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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회담 후 공동성명 “항구적 평화 위한 조치” 발표
부분 휴전 제안한 우크라, 미 정보 공유 등 조건에 철회
러 협상 지연 가능성 속 유럽은 평화유지군 파견 구체화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이 1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우크라이나와 고위급 회담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을 논의하기 위해 만난 미국과 우크라이나 고위급 대표단이 30일간 휴전하는 방안에 11일(현지시간) 합의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정보 공유 중단 조치를 즉각 해제했다.

이에 따라 2022년 2월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을 향한 첫걸음을 뗐다. 그러나 러시아의 휴전 수용 여부가 불투명하고, 러시아가 큰 틀에 동의한다 해도 휴전의 세부 이행 사항을 조율하는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9시간의 고위급 회담을 진행한 후 공동성명에서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우크라이나의 항구적 평화를 회복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를 취했다”면서 “우크라이나는 즉각적인 30일간의 임시 휴전을 하자는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으며, 이는 당사자들의 상호 합의에 따라 연장될 수 있고, 러시아가 이를 수용하고 동시에 이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성명은 이어 “미국은 러시아에 상호주의가 평화 달성의 열쇠라는 점을 전달할 것”이라며 “미국은 즉각 정보 공유 중단을 해제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지원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러시아에 대해서도 합의 수용을 압박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양국은 지난달 28일 ‘노딜’ 파국으로 끝난 정상회담에서 서명할 예정이던 광물협정도 조속히 마무리 짓기로 했다.

애초 우크라이나는 미사일·무인기(드론) 등 공중전과 흑해 해상전에 국한한 ‘부분 휴전’을 절충안으로 냈는데 이날 회담에서 미국은 지상을 포함한 전선 전체를 포괄하는 휴전안을 제시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이번 임시 휴전안에 합의해야 군사 지원을 재개할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 휴전안은 ‘우크라이나를 때려 협상 테이블에 나오도록 하고, 이후 러시아가 화답하도록 쥐어짠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고 평가했다.

관심은 러시아의 휴전 동의 여부에 쏠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탱고를 추려면 두 사람이 필요하다”면서 러시아의 호응을 촉구했다. 그는 미·러 당국자들이 11일 또는 12일에 만날 것이며, 자신이 이번주 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를 추진하겠다고도 밝혔다.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 연방의 입장은 합의나 당사자의 노력으로 해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며 “러시아 연방의 입장이 만들어지는 곳은 러시아 연방 내부”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휴전을 두고 다른 조건을 제시하면서 협상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국 가디언은 러시아가 의제로 다뤄지지 않은 우크라이나 정권 교체나 평화유지군 배치 문제 등을 쟁점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개 설전도 마다하지 않았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휴전 이행을 위한 추가 협상 과정에서 반발할 여지도 남아있다. 이번 공동성명에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미국의 안보 지원이 명시되지 않았고, 향후 재추진될 미국과의 광물협정에도 미국의 안보 확약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우크라이나는 빈손으로 종전을 강요당하는 꼴이 된다.

유럽 주요국은 이날 우크라이나의 전후 안보 지원을 위해 프랑스 파리에서 군 고위급 회의를 열고 평화유지군을 포함한 ‘의지의 연합’ 논의를 이어갔다. 회의엔 미국을 제외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대다수 회원국을 중심으로 34개국 군 참모총장 및 수뇌부가 참석했다.

프랑스 대통령실은 안전 보장은 신뢰할 수 있고 장기적이어야 한다는 점,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변함없는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는 점이 이날 회의에서 합의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 각국이 지원할 병력 규모나 장비 지원 등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 계획의 뚜렷한 윤곽은 드러나지 않았다. 유럽으로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다시 침공하지 못할 만한 억지력을 갖춘 평화유지군을 만드는 게 관건이라고 AP통신은 분석했다.

유럽 국가들은 이를 위해 무엇보다 미국의 ‘안전장치’가 필수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13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미국의 지원을 설득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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