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 야마구치 유키오 원자력자료정보실 공동대표

지난 4일 일본 후쿠시마현 오쿠마에 있는 도쿄전력 원자력발전소의 J9 구역의 첫 번째 탱크가 제거된 후 모습. 도쿄전력·AFP연합뉴스


프랑스의 앙리 베크렐이 방사능을 발견한 것은 1896년으로 그로부터 약 13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 사이 알게 된 것은 방사능은 반감기에 따라 감쇠해 가기 때문에 그것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시간 동안 생명과 환경을 어떻게 방사선으로부터 지켜 나갈 것인가가 관건인데, 방사성 물질은 확산시키지 않고 집중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국내외 많은 반대 의견뿐 아니라, 자국의 어업인·임업인·농업인·현지 시민들과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출을 강행했다. ALPS(다핵종제거설비)는 약 60종의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것이 가능하다면서 기준치 이하 농도로 해서 방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정부의 방침은 오염수 1회 방출 시에는 농도 규제가 있으나 총량 규제가 없다는 점에서 맹점이 있다. 탄소-14(반감기 5730년), 요오드-129(1570만년), 테크네튬-99(21만년)와 같은 핵종은 반감기가 길기 때문에 해양으로 방출되면 누적량이 많아진다. 즉, ALPS로 아무리 처리한다고 하더라도 오염수는 오염수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후쿠시마현 내 방사능에 오염된 토양을 도로, 제방, 농지 등에서 사용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후쿠시마 핵사고 발생 후 당시 정권이 허둥지둥 만든 법률인 ‘방사성물질오염대처특조법’을 근거로, 그것도 “부흥 재생 이용”이라는 명칭으로 말이다. 이는 방사성 물질을 확산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을 위배한다.

안전한 방사능의 기준 역시 이중적이다. 1957년 시행된 ‘원자로등규제법’(‘핵원료물질,핵연료물질및원자로의규제에관한 법률’)에서는 원자력 시설에서 나오는 폐기물의 클리어런스 수준(방사성 폐기물로 취급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을 100㏃/㎏(㎏당 베크렐·방사능의 강도를 측정하는 단위)로 정했다. 하지만 2011년 8월에 제정한 ‘제염특조법’(‘방사성물질오염대처특별조치법’)에 의해 ‘후쿠시마 사고 유래 방사성 물질’의 클리어런스 수준은 기존 기준치의 80배인 8000㏃/㎏이 되었다. 방사능의 세기가 아니라 발생 장소로 분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도저히 후쿠시마 핵사고를 수습할 수 없다는 뜻으로 짐작하지만, 외부피폭 기준이므로 내부 피폭을 고려했을 때 그 피해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핵사고 이후 수습 작업에 종사해온 2차 하청 노동자가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산재 인정을 받았다.

일본정부는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사고 처리를 늦어도 2051년까지 끝내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는 명확한 과학적·기술적 근거에 따라 산정한 것이 아니다.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에서 사고가 발생한 1~3기의 원자로 바닥에는 핵연료 잔해(데브리)가 녹은 상태로 쌓이고 있는데, 전체 모습은 물론 성분 분포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작년 말에 0.693g을 꺼냈지만, 과연 880t의 데브리를 어떻게 꺼낼 것인지 의문스럽다. 지금도 후쿠시마에서 시간당 약 2만베크렐의 방사성 물질이 대기 중으로 계속 방출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에서 참혹한 사고가 발생한 지 14년이 됐다. 일본은 지금도 “원자력 긴급사태 선언” 하에서 생활하고 있다.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평온한 일상은 돌아오지 않았다. 핵사고의 수습이 100년을 넘어도 끝나지 않을 것 같아 두렵다.

최근 일본에서는 핵발전을 최대한으로 활용하고 수명 60년을 넘어서도 운전한다는 제7차 에너지기본계획이 책정됐다. 후쿠시마 제1 핵발전소에서 일어난 가혹한 사고를 없었던 일으로 하는 배신행위다. 이제 핵발전을 멈추고,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 기술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가능한 일이다. 생명과 환경의 안전이 제일 우선되어야 한다.

2011년 3월11일, 동일본 지진 여파로 일본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했습니다. 한국에선 현재 6개 발전소에서 24기의 원자로가 가동 중입니다. 지난달 정부는 2038년까지 신규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를 새로 짓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14주년을 맞아,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지역의 주민 목소리를 담은 릴레이 기고를 4회에 걸쳐 내보냅니다.

야마구치 유키오 원자력자료정보실 공동대표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4697 ‘번지점프 추락사’ 스포츠체험시설 대표 중대재해법 위반 결론 랭크뉴스 2025.03.16
44696 홈플러스 기업회생은 MBK 문제인가 사모펀드 문제인가 랭크뉴스 2025.03.16
44695 전례 없는 사모펀드 회장의 사재출연…홈플러스 회생 새 돌파구 될까 랭크뉴스 2025.03.16
44694 한동훈, 윤 대통령 탄핵 선고 앞두고 “승복은 선택 아니라 당연” 랭크뉴스 2025.03.16
44693 "헌재재판관, 23일 뒤로 약속 미뤘다"…尹탄핵 선고일 추측 난무 랭크뉴스 2025.03.16
44692 민주당 공약 초안에 ‘정년 연장’ 포함 확인…조기 대선에 민생 이슈 선점 랭크뉴스 2025.03.16
44691 이혼 후 전처와 아들 피살… "사망보험금, 전남편과 장인·장모 나눠서" 랭크뉴스 2025.03.16
44690 한동훈 “탄핵 결과 승복, 선택이 아니라 당연한 것” 랭크뉴스 2025.03.16
44689 MBK 김병주, 사재 출연‥"홈플러스 소상공인 결제대금 신속 지급" 랭크뉴스 2025.03.16
44688 美 '민감국가' 지정 상관없어... 與 잠룡들 "핵 잠재력 강화" 한목소리 랭크뉴스 2025.03.16
44687 권성동, 尹 탄핵심판 두고 "헌재 판단에 승복이 당의 공식 입장" 랭크뉴스 2025.03.16
44686 바이든이 던진 '韓 민감국' 폭탄…트럼프 설득할 시간 30일 남았다 랭크뉴스 2025.03.16
44685 권성동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에 승복할 것‥당 공식 입장" 랭크뉴스 2025.03.16
44684 MBK 김병주 사재 출연…“홈플러스 소상공인 피해부터 보상” 랭크뉴스 2025.03.16
44683 한은 “비트코인 외환보유액 편입 신중해야”…첫 입장 랭크뉴스 2025.03.16
44682 MBK 김병주, 사재 출연… “홈플러스 소상공인 결제대금 지원” 랭크뉴스 2025.03.16
44681 MBK김병주, 사재 출연…“홈플러스 소상공인 결제대금 지원” 랭크뉴스 2025.03.16
44680 '4세 고시반' 영유아 사교육 과열···그러나 "유의미한 효과 없다" 랭크뉴스 2025.03.16
44679 백종원부터 배달앱까지…원산지 허위표시 식품업 직격 랭크뉴스 2025.03.16
44678 권성동, 尹 탄핵 심판 두고 "헌재 판단에 승복이 당의 공식 입장" 랭크뉴스 2025.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