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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를 축제로 만든 비상행동
“K팝에 구호 넣어보다 잠들어”
지난해 12월7일 저녁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자동 폐기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있던 시민들이 국민의힘을 규탄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email protected]

12·3 내란 사태 이후 석 달 넘게 광장을 울렸던 “윤석열 탄핵” 구호를 외칠 주말 집회는 어쩌면 ‘단 한 번’ 남았을지도 모른다. 12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17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 활동가들도 초긴장 상태로 ‘마지막이 될지 모를’ 주말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비상행동은 그간 여의도와 광화문 일대에서 많게는 수백만 시민이 참여하는 집회를 준비해왔다. 분노의 마음을 응원봉으로 표출하는 모습은 “집회의 진화”라고 불렸다. 에스파의 위플래시에 맞춰 “윤석열 탄핵”을 외치며 팔뚝질하는 모습은 집회의 상징적 장면이 됐다. 기상천외한 손팻말과 깃발이 거리를 메웠다. 막바지 집회 준비에 여념이 없는 비상행동 스태프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의 범시민대행진 사회자 역할을 자주 맡는 박민주 행진팀장. 비상행동 제공

한국진보연대 활동가이자 집회 사회자 역할을 자주 맡는 박민주 행진팀장은 센스 있는 선곡으로 집회를 축제로 만든 주역 중 하나다. 세대를 아우른 유행곡에 단순한 율동을 더해 탄핵 구호에 신명을 더했다. 그는 “70대 노인도 따라 부를 정도로 쉬운 가사여야 하고, 구호가 들어갈 틈이 있어야 하고, 행진 속도에 맞는 적정한 빠르기여야 한다. 김수철의 ‘젊은 그대’는 조금 느려서 속도를 조절했다”며 엄정한 집회 선곡 기준을 설명했다. 요즘도 박 팀장은 퇴근 뒤 ‘집회용 케이팝’ 연구에 매진한다. “노래 틀어놓고 박자 타면서 ‘윤석열 탄핵!’ 구호 넣어보다가 잠이 듭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의 범시민대행진에서 활동가들이 질서 관리를 하는 모습. 비상행동 제공

시민이 노래에 맞춰 ‘윤석열 탄핵’을 외치기까지, 활동가와 자원봉사자의 숱한 손길이 필요하다. 비상행동 상황실 활동가 99명과 자원봉사자 150여명이 집회를 준비하려 종일 분투한다. 집회가 있는 날이면 아침 10시부터 회의를 열고 시시각각 바뀌는 정치 상황에 맞게 집회 주요 기조를 정한다. 낮에는 각 단체가 여는 사전집회를 지원한다. 오후 3시께부터 본 집회를 위한 무대, 음향, 조명을 체크한다.

그 가운데 핵심은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안전하고 평화로운 집회를 만들기 위한 고민이다. 시민발언문을 하나하나 미리 받아 혐오표현이나 비속어가 없는지 검토하고 수정한다. 이를 위해 행사기획팀 안에는 시민발언팀을 따로 뒀다. 집회가 끝나도 회의는 이어진다. 정진임 비상행동 행사기획팀장은 “행진 마치고 마무리하면 밤 10시가 넘는다. 그 뒤에도 끝이 아니다. 밤 11시부터 소셜미디어(SNS)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공유하고 개선책을 논의하다 보면 새벽 1시가 된다”고 했다.

그렇게 만든 가장 뜻깊은 순간으로 박민주 팀장은 지난해 12월7일을 꼽았다. “탄핵안이 부결되고 실망감과 분노·좌절이 느껴졌어요. 어려운 순간이었어요. 포기할 수도 있었던 순간 시민들이 ‘위플래시’를 부르고 탄핵체조를 하면서 다시 힘을 내기 시작한 모습을 잊을 수 없어요.” 박 팀장은 “탄핵심판까지 온 것도 그때 포기하지 않은 시민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의 범시민대행진에서 상황실 활동가들이 상의하는 모습. 비상행동 제공

포기하지 않고 이어 온 ‘윤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끝이 보인다. 다음주 중엔 탄핵 선고가 이뤄지리라는 전망이 많기 때문이다. 집회는 이어져도 ‘윤석열 탄핵’ 구호는 이번 주말이 마지막일 수 있는 셈이다. 밍갱 비상행동 활동가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상황실도 바짝 촉각이 곤두서 있다”며 “정말, 반드시, 빠르게 파면시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구성원 모두 혼신의 힘을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상행동은 이번 주말(15일) ‘100만 시민 총집결’을 호소한다. 집회 연출을 맡은 김지호 비상행동 행사기획팀장은 “역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집회에 나올 시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하려 한다”며 “지난 석달 결정적인 순간마다 시민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번에도 그러리라 기대하고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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