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김성은씨가 지난달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한 자녀 사교육비 내용. 유튜브 갈무리
“안 좋은 이야기가 많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공감해주는 분들이 굉장히 많았다.”
배우 김성은씨는 지난달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에서 자녀 2명의 사교육비를 공개했다. 그는 초등학교 1학년과 다섯살인 두 자녀의 한 달 사교육비로 325만원을 쓴다고 했다.
댓글에 달린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능력되고 아이가 원하면 이것저것 경험시켜주는 것도 좋다고 본다” “많이 시키는 것도 아니고 솔직하게 얘기해서 오히려 보기 좋았다”는 등의 댓글이 영상에 달렸다. “애가 셋인 데다 남편이 육아에 참여할 수 없는 환경을 고려할 때 적절한 것 같다”며 독박 육아의 어려움을 이해한다는 댓글도 보였다.
연예인들의 자녀 사교육 경험담이 유튜브를 비롯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여럿 공개되고 있다. 유명인의 사교육 사례를 접한 이들의 반응은 복합적이었다. 공감하는 학부모도 많았지만 반감을 드러낸 이들도 적지 않았다.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낙담하거나 부럽다는 자조 섞인 의견을 표현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고액 사교육비 지출이 ‘평균’처럼 소개되며 상대적 박탈감이나 부모의 경제력에 따른 교육 격차를 강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연예인 이현이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 중 일부. 유튜브 갈무리
12일 취재를 종합하면 연예인들이 직접 소개하는 자녀 사교육 영상은 지난해부터 대부분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이목을 끌었다. 김성은씨는 지난달 올린 유튜브 영상에서 초1 자녀의 과목별 주당 수업시수와 영어·수학·독서·논술·바이올린·피아노 등 과목명(9개)도 공개했다.
배우 한가인씨는 지난해 10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자녀 사교육을 시키며 ‘14시간 라이딩’ 일정을 공개했다. 모델 이현이씨는 지난해 초부터 자신의 유튜브 채널 ‘엄카찬스’에서 대치동 학부모들과 자녀 교육방법을 두고 대화를 나누는 ‘솔직한 대치맘들 어떤데’ 등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 따라 옹호와 비판 댓글이 번갈아가며 달렸다.
영상을 본 이들의 심정도 공감과 반감, 낙담과 부러움이 교차했다. 공감하는 이들은 대체로 자신의 사례에 대입해 “줄이려고 해도 더 이상 줄이기 어렵다”거나 “우리 아이도 저렇게 시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 11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에서 만난 학부모 A씨는 “현실적이라고 생각했고, 다들 그렇게 하는 편”이라고 했다. A씨는 7세 자녀를 영어유치원에 보낸다.
같은 날 목동에서 만난 초6 자녀를 키우는 김모씨(42)는 “(유튜브를 보면) 결국 돈 있는 사람들만 더 보낼 수 있는 것이고, 학군지 아닌 곳에 사는 이들에겐 위화감을 조성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다들 보내니까 또 안 보낼 순 없다”며 “요즘 초등학생은 최소 월 150만원에 학원 5개가 기본”이라고 했다.
연예인 한가인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한 자녀 라이딩 시간표. 유튜브 갈무리
소위 학군지가 아닌 곳에서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들은 연예인 사교육비가 ‘평균 올려치기’에 가깝다고 했다. 영상을 볼수록 평균을 뛰어넘는 연예인의 사교육비 씀씀이가 ‘평균’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인천 서구에서 중1 자녀를 키우는 이모씨(43)는 월 사교육비 지출이 90만원 정도라면서 “학원 5~6개씩 다니는 건 강남 이야기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있는 사람들은 무엇인들 못하겠나 싶다. 능력되고 돈도 받쳐주면 나도 그렇게 하고 싶고 부럽다면 부럽다”며 “그들과 똑같이 시켜야 하나 고민이 되고 괜히 (자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고 했다.
“아예 다른 세상 이야기”라며 낙담한 학부모도 있었다. 서울 성북구에서 초6, 초2 자녀를 키우는 최모씨(40)는 “먹고 살만한 중산층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라며 “나는 저렇게 해줄 수 없는데 사교육을 강요받는 느낌까지 든다”고 했다.
고액 사교육비 지출을 당연시하고 자녀 교육 욕망을 거리낌없이 드러내는 분위기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사회학자 오찬호 박사는 “예전엔 ‘사교육’하면 돈 자랑한다는 시선이 있었지만 이젠 주변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됐다”며 “연예인 사교육비를 보고 ‘나도 능력이 되면 하겠다’는 반응은 체념의 일종인데, 이같은 상황에선 벌어지는 격차에 문제제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