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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전략적 근거 제시 하지도 않아
동맹국 신뢰 회복 불가능할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구축한 80년간의 세계 질서를 단 50일 만에 무너뜨렸다는 뉴욕타임스(NYT)의 평가가 나왔다. 세계대전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이 20세기 내내 공들여온 유엔 중심의 국제관계 시스템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무차별 공격에 놀라울 정도로 취약해졌다는 것이다.

NYT는 11일(현지시간) ‘트럼프가 어떻게 50일 만에 세상을 뒤흔들었는가’라는 제목의 분석기사를 통해 지난 1월 취임한 그가 1945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 시절부터 미국이 힘겹게 건설해온 국제 체제를 ‘정말 짧은 시간’ 안에 통째로 뒤흔들었다고 평했다.

신문은 트럼프 행정부가 공식적으로 방향 전환을 선언하지도, 새로운 외교정책의 전략적 근거를 제시하지도 않은 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권위주의 국가인 러시아 편에 서려 하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NYT는 “트럼프는 더 큰 침략자(러시아)를 상대로 방어 전쟁을 수행하려는 미숙한 민주주의 국가(우크라이나)를 돕겠다는 모든 논의를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엔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책임을 명시한 결의안이 상정되자 러시아·북한·이란과 함께 반대표를 던졌고 파나마 운하와 그린란드, 가자지구에 캐나다까지 직접 장악하겠다고 위협했다. 또 서방과 한국·일본 등 동맹국을 미국 경제에 기생하는 ‘거머리’로 묘사하며 관세를 때리고, 미국이 만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를 운운하며 동맹 간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NYT는 트루먼 행정부 시절 국무장관을 지낸 딘 애치슨의 저서 ‘창조의 순간에 서서’를 언급하며 “요즘 워싱턴DC의 일상은 그때 견고하게 창조된 조각상이 매일 파괴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트럼프에 의한 변화가 영구적일지 일시적일지를 알아내기까지 최소한 4년(트럼프 임기)이 필요하다”며 “그때까지 지금의 일이 반복된다면 서방 동맹국들은 이미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에서 벗어나 버렸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가 (동맹국들의) 무임승차 문제점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버스 전체를 운전하는 게 미국의 최대 이익에 부합한다는 사실을 까먹고 있는 것 같다”는 정치학자 조지프 나이의 언급을 인용했다. 신문은 “트럼프 2기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대통령 본인이 기존 질서를 온갖 수단을 동원해 파괴하고 있지만 이를 대체할 새로운 시스템이 있기나 한지 전혀 설명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또 조 바이든 행정부 때 주중 대사였던 니컬러스 번스의 말도 인용해 “트럼프의 행동이 미국 대외 정책 재편을 위한 전략적 움직임인지, 그저 무분별한 혁명적 행태인지 구분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번스 전 대사는 “유엔에서 미국이 북한과 이란 편에서 투표하는 걸 보며 이게 혁명적 상황이라고 여기게 됐다”며 “동맹국과의 신뢰가 무너졌으며 이를 결코 회복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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