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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부지, 회생 관련 없이 팔 수 있는 담보
정치권까지 사태 번지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팔자니 MBK 이어 원흉... 안 팔자니 돈 묶이고
현실적으로 단기간 내 매각 어려운 자산이란 평가도

국내 3대 대형마트 중 하나인 홈플러스에 조 단위 자금을 빌려준 메리츠금융그룹의 상황이 난감해졌다. 홈플러스가 회생 절차를 밟아도 담보를 충분히 받아서 언제든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지만, 당장 담보권 실행이 어려워지면서다. 2만명에 육박하는 홈플러스의 임직원은 물론 정치권도 주목하고 있어 메리츠금융그룹의 움직임이 위축되고 있다.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 채권자가 함부로 담보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메리츠금융그룹의 경우는 다르다. 회생과 같은 특수한 상황이 생겨도 담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구조를 짜면서다. 현재 담보의 소유자는 홈플러스가 아닌 홈플러스와 신탁 계약을 맺은 부동산 신탁회사다.

덕분에 홈플러스가 회생을 신청했어도 메리츠금융그룹은 마음만 먹으면 점포를 모두 팔 수 있다. 업계에서 메리츠금융그룹이 ‘얄밉도록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런 이유다.

메리츠금융지주 사옥/메리츠금융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금융그룹은 지난해 5월 홈플러스에 1조2000억원 규모의 대출을 내주면서 담보로 잡은 부지의 처분 시점을 결정하지 못하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당초 시장에선 메리츠금융그룹이 돈에 있어서는 칼 같았던 만큼 담보를 즉각 처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는데 막상 그렇진 않은 것이다.

잡힌 담보는 홈플러스가 가진 전국 62개 매장으로, 지난해 기준 부동산 감정가는 4조8000억원 수준이다. 메리츠금융그룹 관계자는 담보권 실행 여부에 대해 “(외부에) 홈플러스를 보고 있는 시각이 많다”고 했다.

현재까지만 놓고 보면 잘 나가던 메리츠금융그룹이 홈플러스 투자로 삐끗한 모양새다. 자금 조달이 어려운 기업에 손을 내밀면서 고금리를 받아내는 전략을 취했는데 부작용이 드러난 것이다.

앞선 2023년 롯데건설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자 메리츠금융그룹은 선순위로 9000억원을 지원했다. 당시 금리는 연 12%로, 이 거래로 메리츠금융그룹은 약 1000억원을 벌며 재미를 봤다. 지난해엔 고려아연이 경영권을 위협받자 사모사채 1조원을 떠안으면서 7%의 금리를 챙겼다.

2025년 3월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423회 국회(임시회) 제1차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날 정무위에서는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과 조주연 홈플러스 공동 대표 등 5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뉴스1

하지만 홈플러스 사태가 국회까지 번지면서 메리츠금융그룹이 앞뒤 재지 않고 담보를 처분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오는 18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홈플러스 관련 긴급 현안 질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 대표, 조주연 홈플러스 공동 대표, 금정호 신영증권 사장, 강경모 홈플러스 입점협회 부회장 등을 부를 계획이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의 최대주주이며 신영증권은 개인 투자자에게 홈플러스 유동화증권을 판매한 대표적인 증권사다. 메리츠금융그룹이 담보권을 행사했다간 조정호 회장 등 관련자가 국회에 출석해야 할 수도 있다.

서울 영등포구 홈플러스 영등포점 모습/뉴스1

메리츠금융그룹은 뒤를 생각하지 않고 점포를 모두 팔 수는 없는 입장이다. MBK파트너스에 이어 홈플러스를 망가뜨린 주범으로 지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설령 매물로 내놓는다고 해도, 당장 매수자가 나타나긴 어려운 상황이다. 홈플러스 부지 인수자는 분명히 홈플러스 매장 임대를 통한 임대료보다는 부지 개발 이익을 추구할 텐데, 2만명에 육박하는 임직원과 지역 사회 여론, 정치권을 등지고 개발에 나설 수는 없어서다. 지자체가 용도 변경을 해줄 리도 만무하다.

결과적으로 메리츠금융그룹은 당장 처분할 수 없는 자산을 담보로 잡은 셈이다. 매번 잘해온 메리츠금융그룹이지만, 이번에는 물렸다고 볼 수 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홈플러스와 관련해 금융회사의 건전성이 타격받진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달 3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융사의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유통업 특성상 다양한 부동산 자산이 있어 금융권이 대규모 손실을 예상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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