슈 걱정이 오갔었다. 마침 간담회 장소가 수질복원센터(옛 하수처리장)라 잠시 내부를 견학했는데, 기피 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설이 모두 지하에 있어 지상에서는 어떤 악취도 없었지만 지하에서는 살짝 불편할 정도의 냄새가 났다.

센터 담당자가 설명하기를,
시설 고장의 최대 원인은 몇 년간 물티슈인데 펄프가 아닌 플라스틱 섬유이다 보니 끊어지지 않고 밧줄처럼 연결되어 장비 구석구석 엉키고 그걸 제거하려면 사람이 직접 수작업으로 해체해야 한다는 것
이다. 최대한 밀폐한 상태에서도 이 정도 냄새가 나는데 물티슈를 제거하러 대형 하수관 안으로 들어가면 어떤 작업용 마스크도 소용없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개인위생에 도움이 되고 편리하기까지 한 물티슈지만, 환경 오염뿐 아니라 막대한 경제적 손실의 주범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징후는 진작부터 우리 주변 곳곳에서 나타났다. 주방에서 행주와 걸레가 사라진 집들이 꽤 되고, 어린이집과 초등학교 새 학기 준비물에는 물티슈가 빠지지 않는다. 고속도로 휴게소 안 수십 개의 식탁을 닦는 직원의 손에 들려 있는 것도 행주가 아닌 대형 물티슈이고, 반려견 인구가 1,000만 시대인 만큼 반려견과의 생활 모습이 TV에 자주 등장하는데 산책 후 반려견의 발을 닦을 때도 물티슈는 어김없이 등장한다.

물티슈의 탄소발자국은 얼마나 될까? 환경부 저탄소 인증제품 중 시중에 판매되는 물티슈 4, 5종류의 탄소발자국 정보를 토대로 살펴보면 100매 기준 물티슈 1개의 평균 중량은 약 300g, 평균 탄소발자국은 650g CO2e(다양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등가의 이산화탄소량으로 환산한 값)가량이다. 연간 발생하는 물티슈 폐기물은 1,160톤이지만 물티슈가 마르면 무게가 77% 감소하는 것을 감안하면,
사용량은 5,061톤에 달하고 물티슈 사용에 의한 탄소발자국은 자그마치 1만2,900톤
이나 된다. 이는 소나무 140만 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맞먹는다.

물티슈 문제가 심각하다 보니 폐기물 부담금 부과 방안을 검토하고 기업들은 종이 물티슈를 개발해 판매하기 시작했지만 5년 새 두 배로 증가한 물티슈 사용 속도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일 것이다. 반평생 행주와 걸레로 살림을 꾸린 시어머니께서도 이제 물티슈 없으면 안 된다 하실 만큼 우린 어느새 물티슈의 편리함에 길들여졌다.
편리함과 기후행동은 공존할 수 없는 것인가. 그럴 수 없다면 과연 우린 편리함이라는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고 기후행동에 나설 수 있을까?


이윤희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연구위원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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