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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시기가 주목되는 가운데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깃발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김영원 기자 [email protected]


성한용 | 정치부 선임기자

고대 아테네에서는 독재자가 될 위험이 있는 인물의 이름을 도자기 조각에 써내어 6천표가 넘으면 10년간 국외로 추방하는 제도가 있었다. 도편추방이다.

모든 나라에는 고위 공직자의 직무상 중대한 위헌·위법 행위를 일반적인 사법 절차가 아니라 특별한 절차를 통해 파면하는 제도가 있다. 탄핵이다.

탄핵은 국민의 대표 기관인 의회가 정부의 고위직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는 수단으로 발전했다. 의회가 소추하지만, 사법기관이 최종 판단을 내리는 법치주의 모델이 있고, 의회가 탄핵소추와 탄핵심판을 다 하는 민주주의 모델이 있다.

우리나라와 독일은 법치주의 모델이다. 미국과 영국은 민주주의 모델이다. 어느 경우든 탄핵소추는 국민의 대표 기관인 의회의 고유 권한이다.

도편추방이나 탄핵의 공통점은 주권자가 고위 공직자를 내쫓는 제도라는 것이다. 민주주의와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일종의 긴급 장치다. 범죄자에게 형사 책임을 묻는 사법 절차와는 전혀 다르다. 따라서 탄핵에서는 그 무엇보다도 국민의 뜻이 중요하다.

2004년 3월12일 국회는 재적 의원 271명 가운데 193명 찬성으로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4·15 17대 총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 선거 운동을 했다는 이유였다.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이 주도했다.

그러나 국회의 탄핵소추는 주권자의 뜻이 전혀 아니었다. 당시 여론은 8 대 2 정도로 탄핵 반대가 우세했다. 총선을 앞두고 거대한 역풍이 불었다.

한나라당은 최악의 경우 2석, 아무리 잘해도 50석을 넘기 어렵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선거의 여왕’ 박근혜 의원이 나섰다. 121석을 건졌다.

열린우리당은 152석을 차지했다. 국회의 무리한 탄핵소추를 주권자가 심판한 결과였다. 헌법재판소는 5월14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기각했다.

2016년 12월9일 국회는 재적 의원 300명 가운데 234명 찬성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2016년 9월부터 드러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때문이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이 주도했다. 새누리당에서도 상당히 많은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탄핵심판 선고는 2017년 3월10일이었다. 선고 직전인 3월 첫째 주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탄핵 찬성 81%, 탄핵 반대 14%였다. 모든 지역, 모든 연령층에서 찬성 의견이 많았다. 자유한국당 지지자들만 76% 대 14%로 반대 의견이 많았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재판관 전원일치 파면이었다. 국회와 헌법재판소가 주권자의 뜻을 충실히 따른 것이다.

2024년 12월14일 국회는 재적 의원 300명 가운데 204명 찬성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12·3 불법 비상계엄의 책임을 물은 것이다.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 12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탄핵심판 선고를 눈앞에 둔 3월 첫째 주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탄핵 찬성 60%, 탄핵 반대 35%였다. 탄핵소추 직전의 75% 대 21%보다 좁혀졌지만, 여전히 격차가 크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지역별로는 대구·경북만 62% 대 32%로 반대 의견이 많다. 연령층은 70대 이상만 53% 대 39%로 반대 의견이 많다. 60대는 찬반이 비슷하다. 국민의힘 지지층은 87%대 10%로 반대 의견이 많다. 이념 성향에서 중도층은 71% 대 22%로 찬성 의견이 많다.

이런 여론 지형에서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하면 어떻게 될까? 60일 이내에 대통령을 다시 뽑으면 된다. 정국은 급속히 조기 대선 국면으로 넘어갈 것이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도 겪었던 일이다. 극우 세력이 일시적으로 반발하겠지만 사회는 곧 안정될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기각하면 어떻게 될까? 탄핵 기각은 주권자의 뜻을 정면으로 거역하는 것이다.

전국에서 민란이 일어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직무에 복귀하겠지만,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을 것이다. 임기 단축 개헌으로 수습하려 들겠지만, 민심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경제는 무너지고 외교·안보도 위기에 처할 것이다. 전세계는 대한민국을 정치 후진국으로 취급할 것이다. 수십년 동안 국력과 국격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언젠가 개헌을 하면 헌법재판소는 없어질 수도 있다. 주권자의 뜻을 받들지 않은 헌법기관은 존립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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