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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시행규칙 제정 두고
의사협회·간호협회 갈등고조
[서울경제]

4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간호사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의정갈등으로 전공의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상급종합병원들이 수술, 입원 건수 감소 등을 이유로 신규 간호사 채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간호대학장협의회가 19개 간호대학을 상대로 진행한 '간호대학 졸업생 취업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졸업하는 간호대 졸업생의 취업률은 약 34%(졸업생 1707명 중 578명)에 그쳤다. 이는 지난 79.1%, 2023년 81.9%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뉴스1


6월 시행을 앞둔 간호법의 하위법령을 두고 의사, 간호사 단체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진료지원(PA) 간호사의 업무 범위에 골수천자, 기관삽관 등 그간 의사가 시행해온 고난도 업무가 포함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을 두고 의사단체가 시행 중단을 촉구하자 대한간호협회(간협)가 "근거 없는 위기론 조장"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간협은 12일 성명을 내고 "간호사의 업무 범위 확대를 담은 간호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은 간호사가 의료인으로서의 법적 자격을 갖추고 체계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간호법 시행규칙이 의료시스템을 완전히 붕괴할 수 있다는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의 주장은 근거 없는 무책임한 '남 탓' 선동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간협은 의사단체의 왜곡된 주장이야말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현재 의료현장은 의사 인력 부족과 간호사 업무 과중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며 "필수의료와 응급의료 분야에서 의사 혼자 모든 진료를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환자 안전은 더욱 위협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간호법에 명시된 대로 간호사 의료행위는 의사의 전문적 판단과 지도하에 이뤄지기에 의료행위를 무분별하게 허용하는 게 아니다"라며 "간호법을 근거로 간호사가 숙련된 자격을 갖추고 제도권 내에서 진료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의료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필수적 변화"라고 강조했다.

앞서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전일(11일) 성명을 내고 "간호법 시행규칙 예고 안은 의사가 행할 수술과 치료 등의 동의서 작성, 환자에 대한 약물 처방권과 골수채취 등 의사 직역에서도 과별 전문성을 부여해 시행한 부분까지 PA 간호사에게 허용해 부실 의료를 조장하고 의료면허를 유명무실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정부를 향해 "PA 간호사를 보호한다는 이유만으로 환자 안전을 도외시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한 바 있다.

PA 간호사는 임상 현장에서 특수검사나 시술 등 의사 업무의 일부를 대신 수행하는 인력이다. 의료법상 별도 규정이 없는 탓에 그동안 불안정한 지위에서 사실상 '불법' 업무를 해왔다. 정부는 작년 2월 의대 증원 추진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하고 의료공백이 커지자 PA 간호사를 법적으로 보호하는 내용의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상급종합병원에 전문의와 진료지원(PA) 간호사 비율을 늘려 병원을 떠난 전공의 공백을 메우겠다는 계획이다. 이후 간호법 제정으로 PA 간호사들이 법적 지위를 획득하게 됐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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