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유산취득세 도입 방안’ 발표
“상속세 과세 인원 절반 이하로 줄 듯”
“상속세 과세 인원 절반 이하로 줄 듯”
서울 시내의 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75년째 유지해 온 ‘유산세’ 방식의 상속세 체계를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사망자가 남긴 상속재산 총액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현행 방식에서, 개별 상속인이 실제 물려받는 금액에 과세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유산취득세가 도입되면 상속세 과세 인원이 현재보다 절반 이하로 줄어들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12일 이런 내용의 ‘유산취득세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상속세는 피상속인(사망자)이 남긴 전체 상속재산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고, 모든 상속인이 함께 세금을 부담한다. 하지만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면 개별 상속인이 취득한 재산을 기준으로 세금을 납부한다. 우리나라는 1950년 유산세 방식으로 상속세를 도입한 뒤 지금까지 이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실제 받은 상속재산에 따라 취득세를 매기는 방식이 보다 합리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기재부가 그간 검토해온 개편안을 이날 발표한 것이다.
개편안에 따라 유산취득세로 상속세제가 개편될 경우 납부세액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현재 상속증여세는 누진세 구조기 때문에 상속재산이 클수록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데, 취득세 구조로 바뀔 경우 상속재산이 분할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녀 3명이 27억원을 물려받는 경우, 기존 유산세 방식에서는 전체 상속재산 27억원에 세율 40%(10억원 초과∼30억원 이하)가 적용된다. 반면, 유산취득세에서는 각 상속인이 물려받는 9억원에 세금을 부과해 30%의 세율(5억원 초과∼10억원 이하)이 적용된다.
정부는 납세자마다 적용되는 공제제도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공제는 과세표준(세율이 적용되는 금액)을 결정할 때 일정 금액을 차감해주는 제도로, 실제 세 부담을 결정하는 중요 변수다.
국회예산정책처
현재 ‘일괄공제(5억원)’ 또는 ‘기초공제(2억원)+자녀공제(1인당 5천만원) 등 추가공제’ 가운데 더 큰 금액을 전체 상속재산에서 차감해 과세표준을 정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특정 상속인이 받는 공제 혜택이 다른 상속인에게도 영향을 주는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상속인 중 장애인이 있을 경우 기대여명(남은 수명)에 1천만원을 곱한 금액이 공제되는데, 이 혜택이 전체 상속인의 상속재산에서 차감되는 구조인 것이다.
기재부는 유산취득세 체계에서는 일괄·기초공제를 폐지해 ‘인적공제’로 일원화하고, 개별 상속인 특성에 따라 각자 공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또 자녀공제를 5억원으로 상향해 상속받는 자녀마다 따로 공제해주고, 배우자는 10억원까지는 법정상속분을 초과하더라도 공제해주기로 했다. 만약 배우자가 상속받는 금액이 10억원을 넘으면 법정상속분과 30억원 가운데 적은 금액을 공제키로 했다. 유산취득세로 분할돼 상속재산 자체가 줄어드는 데다, 개별 상속인마다 적용되는 공제마저 큰 폭으로 늘리는 셈이다.
예를 들어, 배우자가 없는 피상속인이 15억원의 상속 재산을 3명의 자녀에게 물려줄 경우 현행대로라면 일괄공제 5억원을 제외한 과표 10억원에 대해 2억4천만원의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자녀 상속인이 각각 5억원의 인적공제를 적용받으면 과세표준 자체가 0원이 된다. 앞으로는 상속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다른 경우를 상정해 보면, 배우자와 자녀 2명이 20억원을 각각 배우자가 10억원, 자녀가 5억원씩 상속받을 때, 지금까지는 배우자 상속액이 법정 상속분(8억5714만원)을 초과하고, 자녀들이 받은 상속 재산도 일괄 공제(5억원) 범위를 넘어서기 때문에 2억원가량의 세금을 내야 했다. 하지만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면 배우자와 자녀 모두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배우자 공제 10억원, 자녀공제 5억원이 상속인 각자에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여기에 더해 인적공제 최저한도도 10억원으로 별도 설정하기로 했다. 개별 상속인마다 적용되는 인적공제의 합산이 현재 적용되는 인적 공제의 단순 합산(일괄공제 5억원+배우자공제 5억원)을 밑돌지 않도록, 최소한 10억원의 인적공제를 보장하겠다는 뜻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면 상속세 과세 인원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2023년 기준 전체 피상속인(사망자) 29만여명 가운데 상속세를 한 푼이라도 낸 과세 인원은 2만명 정도에 그치는데, 이 숫자가 다시 절반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이야기다. 적용 세율이 낮아지는 효과까지 더해지면 상속세수는 더욱 큰 폭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정부는 입법예고 등 의견수렴을 거쳐 오는 5월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만약 올해 안에 법안이 통과되면 2년간 준비 기간을 거쳐 2028년부터 유산취득세가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