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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초저가 제품만 구매
일부 소매점 객단가 30% 하락
관세發 가격인상땐 타격 본격화
주가 하락→고소득층 지출 축소
美침체 방아쇠 증시서 당길 수도
11일(현지 시간) 미국 뉴저지주 버건카운티의 한 아시안 식료품 매장에 비유명 브랜드의 볶음면이 진열대에서 할인 판매되고 있다.

[서울경제]

11일(현지 시간) 기자가 찾은 미국 뉴저지주 버건카운티의 아시안 식료품점 진열대에 한글과 한자가 함께 쓰인 볶음면 제품들이 잔뜩 놓여 있었다. 한국 유명 브랜드 제품을 모방한 외국산 제품으로 보였다. 생소한 대신 가격은 초저가였다. 통상 8달러 안팎인 4개들이 한 묶음이 1.9달러 수준이었다. 해당 제품을 살펴보던 중국계 미국인 엘리스(가명) 씨는 “계란도 비싸고 대부분 물가 자체가 비싸다”면서도 “이 정도 가격이면 사도 될 것 같다”며 제품을 카트에 집어넣었다.

해당 슈퍼마켓을 비롯해 미국 전역에 식료품을 공급하는 현지 유통 업체의 A 대표는 기자에게 “요즘 거래처인 소매판매점들로부터 받는 가장 큰 요청 중 하나는 유명한 제품보다는 비슷한 품질의 저렴한 제품으로 공급해달라는 것”이라며 “이런 제품으로 할인 행사를 늘려야 판매점의 매출이 유지되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인플레이션 급등기는 지났지만 중산층 이하의 미국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격 불안감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국 경기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지만 소매 업체들은 이미 최근 몇 개월 새 고객들의 씀씀이가 확연히 달라지고 있는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A 대표는 “소매 업체들이 (매출을) 공개할 필요가 없어 공식 데이터에 반영되지 않을 뿐 서민 경제의 한 축인 이들의 매출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라며 “일부 거래처는 객단가(방문객당 구매 금액)가 30% 정도 떨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판매점들이 유명한 제품 대신 저렴한 제품을 찾는 이유도 방문객은 줄지 않는데 객단가가 줄어드는 추세에 맞춰 버티려는 몸부림”이라고 말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이민자 거주 지역의 슈퍼마켓에서 이 같은 매출 감소 현상이 두드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이민자들이 단속을 우려해 일용직 근무 등 근로시간이나 횟수를 줄이면서 소비 여력이 적어진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본격 시행되면서 가격 인상 압박을 받고 있는 월마트 등 대형 유통 업체들도 본격 대응에 나서고 있다. 고객들의 구매 여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관세 영향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타격이 불가피할 수 있어서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월마트가 주방용품과 의류 분야를 비롯한 중국의 일부 공급 업체들에 가격을 단계별로 최대 10% 낮춰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가격 인상분을 소비자에게 넘겨 고객을 잃는 상황으로 가지 않기 위해 공급사에 떠넘기려는 것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타깃의 최고경영자(CEO)인 브라이언 코넬은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관세에 따른) 수입 시나리오를 수립했다”며 “가격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지만 25%의 관세율이라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점도 부담이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1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지난해 1월보다 2.5% 상승했다. 지난해 9월 2.1%까지 떨어진 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고소득층을 상대하는 소매판매점의 분위기는 다소 다르다. 맨해튼 일대의 고급 레스토랑에 식자재를 공급하는 김C마켓의 창업자 라이언 김 최고경영자(CEO)는 “거래처들을 보면 공급량을 줄이거나 저렴한 제품을 대체해 달라는 요구는 나타나지 않는다”며 “오히려 신규 거래를 하고 싶다는 문의가 종종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미시간대에 따르면 1월 기준 소득 상위 33%인 소비자들의 재정상황지수는 112.0인 반면 하위 33% 소비자는 61.0으로 두 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100을 넘으면 1년 전보다 재정 상황이 나아졌다고 느낀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관세 우려에 따른 증시 하락이 미국 경제의 향방을 결정지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소비의 절반을 떠받치는 상위 10% 고소득층의 소비가 둔화할 경우 경기가 빠르게 가라앉을 수 있어서다. 마이클 가펜 모건스탠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기본적인 전망은 침체를 피할 것이라는 것”이라면서도 “현시점에서 침체의 방아쇠가 주식시장의 하락에서 나올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내다봤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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