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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물적 자원 충분 ‘특권층’에만 ‘사법정의 확대’ 인식
검, ‘구속 취소 시 즉시항고 합헌’ 주장 30년 만에 뒤집어


윤석열 대통령(왼쪽 사진) 구속 취소와 석방을 결정한 법원과 검찰 판단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소송법 대원칙을 재확인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내란 우두머리 혐의 피고인인 윤 대통령이 법의 허점을 파고든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지만 “법적으로 다퉈볼 여지가 있는 문제”라는 주장도 많이 있었다. 윤 대통령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한 서울중앙지법 지귀연 부장판사는 ‘기존 구속기간 산정법이 피고인의 신체 자유를 침해할 여지가 있어 불합리하다’고 봤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많은 시민의 시선은 싸늘하다. 법원과 검찰이 다룬 주요 사건에서 피고인 이익을 보장하는 ‘사법정의’는 법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권력자·특권층에서만 확대됐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일은 과거에도 법을 잘 알거나 인적·물적 자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법정에 서면 종종 벌어졌다. 결과적으로 잘못된 수사 관행을 깨고 피고인 인권 향상을 가져왔지만 그 과정도 정의롭다는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2007년 대법원의 김태환 제주지사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무죄 선고가 대표적 사례이다. 김 전 지사는 2006년 5월 재선 과정에서 공무원을 동원해 불법 선거운동을 기획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이 법원에서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 대상이 아닌 서류까지 압수한 것이 논란이 됐다. 1·2심에선 유죄로 인정해 당선무효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김 전 지사는 초호화 변호인단을 동원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얻어냈다. 당시 대법원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된 증거라도 진실규명을 위한 것이라면 증거능력의 예외를 둘 수 있다”면서도 “이런 예외를 함부로 인정하면 원칙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수사기관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첫 판결로 기록됐다.

대법원이 검찰의 잘못된 관행을 지적하며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 중요성을 재확인한 판결에서도 의외의 인물이 이득을 봤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오른쪽)이다. ‘별장 성접대 의혹’으로 기소된 김 전 차관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는데, 2심에서 뇌물 혐의가 일부 유죄 인정돼 법정구속됐다. 대법원은 항소심 증인신문 전에 검찰이 증인에 대해 ‘사전 면담’한 것을 문제 삼아 증인의 진술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무죄로 판단했다. 증인의 법정 증언 전에 사전 면담으로 압박 수사를 하던 검찰의 수사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한편 검찰은 ‘검사의 즉시항고’를 명시한 법 조항을 윤 대통령에게 적용하지 않았지만, 지난 30여년 동안 비슷한 사안에 대해 일관되게 이 조항이 위헌이 아니라고 주장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헌법재판소가 1993년 ‘보석에 대한 검사의 즉시항고권’이 위헌이라고 결정할 때, 2004년 ‘구속 취소에 대한 즉시항고’ 위헌 여부를 심리할 때, 2012년 ‘구속 집행정지 결정에 대한 검사의 즉시항고권’이 위헌이라고 결정할 때마다 검찰은 즉시항고권이 합헌이라고 주장했다. 2015년 국회에서 ‘구속 취소 시 즉시항고’ 조항을 삭제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할 때에는 김주현 법무부 차관(현 대통령실 민정수석)이 나서서 반대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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