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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8년부터 유산취득세 도입
배우자 공제는 10억으로 상향
기재부 "국세 수입 年 2조 감소"
민주당 "부자 감세 본능 못버려"
거대 야당 반발땐 법제화 불가능
정정훈(오른쪽 두 번째)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유산취득세 도입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유산취득세의 핵심은 전체 재산이 아닌 실제 상속인이 물려받는 재산을 기준으로 세금을 물리는 것이다. 그동안에는 전체 상속재산을 기준으로 세금을 책정한 뒤 이를 배우자와 자녀 등 유족이 나눠 냈는데 2028년부터는 유족마다 실제로 물려받은 재산에 따라 각자 세금을 내는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려면 세금 납부 시스템 등 행정절차 정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3년 뒤로 시행 시기를 잡았다.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유산세 방식을 채택한 곳은 한국·미국·영국·덴마크 등 4개국뿐”이라며 “OECD나 국제통화기금(IMF)에서도 유산취득세가 조금 더 과세공평이나 부의 분배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금을 걷어가는 방식에 더해 정부는 공제 방식도 개편했다. 현재는 전체 상속액에 일괄공제(5억 원) 및 배우자공제(최소 5억 원, 법정상속분 이내 최대 30억 원)가 일률 적용된다. 즉 재산 10억 원까지는 상속세를 물리지 않는 구조다. 앞으로는 이 같은 일괄공제를 폐지하는 대신 현재 1인당 5000만 원으로 실효성이 떨어지는 자녀공제를 5억 원으로 높일 계획이다. 직계 존비속에게는 5억 원, 형제 등 기타 상속인에게는 2억 원이 각각 적용된다.

여기에 배우자공제는 상속액 10억 원 이하인 경우 법정상속분과 관계없이 전액 공제해주기로 했다. 국회가 폐지로 가닥을 잡고 있던 배우자공제 최대 한도는 따로 손대지 않기로 했다. 즉 배우자에게 재산을 물려줄 때는 10억 원까지 한 푼도 과세되지 않고 자녀에게는 5억 원까지 비과세 혜택이 제공되는 셈이다.



세법 재편에 따른 절세 효과는 다자녀일수록 더 크게 설계됐다. 물려주는 재산 규모에 따라 차이가 날 수는 있지만 자녀가 많을수록 상속 재산이 잘게 쪼개져 각자 적용받는 세율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상속재산 50억 원을 배우자가 20억 원, 자녀 2인이 각각 15억 원씩 물려받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현행 유산세 방식은 총 25억 원을 공제받아 과세표준 25억 원에 높은 세율이 적용돼 8억 4000만 원의 산출세액이 나온다. 상속세 세율은 최저 10%부터 최고 50%까지의 5단계 초과 누진제 구조로 돼 있다.

반면 유산취득세 방식에서는 공제액이 30억 원으로 5억 원 더 늘어나고 자녀당 과세표준 10억 원에 기존보다 낮은 세율을 곱해 4억 8000만 원의 세액이 도출된다. 이들 4인 가구는 특별한 절세 노력 없이 세제 개편만으로도 3억 6000만 원을 아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유산취득세를 도입한 일본에서는 양자를 들여 상속세 부담을 줄이는 극단적인 사례까지 나타난 바 있다. 정부는 위장 분할, 우회 상속 등 조세 회피에 대한 대응 방안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반적으로 세 부담이 줄면서 국세 수입 역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재부는 이번 세제 개편으로 연간 2조 원의 감세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3년 걷힌 상속세는 8조 5000억 원으로 국세 전체의 2.5%에 달했다.

문제는 거대 야당의 반발 가능성이다. 이번 재편은 상속세법 개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야당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법제화가 불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반대 기류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재부 출신인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유산취득세 도입은 여야 간에 진행 중인 현행 유산세를 전제로 한 공제 확대 방안 논의에 김을 확 빼버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세청 차장을 지낸 임광현 민주당 의원 역시 “상속재산 50억 원 이하의 1자녀 일반인에게는 유산취득세 도입에 따른 혜택이 없다”며 “국민의힘과 기재부가 부자 감세 본능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여기에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와 최대주주 보유주식 20% 할증 폐지 등 기업들의 요구사항이 빠진 점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상속세 개편에서 기업들의 요구는 반영되지 않아 기업들의 생존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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