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상속세 부과 방식을 ‘금액’에서 ‘사람’ 중심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한다. 물려준 유산 총액에 매기던 것에서 각 상속인이 받은 만큼 세금을 내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는 내용이다. 75년간 이어온 과세의 틀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다. 다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를 넘어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획재정부가 12일 발표한 ‘상속세 과세 체계 개편 방안’에 따르면 현행 상속세는 상속받는 사람이 몇 명이든 사망자의 전체 상속재산을 기준으로 과세 금액을 결정하는 ‘유산세’ 방식이다. 자녀 1명이 10억원의 재산을 물려받은 가구와, 자녀 5명이 50억원을 10억원씩 나눠 받는 가구가 있다면 후자가 훨씬 많은 상속세를 내는 구조다. 부과 대상 재산이 많을수록 세율이 높은 누진 구조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등 자산 가격 상승으로 상속세를 내는 사람이 급증한 현실도 반영했다. 국세 수입 중 상속세수 비중은 2000년 0.48%에서 2023년 2.48%로 증가했다. 국제적 흐름에 맞춘 측면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상속세를 내는 나라는 24개국인데, 이 중 한국·미국·영국·덴마크 4개국만 유산세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인적공제 제도는 상속인별 기준으로 손본다. 그간 공제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일괄공제는 폐지하고 인적공제를 확대한다. 대표적인 게 자녀공제를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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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논의 중 정부안 발표…야당은 “기재부 존재감 과시용”
현재 상속세는 ▶기초공제(2억원)와 자녀공제 등을 합한 금액 ▶일괄공제(5억원) 둘 중 큰 금액을 공제한다. 자녀가 무려 6명이어야 일괄공제와 금액이 같아진다. 사실상 자녀공제의 실효성이 없었다는 의미다. 앞으로는 자녀가 많을수록 상속세를 더욱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된 셈이다. 배우자공제는 최대한도(30억원)는 그대로 두고 미세 조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지금은 유산을 자녀가 받아도 배우자가 생존해 있으면 배우자 최소공제(5억원)를 적용하는데 이는 폐지한다. 대신 배우자가 상속을 받는 경우 10억원까지는 전액 공제하기로 했다.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상속세 대상이 된 ‘중산층’의 세 부담을 완화해 줄 수 있을 거란 평가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상속재산 10억~20억원 구간에 들어가는 사람이 급격히 늘었기 때문에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세수 감소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기재부는 개편안으로 인해 연평균 2조원가량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앞으로 고령화로 사망자 수가 증가할 전망이라 세수 감소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는 오는 5월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2028년부터 유산취득세를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국회 통과는 진통이 예상된다. 상속세 공제 한도를 늘리는 데 주력해 오던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유산취득세 도입을 발표한 데 대해 불편한 기색이다. 국세청 차장 출신인 임광현 의원은 “민생이 어려운데 유산취득세 도입이 그렇게 시급한 문제냐”며 “여야가 배우자 상속세 폐지 등 논의가 이어오던 와중에 기재부가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유산취득세를 꺼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기재부는 추경안부터 내놓으라”고 덧붙였다. 기재부 차관 출신인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여당은 집을 수리하려는데 정부가 불쑥 재건축 계획을 발표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기획재정부가 12일 발표한 ‘상속세 과세 체계 개편 방안’에 따르면 현행 상속세는 상속받는 사람이 몇 명이든 사망자의 전체 상속재산을 기준으로 과세 금액을 결정하는 ‘유산세’ 방식이다. 자녀 1명이 10억원의 재산을 물려받은 가구와, 자녀 5명이 50억원을 10억원씩 나눠 받는 가구가 있다면 후자가 훨씬 많은 상속세를 내는 구조다. 부과 대상 재산이 많을수록 세율이 높은 누진 구조이기 때문이다.
박경민 기자
개편 방안의 핵심은 상속인별로 받은 재산에 각각의 공제·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사망자의 가족들이 ‘N분의 1’로 세금을 부담하는 구조를 뼈대로 한다. 세금도 물려받은 만큼만 내는 게 형평에 맞다는 판단에서다. 정부안대로라면 현재 6.8% 수준인 상속세 과세자 비율은 절반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부동산 등 자산 가격 상승으로 상속세를 내는 사람이 급증한 현실도 반영했다. 국세 수입 중 상속세수 비중은 2000년 0.48%에서 2023년 2.48%로 증가했다. 국제적 흐름에 맞춘 측면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상속세를 내는 나라는 24개국인데, 이 중 한국·미국·영국·덴마크 4개국만 유산세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인적공제 제도는 상속인별 기준으로 손본다. 그간 공제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일괄공제는 폐지하고 인적공제를 확대한다. 대표적인 게 자녀공제를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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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논의 중 정부안 발표…야당은 “기재부 존재감 과시용”
현재 상속세는 ▶기초공제(2억원)와 자녀공제 등을 합한 금액 ▶일괄공제(5억원) 둘 중 큰 금액을 공제한다. 자녀가 무려 6명이어야 일괄공제와 금액이 같아진다. 사실상 자녀공제의 실효성이 없었다는 의미다. 앞으로는 자녀가 많을수록 상속세를 더욱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된 셈이다. 배우자공제는 최대한도(30억원)는 그대로 두고 미세 조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지금은 유산을 자녀가 받아도 배우자가 생존해 있으면 배우자 최소공제(5억원)를 적용하는데 이는 폐지한다. 대신 배우자가 상속을 받는 경우 10억원까지는 전액 공제하기로 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자녀공제와 배우자공제 개편안만 반영해도 상당한 절세 효과가 있다. 상속재산이 20억원, 자녀 둘과 배우자가 있는 경우 법정 상속비율(배우자 1.5 : 자녀 1)대로 물려받으면 배우자공제와 일괄공제를 제외한 6억4286만원이 과세표준이다. 대략 1억3000만원가량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개편안을 적용하면 배우자공제 10억원, 자녀 공제 각각 5억원씩으로 과세표준이 0원이 된다. 당연히 내야 할 세금도 없다.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상속세 대상이 된 ‘중산층’의 세 부담을 완화해 줄 수 있을 거란 평가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상속재산 10억~20억원 구간에 들어가는 사람이 급격히 늘었기 때문에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신재민 기자
사전증여 재산 규정도 손본다. 현행 규정은 사망일로부터 10년 이내에 증여한 재산은 상속재산에 합산하게 돼 있다. 그런데 기부처럼 제삼자에게 한 증여도 포함하는 게 문제였다. 받지도 않은 재산에 상속인이 세금을 내야 했다는 뜻이다. 받은 만큼만 내는 유산취득세 도입에 따라 앞으로 제삼자 증여분은 과세하지 않는다. 다만 이번 개편안에 최고세율 인하(50%→40%)는 포함되지 않았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최고세율 인하는 별도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수 감소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기재부는 개편안으로 인해 연평균 2조원가량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앞으로 고령화로 사망자 수가 증가할 전망이라 세수 감소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는 오는 5월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2028년부터 유산취득세를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국회 통과는 진통이 예상된다. 상속세 공제 한도를 늘리는 데 주력해 오던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유산취득세 도입을 발표한 데 대해 불편한 기색이다. 국세청 차장 출신인 임광현 의원은 “민생이 어려운데 유산취득세 도입이 그렇게 시급한 문제냐”며 “여야가 배우자 상속세 폐지 등 논의가 이어오던 와중에 기재부가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유산취득세를 꺼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기재부는 추경안부터 내놓으라”고 덧붙였다. 기재부 차관 출신인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여당은 집을 수리하려는데 정부가 불쑥 재건축 계획을 발표한 꼴”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