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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 12일 개봉
마약왕이 성전환 후 갱생하는 모습 그려
칸·오스카 각 2관왕… 멕시코 비하 논란도
'에밀리아 페레즈'는 성전환 수술을 한 마약왕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뮤지컬로 풀어낸 이색적인 영화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나쁜 사람 변호에 지쳐 있다. 언제까지 보조로 일하나 고민이 크기도 하다. 변호사 리타(조이 살다나)는 홀어머니 살림까지 챙겨야 할 처지니 못마땅하더라도 일을 그만둘 수 없다. 누군가 리타에게 전화해 자신을 도우면 부자로 만들어 주겠다고 한다. 비밀리에 만난 이는 악명 높은 멕시코 마약왕 마니타스(카를라 소피아 가스콘)다. 성전환 수술을 해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 한다. 리타는 보안을 유지하며 마니타스의 요구를 관철시켜야 한다. ‘성공 보수’는 수백만 달러다.

마약왕 성전환을 돕게 된 여자 변호사

마약왕 마니타스는 성전환으로 에밀리아가 된 후 자선사업가로 변신해 마약전쟁으로 가족이 실종된 사람들을 도우며 유명 인사가 된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는 파격적이다. 폭력과 살인으로 점철된 삶을 산 잔혹한 마약왕이 여성이 되고 싶어 한다는 욕망부터 기이하다. 마니타스가 여성 에밀리아(가스콘)가 된 후 리타와 함께 선행을 베풀며 사회적 주목을 받는 모습이 독특하기도 하다. 춤과 노래가 서사를 이끈다. 총이 수시로 등장하고 납치와 살인이 주요 소재이며 치정이 이야기를 전진시키는 영화로는 이색적인 방식이다.

파격은 보는 재미로 이어진다. 마니타스가 리타의 도움으로 수술에 성공한 후 세상에서 사라지는 모습, 마니타스가 에밀리아가 되고 리타와 재회하는 대목, 에밀리아가 ‘모성애’를 발휘해 아내 제시(설리나 고메즈)와 기괴한 동거를 시작하는 장면 등이 긴장의 밀도를 높인다. 춤 동작을 따라가는 카메라의 세밀한 움직임, 흥겹거나 처량한 음악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메시지는 선명하다. 마니타스는 마초로 행동하며 세상을 마약과 피로 오염시키지만, 성전환한 에밀리아는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 자신이 했던 일로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슬픔에 찌든 세상을 정화해 간다. 에밀리아의 언행은 위선으로 보일 수 있으나 회개와 갱생에 가깝다. 마니타스는 성전환을 하기 전 리타에게 이런 말을 한다. “몸을 바꾸면 인식이 바뀌고, 인식이 바뀌면 사회가 변한다.” 그는 폭력만이 생존을 위한 방식이었던 환경을 벗어나고 싶어 했다. 몸을 바꾸고 새 생명을 얻은 후 그는 선행으로 새 삶을 일궈간다. 에밀리아라는 새 인생을 곁에서 돕는 이는 리타다. 세상을 바꾸는 여성 연대에 대한 은유다.

황금종려상 수상 오디아르 감독이 메가폰

춤과 노래가 '에밀리아 페레즈'의 서사를 이끈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디판’(2015)으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프랑스 감독 자크 오디아르가 연출했다. ‘내 심장을 건너뛴 박동’(2005)과 ‘예언자’(2009), ‘러스트 앤 본’(2012) 등을 통해 명성을 쌓은 이 대가는 이번에도 폭력을 렌즈 삼아 인간이라는 심연을 들여다본다. 오디아르 영화의 특징인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 전개, 리듬감 있는 편집이 여전히 매력적이다.

오디아르 감독은 프랑스 작가 보리스 라종의 소설 ‘들어봐(Écoute)’ 속 마약상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당초 오페라 대본으로 썼다가 변호사 역할이 남자에서 여자로 바뀌면서 영화가 더 어울리겠다는 판단에 영화 각본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해 제77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과 여자배우상(카를라 소피아 가스콘, 조이 살다나, 설리나 고메즈 공동 수상)을 받았고, 지난 2일(현지시간) 열린 제97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 최다인 13개 부문 후보에 올라 여우조연상(조이 살다나), 주제가상을 수상했다.

여러 논란에 둘러싸인 영화이기도 하다. 멕시코 비하 논란과 반발이 따랐고, 오스카 여우주연상 유력 후보였던 가스콘은 과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인종차별 언급으로 구설에 올랐다. 가스콘은 성전환한 배우다. 가스콘의 영화 속 노래를 인공지능(AI)으로 보정한 점이 논쟁이 되기도 했다. 1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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