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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대형병원 전공의협의회 앞 복도의 모습. 연합뉴스

13일은 군 미필 사직 전공의 중 올해 공중보건의사(공보의)로 선발된 이들의 입영일이다. 이날 입영하는 이들 중 상당수는 지난해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하며 수련병원을 사직한 전공의들이다. 전문의가 되기 위한 수련 도중 군대에 가게 된 이들은 “어차피 갈 군대 빨리 가게 돼서 후련하다”면서도 “3년 뒤 수련을 이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등 착잡한 심정이 오가는 분위기다.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이날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신규 공보의(의과 250명) 군사교육 소집이 실시된다. 이어 17일에는 의무장교(군의관)로 선발된 630여명에 대한 소집도 진행된다. 앞서 국방부와 병무청은 올해 입영할 군의관·공보의에 대한 선발 결과를 지난달 27일 통보했다.

통상 전공의들은 수련을 시작하기 전 의무사관후보생 서약서를 작성, 수련과정(3~4년)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뒤로 군 복무를 연기한다. 하지만 지난해 이례적인 집단사직으로 병역 미필자 등 3300여명의 입영 대상자가 한꺼번에 발생했고, 이 중 일부가 이번에 입대하게 됐다.

미필 전공의가 사직하는 순간 입영 대상이 되는 건 예상된 수순이었지만, 온전히 자의에 따른 입영이 아닌 만큼 입대를 앞둔 이들은 착잡한 심정이다. 특히 1~2년만 더 수련하면 전문의를 취득할 수 있던 고연차 전공의들이 선발된 경우가 많다. 공보의는 수련 기간이 긴 순서 등을 따져 선발이 이뤄지는 탓에, 일부 수련병원 특정 과목에서는 고연차 미필 전공의들이 모두 군대에 가게 됐다.

4년 차 진급을 앞두고 사직, 공보의로 입대를 앞둔 한 사직 전공의는 “3년 동안의 복무를 마치고 나오면 나이도 훌쩍 들어있을 텐데, 그때 다시 남은 수련을 받아야 할지 어쩔지 미래를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사직 전공의들이 국방부의 '의무장교 선발 및 입영에 관한 훈령' 개정안 반대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이들이 3년 뒤 전역했을 때 기존에 속했던 병원에서 수련을 이어가려면, 해당 전공·연차에 빈자리가 있어야 한다. 한 ‘빅5’ 병원 교수는 “그때 되면 (의대를) 졸업해서 새로 들어온 전공의들이 있을 테니 병역을 마친 이들이 수련을 재개하려면 (전공의 모집에서) 경쟁해서 들어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의들 사이에선 입영하는 이들이 향후 원한다면 기존 수련병원에 그대로 복귀할 수 있도록 정원(TO)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한 군필 사직 전공의는 “이번에 군대에 끌려간 동료들에 대한 정원 보장 약속 등 구제책을 얻어내지 못하면 절대 돌아가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으론 애초에 사직할 때부터 수련을 중단할 각오로 나왔기 때문에 별 미련 없이 입영한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군의관으로 입영 예정인 ‘빅5’ 병원 사직 전공의는 “수련환경에 문제가 있다고 느껴 사직했기 때문에 군대에 다녀온 뒤에도 환경이 그대로라면 수련을 이어나갈 의미가 없다”며 “어차피 언젠가는 군대에 가야 했기 때문에 이번에 미련 없이 간다”고 말했다.

한 응급의학과 사직 전공의도 “사태 전부터 (의료사고 발생 시) 소송을 당할 위험 등을 고려하면 수련을 제대로 마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컸다”며 “3년 뒤에도 이런 상황이 그대로라면 굳이 수련병원에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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