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이, 퇴근길 경찰관 도움으로 부모 찾아
지난 2일 오후 8시쯤 서울 강서구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A양이 버스에서 내려 도로로 달려가는 모습. 유튜브 채널 '대한민국 경찰청' 영상 캡처

비 오는 날 어린아이가 우산도 없이 지나간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선뜻 나서 도움의 손길을 건넬까요. 아니면 무심히 시선을 거두고 바쁜 걸음을 옮길까요. 여기, 세심한 관심 덕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한 아이의 사연이 전해졌습니다.

지난 2일 오후 8시쯤 서울 강서구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3월 초의 쌀쌀한 날씨였는데 한 어린이가 하의도 입지 않은 채 홀로 버스에 탔습니다. 다른 승객들은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요. 한 남성만이 아이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혹시 길을 잃은 건 아닌가 하는 걱정에서요.

하지만 아이는 대답 없이 창문만 바라봤습니다. 남성은 의아했지만 별수 없었죠. 얼마 뒤 아이가 벨을 누르고 내릴 준비를 하자 남성은 아이에게 자신의 우산을 건넸습니다. 우산을 들고 하차한 아이를 지켜보던 남성은 이내 깜짝 놀랐습니다. 아이가 갑자기 도로로 뛰어들었기 때문입니다.

버스에서 내려 돌연 도로로 달려가는 A양. 유튜브 채널 '대한민국 경찰청' 영상 캡처

급히 버스에서 내려 A양을 따라가는 조승희 순경. 유튜브 채널 '대한민국 경찰청' 영상 캡처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빗길에 차량들이 쌩쌩 달리고 있었거든요. 남성은 버스를 세워 달라고 기사에게 양해를 구한 뒤 급히 따라 내렸습니다. 이어 아이가 놀라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다가가 구조했습니다. 남성은 퇴근하던 현직 경찰관으로, 공항지구대 소속 조승희 순경이었습니다.

조 순경은 인근 편의점으로 아이를 데려가 일단 비를 피했습니다. 먼저 직원에게 양해를 구한 뒤 112에 신고했습니다. 아이가 착용한 목걸이에는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습니다. 해당 번호로 전화를 거니 다행히 보호자와 연락이 닿았고, 바로 위치를 알렸습니다.

알고 보니 두 시간 전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아이가 사라졌다”는 실종 신고가 접수된 상태였습니다. 부모가 애타게 찾았을 아이는 조 순경의 예리한 시선과 빠른 판단력 덕분에 무사히 집에 돌아갈 수 있게 된 겁니다.

A양을 편의점으로 데려와 안심시키는 조승희 순경과 경찰관들. 유튜브 채널 '대한민국 경찰청' 영상 캡처

떠나기 전 경찰관을 안아주는 A양. 유튜브 채널 '대한민국 경찰청' 영상 캡처

잠시 뒤 한달음에 달려온 보호자는 출동한 경찰관들과 조 순경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습니다. 보호자가 아이를 데리고 편의점을 나서려던 순간, 뭉클한 장면이 있었습니다. 아이가 문득 돌아와 경찰관을 껴안았습니다. 마음에서 우러난 ‘고맙다’는 인사였겠지요.

이런 사연은 지난 11일 대한민국 경찰청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사연을 접한 시민들은 댓글을 통해 “이런 분이 참경찰 아닌가” “자기 역할에 책임을 다하신 분께 박수를 드린다”며 찬사를 보냈습니다. “꼭 경찰이 아니더라도 저런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는 다짐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사회가 어지러운 가운데에도 여전히 낮은 곳에서 헌신하는 공무원들이 많다”는 얘기도요.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국민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4130 일본 아줌마까지 K-뷰티 입덕, 나도 내 브랜드 팔아봐? 랭크뉴스 2025.03.15
44129 중학교 교사, 수업 중 '尹 동물 비유·욕설' 의혹에…교육청 나섰다 랭크뉴스 2025.03.15
44128 주유소 기름값 5주 연속 하락…9주 만에 1천600원대 진입 랭크뉴스 2025.03.15
44127 美 "'민감국가 최하위 범주'에 韓 추가…과학기술 협력 제한 없어" 랭크뉴스 2025.03.15
44126 극단의 시대… “자신의 정의를 절대화 말라, 온유·겸손하라” 랭크뉴스 2025.03.15
44125 알래스카 주지사 방한 추진…LNG 프로젝트 투자 압박[Pick코노미] 랭크뉴스 2025.03.15
44124 맛있게, ‘힙’하게 즐긴다…비건버거의 반란 랭크뉴스 2025.03.15
44123 美 S&P 500지수 2.1%↑…작년 11월 美대선일 이후 최대폭 반등(종합) 랭크뉴스 2025.03.15
44122 역대 최장 대통령 탄핵심판…데드라인은 '4월 18일' 랭크뉴스 2025.03.15
44121 아이폰과 갤럭시간 암호화된 영상 메시지 송수신 가능해진다 랭크뉴스 2025.03.15
44120 '마지막 주말 될 수도'…탄핵 찬반 오늘 세 대결 '총력전' 랭크뉴스 2025.03.15
44119 평균 소득 직장인, 연금개혁 땐 月 6만 원 더 내고 9만 원 더 받는다 랭크뉴스 2025.03.15
44118 '젠더평등' 146개국 중 94위··· 여가부 폐지 원하는 '대한남국'의 현주소 랭크뉴스 2025.03.15
44117 선고 임박 尹 탄핵심판... '보수 주심'과 '진보 재판장' 영향은 랭크뉴스 2025.03.15
44116 "사회 초년생 주목" 청년 필수 가입 상품은[공준호의 탈월급 생존법] 랭크뉴스 2025.03.15
44115 美 에너지부 "1월 초 한국 민감국가에 추가"…4월 15일 발효 예상 랭크뉴스 2025.03.15
44114 1년 넘게 끈 '1%P 싸움' 종지부...국민연금 고갈 8년 늦춰졌다 [view] 랭크뉴스 2025.03.15
44113 美정부 "바이든정부서 한국, 민감국가 목록 최하위 범주에 추가"(종합) 랭크뉴스 2025.03.15
44112 '목사 입에서 나올 소리냐'…"이재명 암살" 발언한 전 신학대 교수 논란 랭크뉴스 2025.03.15
44111 [속보] 美 에너지부 "1월 초 한국 민감국가에 추가"…4월 15일 발효 예상 랭크뉴스 2025.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