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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기술 투자액, 중국이 미국의 4배
미·중 기술력 비슷... 안보 직결돼 사활
中 폐쇄적 혁신 vs 美 혁신 블록 구축
빅테크 CEO 발언 따라 주가 널뛰기
"실생활서 접하려면 10년은 지나야"

편집자주

양자기술 개발에 정부와 기업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먼저 치고 나간 미국과 중국을 추격하려면 지체할 시간이 없다. 인공지능과 로봇에 이어 패권 경쟁이 한창인 양자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본다.
구글 퀀텀AI 연구진이 2024년 12월 10일 공개한 차세대 양자컴퓨터 칩 '윌로'. AFP 연합뉴스


양자기술은 크게 '양자컴퓨팅'과 '양자암호통신' '양자센싱'의 세 분야로 나뉜다. 양자컴퓨팅의 최강국은 단연 미국. 그러나 양자암호통신 분야에선 중국 기술력이 이미 미국을 앞섰다. 양자센싱에선 양국 수준이 비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중국의 ‘양자 굴기’ 견제를 위해 한미〮일〮 주요 기업들의 연합 움직임이 빨라졌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양자기술 상용화 시점을 놓고도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된다. 그래도 10년 정도 지나면 양자기술이 만든 변화를 일상에서 접하게 될 거란 예상은 공통적이다.

양자컴퓨팅은 미국, 양자암호통신은 중국



미국 비영리 공공정책 싱크탱크인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이 조사한 ‘세계 양자 연구 및 상업화에 대한 정부 투자 발표 현황(2023년 기준)’에 따르면 양자 투자의 압도적인 1위는 중국이다. 규모가 약 150억 달러로, 미국(38억 달러)에 비해 4배 가까이 많았다. 2017년 세계 최대 규모의 국립양자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막대한 공적자금을 쏟아부은 결과다. 윤정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신안보연구실 연구위원은 “중국은 2017년 2,000㎞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양자암호통신망(QKD)을 구축했다”며 “미국 입장에선 양자 안보의 균형이 무너진 것으로, ‘제2의 스푸트니크 쇼크’로 간주됐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이 양자기술에 매달린 이유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2018년 세계 최초로 국가 차원의 양자연구집중지원법을 발표하며 향후 10년간의 대규모 지원 기반을 구축하고 양자기술 개발에 본격 뛰어들었다. 앞서 중국이 2016년 세계 최초로 양자 인공위성인 ‘묵자호’ 발사에 성공하자, 이에 놀란 미 의회가 지원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미국은 해당 법을 통해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와 국립과학재단(NSF), 에너지부(DOE) 등에 12억 달러를 배정했는데, 실제 2019~23년 미국 회계연도 기간 투자 규모는 37억3,800만 달러로, 당초 계획의 3배나 초과했다. 미국이 양자기술에 얼마나 전력투구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미국은 구글과 IBM,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같은 빅테크들이 양자컴퓨팅 연구를 선도하는 덕분에 이 분야에서 압도적 기술력을 갖췄다. 앞서 구글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자체 개발 양자컴퓨팅 칩 ‘윌로'는 성능 실험에서 현존하는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인 ‘프런티어’를 능가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달 위상 초전도체를 사용한 양자 칩 ‘마요라나 1’을 들고 나왔다. 중국은 알리바바가 2030년까지 1,000큐비트1의 양자컴퓨터를 개발한다는 계획을 밝히며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유상임(가운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달 21일 대전 유성구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초전도 양자컴퓨팅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과기정통부 제공


유럽연합(EU)은 2016년 ‘양자 선언문' 발표로 경쟁에 뛰어든 후 2027년까지 유럽 내 양자암호통신망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2022년 자국산 양자컴퓨터 1호기 구축을 국가성장전략으로 설정, 도시바와 NEC 등 핵심 테크기업을 중심으로 양자통신 분야 투자를 확대하는 중이다.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의 양자기술 개발이 2021년 범정부 ‘양자기술 연구개발 투자전략’이 확정된 뒤에야 본격화했다. 민간기업 중엔 삼성전자와 LG가 양자컴퓨터, SK텔레콤이 양자암호통신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구글+소프트뱅크, 아이온큐+SK텔레콤



최근 세계 양자기술 진영에선 긴밀한 동맹국인 한미〮일〮을 중심으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미국 상무부는 2021년 양자기술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퀀텀씨텍 등 다수의 중국 기업을 거래제한 명단에 포함했고, 2023년엔 ‘우려 국가 투자제한 행정명령’을 통해 중국 양자기술 관련 기관에 대한 미국 자본의 투자를 전면 금지했다.

반면 일본과는 2019년 미일 정상회담에서 ‘양자기술 협력에 관한 도쿄 성명’을 발표했다. 2023년 미국 시카고대와 일본 도쿄대의 양자컴퓨팅 공동연구 자금 1억5,000만 달러를 구글과 IBM이 지원했다. 지난달엔 일본 소프트뱅크가 양자컴퓨팅 상용화 선두주자라 불리는 미국 기업 큐에라에 구글과 공동으로 2억3,000만 달러를 투자하는 결정을 했다. 테크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폐쇄적 혁신 전략에 대응해 미국은 상호보완적 강점을 가진 국가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전략”이라며 “개별 국가가 단독으로 양자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 더욱 강력한 '혁신 블록'을 형성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도 2023년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자기술 공동 개발을 합의한 후, 지난달 SK텔레콤과 미국 기업 아이온큐가 전략적 협의를 맺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우리의 양자암호통신과 아이온큐의 양자컴퓨팅 기술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내려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SK텔레콤의 인공지능(AI) 사업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을 걸로 본다”고 말했다.

양자기술 분야별 세계 시장 전망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월 6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소비자·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5'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20년 뒤" vs "수년 내"... 엇갈리는 상용화 시점



양자기술 패권 경쟁으로 세계 주식시장까지 요동친다. 상용화 시점을 놓고 선도 기업들에서 엇갈린 의견이 나올 때마다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것이다. 아이온큐와 리게티컴퓨팅은 주가가 정점을 찍은 올 1월 6일 기준 각각 51.07달러와 19.51달러를 기록하며, 1년 동안 무려 313%, 1,720% 상승했다. 하지만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다음 날인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 참석해 “양자컴퓨터가 상용화하려면 20년은 걸릴 것”이라고 언급하자, 아이온큐와 리게티컴퓨팅 주가는 각각 39%, 45% 폭락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사흘 뒤인 10일 미국 팟캐스트에 출연해 “양자컴퓨터의 광범위한 도입까진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밝히면서 양자컴퓨터 관련 종목들의 주가는 다시금 10~30% 떨어졌다.

그러나 “수년 안에 기술 상용화가 가능할 것”(존 니시 마이크로소프트 성장 및 전략기획 책임자), “가까운 미래에 양자로 이점을 취할 수 있을 것”(조세프 브로즈 IBM 퀀텀 부사장) 같은 발언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아이온큐와 리게티컴퓨팅 주가는 1월 13일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같은 달 21일까지 일주일 동안 각각 62%, 131% 다시 폭등하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아마존웹서비스(AWS)가 공개한 자체 개발 양자컴퓨팅 칩 '오셀롯'. 로이터 연합뉴스


"트랜지스터로 컴퓨터 만들던 1950년대 수준"



양자기술 상용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심리는 점점 커지는 추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상용화 시점에 대해 성급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양자컴퓨터가 보안과 AI, 신약개발 등 모든 난제를 해결할 것처럼 홍보되지만, 현재의 양자컴퓨터는 아직 소인수분해 같은 특정 계산 문제에 주로 강점을 보이는 단계라는 것이다. 구글 윌로의 성능도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로 10의 25제곱 년이 걸리는 계산을 단 5분 이내에 해냈다는 '연산 능력'이 초점이었다.

양자컴퓨터 상용화엔 수백만 큐비트 이상이 필요하다. 현재 윌로에 탑재된 큐비트 수는 105개다. 안도열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지금의 양자컴퓨터는 트랜지스터로 컴퓨터를 만들던 1950년대 수준으로 보면 된다"면서 "수백만 큐비트에 도달하는 데 얼마나 걸릴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양자암호통신 또한 기업들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기술을 도입할 경제적 유인이 아직은 적다. 김은성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양자대학원장은 “양자기술로 이득을 얻는 기준에 따라 상용화 시점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면서 “양자컴퓨팅이 실생활에 들어오기까진 10년 이상 걸릴 거라고 보는 게 대부분의 시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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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비트양자컴퓨터의 연산 단위로, 컴퓨터의 '비트'에 해당한다. 비트가 디지털 정보 0과 1 중 한 값을 갖는 것과 달리, 큐비트는 0과 1을 동시에 갖는 '중첩' 상태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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