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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고용↓·실업↑·'쉬었음’ 역대 최대
‘쉬었음’ 주된 이유 “원하는 일자리 없어서”
정부 兆 단위 예산 투입 수년째지만 ‘악화’
“다양한 쉬었음 형태 따른 촘촘한 정책 要”

일할 능력이 있지만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가 청년층에서 50만명을 넘어섰다.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청년 ‘쉬었음’ 인구가 50만명대를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경제 활동을 하고 있는 청년들마저도 취업은 줄고, 실업은 늘고 있다. 정부는 조(兆) 단위의 청년 일자리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되레 상황이 악화하는 모습이다.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관련 고용 지표가 지난달 모두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의 취업자 수는 1년 전과 비교해 23만5000명 감소했는데, 실업자 수는 5000명 증가했다. 전체 인구를 고려한 고용률은 44.3%로 1.7%포인트(p) 하락했고, 실업률은 7%로 0.5%p 상승했다. 올해 2월 고용률은 2021년 2월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다.

지난달 18일 대구 달서구 계명대학교 성서캠퍼스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이 학사모로 햇볕을 가리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연합뉴스

경제·비경제활동인구 모두 청년 고용 현실 ‘암울’
경제활동 인구(취업·실업)뿐만 아니라, 잠재적 경제활동 인구인 비경제활동 인구에서조차 청년층은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더 문제다. 청년 ‘쉬었음’ 인구는 50만4000명으로 전년 대비 6만1000명 늘었다. 청년층 중에서도 10대가 아닌 사회 초년생인 20대의 ‘쉬었음’ 증가가 컸다. 2003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청년 쉬었음이 50만명대를 기록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규모가 최대치임은 물론이다.

‘쉬었음’은 일할 능력이 있는데도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을 뜻한다. 정부는 ‘쉬었음’ 청년의 60%가 직장 경험이 있고 1년 내 취직할 계획이 있는 이들, 나머지 40%가 의욕이 없는 이들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이 ‘쉬었음’으로 주저앉아버리는 주된 이유로는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가 꼽히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1년 이상 ‘쉬었음’ 경험이 있는 청년 300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 한 결과, ‘쉬었음’을 택한 사유로 ▲적합한 일자리 부족(38.1%·중복 응답) ▲교육·자기 계발(35.0%) ▲번아웃 27.7% ▲심리적·정신적 문제 25.0% 순으로 많이 꼽았다.

‘쉬었음’ 상태가 불안하다고 답한 비율은 77.2%에 달했는데,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경험하는 불안이 고립·은둔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보고 있다. 국무조정실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고립·은둔 청년의 비율은 5.2%로 2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는데, 이것이 고용 문제와 연관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청년층 고용 악화 문제는 나아가 정부가 현재 가장 큰 당면 위기로 여기는 혼인·출산과도 연관된다. 결혼 계획이 있는 미혼 청년 비율은 2022년 75.3%에서 지난해 63.1%로 급감했고, 출산 의향이 있는 비율도 63.3%에서 59.3%로 떨어졌다. 이철희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인구클러스터장은 이런 인식 악화를 초래한 이유에 대해 “지난 2년 동안 청년과 관련한 고용률이나 비정규직 비율 등 여러 지표가 많이 나빠졌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래픽=정서희

‘청년 고용’ 수년째 兆 단위 예산 투입에도 백약 무효
정부도 청년층 고용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수년째 여러 가지 처방을 내리고 있다. 장주성 기획재정부 인력정책과장은 “취직 계획이 있는 ‘쉬었음’ 청년 60%에 대해선 일자리 매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나머지 구직 의욕이 없는 40%를 위해서 ‘청년고용올케어플랫폼’을 3월부터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청년고용올케어플랫폼은 대학을 졸업한 뒤 4개월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미취업’ 상태인 청년들을 찾아가 1대1로 직업 훈련, 인턴 알선 등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는 맞춤형 플랫폼이다. 최근엔 ‘올해 신규 채용을 늘리자’며 경제6단체와 일자리 창출 협약을 맺기도 했다.

청년 취업 문제에 투입하는 예산도 매년 늘리고 있다. 정부는 청년층 취업 예산을 지난해 1조9689억원에서 올해 2조2922억원으로 확대했다. 구체적인 사업으로는 ▲청년고용올케어플랫폼 175억원 ▲일 경험(인턴 연계) 프로그램 2141억원 ▲K디지털 트레이닝(디지털 산업 현장 실무 경험·교육) 4781억원 ▲일자리 도약 장려금(청년 채용 기업 지원) 7772억원 ▲청년 도전 지원(구직단념자 대상 상담·자신감 회복·진로상담 프로그램) 717억원 등이 있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한 현실이다. 특히 청년층 ‘쉬었음’ 문제는 추경호 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재직 시절인 2023년부터 정부가 해결해야 할 주요 아젠다로 제시된 바 있는데, 약 2년이 흐르도록 개선은커녕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9월 24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4 고졸성공 취업·창업 페스타에서 관계자가 학생들이 적은 소망쪽지를 붙이고 있다. /뉴스1

“‘쉬었음’ 다양한 양상 고려해 촘촘한 정책 설계해야”
전문가는 청년 ‘쉬었음’에도 다양한 양상이 있음을 지적하며 이에 맞는 정책의 ‘디테일’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청년 ‘쉬었음’ 인구가 오랫동안 40만명대로 유지되다가 이번에 50만명대로 올라섰는데, 이것이 증가 추세인 것 자체로는 생산성이 낮아진다는 점에서 국가적으로 손실”이라면서도 “다만 ‘쉬었음’ 청년 안에도 다양한 분포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노동시장 여건이 좋지 않아서도 있지만, 혼자 살다 보니 ‘소득 활동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자기 필요에 의해 쉬는 트렌드 등 다양한 양상이 있기 때문”이라며 “아직은 그런 세세한 수요들에 맞춘 정책이 아니다 보니 ‘쉬었음’ 청년들에 가닿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각종 청년 일자리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기까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달 출범한 청년고용올케어플랫폼에 다소나마 기대를 걸고 있다.

정부는 현재 대학생 130만명에 정보 제공 동의를 받았고, 올해 졸업 예정 대상자 55만명을 우선 주시하고 있다. 이들 중 미취업 상태가 장기화한 이들을 찾아가 5만명을 노동시장으로 이끄는 것이 올해 목표다. 장 과장은 “기업들과 신규 채용 협약을 맺은 만큼 이 역시 올해 노력의 성과가 나타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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