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할증 항의’ 캐나다에 두 배 보복
양보받자 곧장 철회… 증시 롤러코스터
철강·알루미늄에 25% 무차별 선전포고
양보받자 곧장 철회… 증시 롤러코스터
철강·알루미늄에 25% 무차별 선전포고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트럼프 행정부 정부효율부(DOGE) 수장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11일 미 워싱턴 백악관 사우스론(남쪽 잔디밭)에서 테슬라 전기차에 탑승해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동맹국도 가리지 않고 공격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막무가내식 ‘관세 독재’가 이어지고 있다. 대(對)미국 전기료 인상으로 항의해 보려던 캐나다는 ‘두 배로 보복하겠다’는 트럼프의 서슬에 뜻을 굽혔다. 철강과 알루미늄에 예외 없이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전 세계 대상 무차별 선전포고도 트럼프가 예고한 날짜에 강행됐다.
“경제 무너뜨려 합병하려는 심산”
트럼프는 11일 오전(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에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세율은 그가 다음 날부터 다른 나라에 적용할 25%의 두 배였다.
트럼프의 심기를 건드린 데 대한 징벌이었다. 미국과 접경한 캐나다 온타리오주(州)는 전날 미국으로 수출하는 전기에 25% 할증료를 부과했다. 트럼프가 무역 갈등을 고조시키는 관세를 포기하지 않으면 전력 공급을 차단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모험의 대가는 컸다. 캐나다는 미국에 철강을 가장 많이 파는 나라다. 더그 포드 온타리오 주지사는 이날 SNS 엑스(X)에 공개한 미국 상무부와의 공동 성명을 통해 “미 미시간·뉴욕·미네소타주 수출 전기에 대한 할증료 부과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엄포가 통하자 트럼프도 물러섰다. 기자들과 만나 “아마 (결정을) 재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50% 인상 선언 뒤 5시간여 만이었다. 이후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도 미국 경제매체 CNBC 인터뷰에서 “대캐나다 추가 관세는 발효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트럼프는 캐나다를 대등한 동맹국으로 보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당선 뒤 누차 51번째 주로 병합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캐나다 경제를 무너뜨리기 위한 수단이 관세라는 게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판단이다. 이날도 트럼프는 SNS에 캐나다가 양보하지 않을 경우 캐나다산 수입 자동차에 고관세를 물려 캐나다 자동차 제조업을 영원히 문 닫게 만들겠다고 협박했다.
관세에 차별 없다, 트럼프 마이웨이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12일 호주 시드니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호주는 국가 차원 총력전에도 이날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부과를 시행한 미국으로부터 면제를 얻어 내지 못했다. 시드니=AP 연합뉴스
오락가락하는 트럼프 관세 정책에 미국 뉴욕 증시는 이날 롤러코스터를 탔다. 장 초반 저가 매수에 나섰던 투자자들은 트럼프의 대캐나다 공세와 함께 투매로 돌아섰다. 갈등이 봉합되며 낙폭이 줄기는 했지만 전날 급락한 증시는 이날도 하락을 면치 못했다.
트럼프와 시장의 인식 괴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을 “전혀 예상하지 않는다”며 일축했다.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워싱턴 행사에서는 대미 투자에 따른 고용 창출을 언급하며 “관세가 (경제에) 엄청나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 기업 사이에서 경제 ‘연착륙’ 언급이 급감했다고 이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전미자영업자연맹(NFIB)은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경제가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확신이 사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 세계 대상 철강·알루미늄 관세 25% 적용
트럼프의 ‘관세 전횡’은 다음 날도 이어졌다. 지난달 10일 미국 대통령 포고문 예고대로 미 동부시간 기준 12일 0시 1분(한국시간 12일 오후 1시 1분)부터 미국이 수입하는 모든 철강·알루미늄과 파생 제품에 25% 관세가 부과됐다. 트럼프 집권 2기 첫 모든 무역 상대국 대상 관세 적용이다.
모든 예외와 면제가 폐지되며 한국산 철강 대상 면세 쿼터(연간 263만 톤)도 사라졌다. 대신 수출 물량 족쇄가 없어져 한국 철강에 대미 수출량 확대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미국 업체 제품 가격 경쟁력 강화 악재도 무시하기 어렵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한국 철강 수출액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3%다.
동맹이라는 이유만으로 트럼프에게 혜택을 기대할 수는 없다. 영국·캐나다 등과 함께 미국의 핵심 동맹인 호주도 철강·알루미늄 관세 면제를 얻어 내는 데 실패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이번 결정이 “전적으로 부당하다”고 이날 기자들에게 말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제외되지 않는 형태로 추가 관세 부과가 시작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미국의 이번 관세에 대한 대응 조치로 다음 달부터 260억 유로(약 41조 원)에 해당하는 미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코넬대 교수 에스와 프라사드는 미국 뉴욕타임스에 “동맹 관계가 소용없어지면 세계 질서가 불안정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