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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다음주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 경찰차벽이 세워져 있다. 김혜윤 기자 [email protected]

“솔직히 말해서 어떻게 되든 판결이 빨리 나면 좋겠어요. 여기 학교도 있는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잡화점을 하는 김정연(49)씨는 바로 맞은편에 있는 재동초등학교가 걱정이다. 자신도 출근길에 지인과 통화하면서 “여기 시끄럽다”고 말했다가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심한 욕설을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길을 막아선 지지자들에게 비켜달라고 해도 욕설이 날아온다고 한다. 12년째 ‘연중무휴’로 가게를 운영 중인 김씨는 탄핵심판 선고일엔 휴업할지 고민 중이다. 김씨는 “외국인도 ‘안전한 거 맞느냐’고 묻는다. 손님도 없고 스트레스를 받아 자진해서 휴업 중인 주변 상인들도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일정이 안갯속인 가운데 수주째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벌이는 집회·시위 소음과 위협에 인근 상인과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2일 오전 헌재 앞 상황을 살펴보니, 지지자들은 서울지하철 3호선 안국역 출구에서 ‘스톱 더 스틸’(STOP THE STEAL) 손팻말을 들고 행인들을 향해 “탄핵 각하”를 큰소리로 외치거나 위협적으로 쫓아가기도 했다. 헌재 정문 앞 인도는 1인 시위와 단식 농성, 자유 발언을 하는 지지자들이 차지해 행인들은 차도로 내려가 지나가야만 했다. 지지자들은 헌재 맞은편에도 자리를 잡고 시위를 하는 한편, 골목길 등 인근을 배회했다. 행인들은 “다른 길로 가자”며 발길을 돌리는 모습이었다.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ㄱ씨는 “(헌재가) 하루라도 빨리 상황을 끝내야 한다. 다음 주까지도 (선고가) 안 되면 여기 상인은 어떻게 피해를 회복해야 하느냐”고 했다. 분식집을 하는 김정분(72)씨도 “종일 확성기 소리가 들리니까 스트레스를 엄청 받고 (무서워서) 가슴이 벌렁벌렁한다”며 “언제 끝나려는지 깝깝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헌재 바로 앞에 산다는 주민 김아무개씨는 “집을 들어갈 때도 (지지자들을) 피해서 빙 돌아서 간다. 밤에도 시끄럽다. 잠 좀 편하게 자고 싶다”고 했다.

헌법재판소가 다음주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들머리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혜윤 기자 [email protected]

헌재에서 약 100m 떨어져 있는 재동초는 전날 학부모들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내, 이날 정규수업 뒤 즉시 하교를 학생들에게 권고하며 1~3학년은 보호자 대면 하교를 권장했다. 이날 하굣길 아이를 데리러 온 학부모들의 걱정은 더욱 컸다. 정문이 굳게 잠긴 재동초 앞엔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몇몇 지지자들이 서성였다. 학부모 안나희(40)씨는 “방학 때부터 계속 이런 상태여서 개학하면 괜찮을까 했는데 더욱 심해졌다”며 “학교 안까지 소음이 들린다. 가능하면 빨리 해결되거나 아이들이 위험하니까 이곳에서 시위를 안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를 데리러 온 50대 최아무개씨도 “서부지법에서도 사고가 났으니까 여기서도 그런 일이 벌어질까 봐 걱정된다”며 “상황이 빨리 끝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과 종로구청은 선고일 지정이 임박하면서 대책을 마련 중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탄핵심판 선고 당일 유·초·중·고·특수학교 11곳이 임시휴업한다고 밝혔다. 종로구청도 전날 헌재 주변 도로변 상가를 대상으로 적치물 철수 협조를 요청했다. 철수 대상 물품은 입간판, 화분, 의자 등 통행을 방해하거나 무기 등으로 쓰일 수 있는 물건들이다. 헌재에서 약 1㎞ 떨어진 곳에서 장사하는 노점상들에게도 선고일 당일 ‘휴업하는 게 어떻겠냐’는 협조 요청을 했다. 구청 관계자는 “시위대가 노점상의 시너통을 탈취할 가능성 등을 우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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