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출입을 통제하는 경찰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있다. 하상윤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헌법재판소의 장고가 이어지고 있다. 예상보다 결론이 늦어지고 선고일조차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는 동안, 정국 불확실성과 찬탄·반탄 여론이 벌이는 싸움의 강도는 날이 갈수록 거세지는 중이다. 헌재의 신속하고 엄정한 결론 도출이 절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선고가 늦어질 것으로 보이는 정황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헌재는 어제까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공지하지 않았다. 탄핵심판 사건에서 며칠 전 선고 날짜를 알렸던 전례를 감안할 때, 금주 중(14일) 선고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더구나 헌재는 오늘 감사원장과 검사들의 탄핵심판 사건을 선고하는데, 헌재가 이틀 연속 선고기일을 잡았던 경우(1995년이 마지막)가 거의 없다. 오늘 기준으로 변론종결(지난달 25일) 후 16일이 지났다. 이번 사건 평의 기간은 이미 역대 대통령 탄핵심판(노무현 14일, 박근혜 11일) 중 가장 길다.
헌재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은 앞서 법원의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윤 대통령 담당 형사 재판부가 내란죄 수사권 논란 등 ‘수사과정 적법성에 관한 의문’을 지적한 점을 헌재 또한 검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는 하다. 그러나 헌재가 누누이 강조했듯이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위헌 여부를 따지는 데 있다. 이에 대한 고민이 길어질 이유가 없다. 그러니 헌재가 정치적 갈등과 달라진 여론 지형, 심지어 향후 정치 일정까지 고려하면서 선고 시기를 재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헌재가 사건을 다루는 속도와 자세를 바꾸는 것이야말로 불필요한 의구심만 키울 수 있다.
지금은 헌법 이외 변수에 대해 좌고우면할 상황은 아니다. 진영 논리를 강요하는 정치적 압박에서 벗어나 오로지 증거와 법리, 재판관의 양심에 따라 판단이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다. 12·3 비상계엄 과정에 중대한 헌법과 법률적 위반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명쾌한 결론을 내리기 바란다. 국민 대다수가 수긍할 수 있는 논거와 판단을 통해 국론 통합에 기여할 역사적 책임이 헌재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