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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석방을 기점으로 국민의힘 개별 의원의 강경 투쟁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이른바 신(新) 친윤 4인방으로 불리는 5선 김기현·나경원·윤상현 의원과 이철우 경북지사 등이 그 중심에 섰다.

나경원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등이 1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 촉구 릴레이 시위를 하는 윤상현 의원과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나경원 의원은 12일 헌법재판소에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적법절차에 따라 진행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나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82명이 탄원서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나 의원이 탄원서 작성 및 서명 동참을 주도했다.

당초 탄원서는 ‘헌재는 탄핵 각하 또는 기각하라’는 취지였지만, 더 많은 의원 동참을 끌어내기 위해 ‘적법절차에 따른 재판촉구’로 제목을 바꿔 달았다고 한다.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나 의원은 ‘헌재에 대한 압박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원들의) 간절한 소망이자 읍소”라고 했다.

윤상현 의원은 11일 오후부터 24시간 동안 1인 시위를 했다. 그는 이날 의원총회 뒤 “탄핵 인용은 애초에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 탄핵안은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헌재 앞으로 달려갔다. 그를 뒤따라 국민의힘 의원 단체 텔레그램 방에선 61명 의원이 릴레이 1인 시위 동참 의사를 밝혔다.

2월 26일 서울 명동 YWCA에서 열린 신평 변호사 출판기념회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오른쪽)이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를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의원도 나 의원이 주도한 탄원서, 윤 의원이 시작한 헌재 앞 농성에 둘 다 이름을 올렸다. 그는 12일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라”고 주장한 우원식 국회의장을 향해 “참으로 염치없는 입법부 수장”이라고 비판하는 등 더불어민주당과 공수처 등에 대해 연일 강도 높은 비판 발언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중앙 정치와 거리를 두던 이철우 경북지사도 탄핵정국 들어 현안 관련 발언 빈도를 늘리며 ‘윤 대통령 지키기’에 앞장서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뜻은 달라도 음이 같은 ‘윤석열 대통령 각하’ 부르는 운동을 벌여서, 탄핵이 각하되도록 하자”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했다. 지난달 ‘세이브 코리아’의 동대구역 탄핵반대 집회에 참여해선 애국가를 부르기도 했다.

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친윤(친윤석열)계에서 멀어졌거나, 다소 거리를 두던 이른바 ‘멀윤’이란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윤 대통령 체포를 막기 위해 대통령 관저를 지키거나, 구치소 접견을 앞다퉈 다녀오는 등 당내 강경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이에 당에선 이들을 성을 앞세워 ‘김·나·윤·이’라고도 부른다. 가요계 남자 보컬리스트 4인방으로 불리는 ‘김·나·박·이’(김범수·나얼·박효신·이수)를 패러디한 것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2월 8일 오후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여권 내 반응은 엇갈린다. “어려운 시기에 윤 대통령을 돕고 있다”(친윤계 재선 의원)며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이러다 중도층이 다 떠날 것”(영남 초선 의원)이라며 우려하는 의원도 적잖다. 헌재 탄원서와 릴레이 1인 시위에 둘 다 참여 의사를 밝힌 한 의원은 “현역 의원 과반이 참여하는 데 이름을 올리지 않으면 나중에 무슨 말이 나돌까 걱정돼 참여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영남 중진 의원은 “탄핵 심판 이후 자신들의 대권이나 당권 도전 등을 위한 노림수 아니냐”고 꼬집었다.

장외 투쟁을 개별 의원의 판단에 맡긴 국민의힘 지도부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통화에서 “진짜 윤 대통령을 위한다면 헌재를 자극할 게 아니라, 차분하게 대응 중인 윤 대통령과 호흡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정훈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한 유튜브 방송에서 “집회엔 ‘내가 국민의힘이 좋아서 나가는 게 아니다’라는 분도 있다”며 “그래서 저희는 이분들의 순수성을 지켜드리고, 싸움은 원내에서 하겠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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