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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표그룹 계열사 에스피앤모빌리티 로봇 주차, 태국 등 12개국 진출
지하 깊이 팔 필요없어 공사비 절감
콘크리트 차실 활용해 화재 예방 효과도
페라리 등 전장 긴 슈퍼카도 입고 가능

지난 5일 태국 방콕의 복합 쇼핑몰 ‘위즈덤(Whizdom) 101’. 3번 고속도로로 방콕과 다른 도시를 이어주는 수쿰빗 로드(Sukhumvit Road)에 접해있는 이 쇼핑몰 지하 1층 주차장에는 녹색 선을 따라 은색 BMW 차량이 주차장 속으로 입고되고 있었다.

이곳은 삼표그룹 계열사인 에스피앤모빌리티(SP&Mobility)가 자사 자동 로봇 주차 시스템인 ‘엠피시스템(MPSystem)’을 활용해 주차 시스템을 구축한 곳이다. 에스피앤모빌리티는 자동 로봇 주차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셈페르엠과 삼표그룹의 합작법인이다. 이곳은 최대 690대의 차량을 입고시킬 수 있도록 설계됐다.


◆ 담뱃값 2개 두께의 로봇이 차량 2㎝ 들어 올려 주차

검은색 복장의 주차 요원들이 차량을 ‘턴테이블’로 불리는 원형 철제 선반 모형 위에 세우자 차량은 90도로 회전했다. 차량이 세워져 있는 철제 선반 아래 레일을 따라 직사각형 본체에 4개의 팔을 가진 로봇 ‘듀오(Duo)’가 미끄러지듯 나왔고 팔을 뻗어 차량을 2㎝가량 들어 올린 후 그대로 입구로 옮겼다. 전(全) 과정은 2분이 채 안 걸렸다. 차체를 들어 올리는 이송 로봇 듀오의 두께는 담뱃값 2개 정도인 20㎝에 불과했다.

국내에서 사용하는 기계식 주차장은 입구(게이트)까지 운전자가 차를 운전해야 한다. 또 차량을 한번 주차하면 그 자리에서 옮기지 못한다. 그러나 로봇 이송장치를 이용한 이 시스템은 운전자가 게이트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 또 기존에 주차된 차량을 옮기면서 비어있는 공간을 찾아 병렬주차를 할 수 있어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지하 2층에는 지하주차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관제실이 있었다. 관제실 모니터에는 5개의 게이트에서 현재 몇 개의 차량이 주차를 위해 움직이고 있는지, 각 게이트를 통해 이미 입고된 차량은 몇 개인지, 그리고 차량의 주차 위치가 실시간으로 나타났다. 출고 중인 차량의 번호와 출고 상태도 원형 시계 시스템으로 볼 수 있었다.

방콕 에까마이(Ekkamai) 지하철역 인근에 있는 ‘윈덤 가든 수쿰빗 42 호텔(Wyndham Garden Residence Sukhumvit 42)’ 1층 로비에선 투숙객들이 비접촉식(RF‧Radio Frequency) 카드로 출차와 주차를 신청하는 중이었다. 이 호텔은 태국 증시에 상장된 대기업인 샴 에셋(Siamese Asset) 그룹이 2019년 지은 건물을 미국 윈덤 호텔 앤 리조트 그룹이 호텔로 리뉴얼한 곳이다. 모든 투숙객은 RF카드 또는 지문으로 로봇 자동주차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고 1층 카페에 앉아 설치된 모니터로 차량의 이동 상태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에스피앤모빌리티는 1990년대부터 엠피시스템을 활용한 로봇 주차 시스템을 개발해왔고 현재는 4세대 로봇을 활용해 세계 12개국, 1만183곳의 차실을 운영하고 있다. 태국은 수도 방콕과 파타야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엠피시스템의 로봇 주차를 속속 도입하고 있는 국가다.

태국에서 로봇 주차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이유는 해수면이 낮은 지형적 특성과도 연관이 있다. 엠피시스템 로봇 주차를 이용하면 지하를 깊이 파지 않고도 효율적으로 주차공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국은 지대가 낮은 국가로 꼽힌다. 특히 1000만명 넘는 인구가 사는 수도 방콕은 방콕 만과 인접한 차오프라야강 삼각주(Chao Phraya River delta)에 위치해 홍수에 취약한 지역이다. 지구온난화로 방콕 인근 해수면이 매년 1.2㎝씩 상승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땅을 깊이 팔 수 없는 공간적 제약이 있는데 주차공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로봇 주차시스템으로 눈을 돌리는 셈이다.

김성주 엠피시스템 부대표는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우리나라의 아파트처럼 지하로 깊이 땅을 파서 주차공간을 확보할 필요가 없고 효율적인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며 “특히 해수면과 얼마 차이가 나지 않아 지하로 깊이 땅을 파서 건물을 지을 수 없는 태국과 같은 지리적 특징이 있는 국가에서 안성맞춤인 시스템이라 현지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콘크리트로 전기차 화재 걱정도 덜해

엠피시스템이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주차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전기차 화재와도 연관이 있다. 아파트 주차장이나 기계식 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면 삽시간에 주차장 전체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전체 주차장이 철골 구조로 만들어진 기계식 주차장에 화재가 발생하면 철근이 녹아내리면서 모든 주차 차량이 일거에 무너져 내릴 가능성도 있어 위험이 더욱 커진다. 그러나 엠피시스템은 로봇 이동 장치를 이용해 각층별 콘크리트 차실을 운영하고 있어 화재가 발생해도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방콕 펫차부리 로드(Phetchaburi Road) 옆에 있는 고급 콘도인 ‘Thru Thonglor’에서 확인한 차실 내부가 이런 방화 시스템을 잘 보여주는 곳이다. 스카이 그라지(Sky Garage)로 불리는 차실은 층별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스카이 그라지 지하에 주차돼 있던 흰색 스즈키 SUV 차량은 엠피시스템이 작동하자 레일을 따라 움직이는 차량 이송장치에 실려 엘리베이터를 통해 지상으로 출고됐다. 출고가 끝나는 데는 2분 정도 걸렸다.

차재영 에스피앤모빌리티 팀장은 “철근 구조로 맨 위쪽에만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기계식 주차장과 달리 콘크리트로 열을 차단하도록 설계돼 있고 각층별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도록 만들어 화재가 발생해도 큰불로 확산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는 시스템”이라며 “전기차 시대에 주목해봐야 할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태국 방콕의 고급 콘도인 ‘Thru Thonglor’ 주차장에서 차량이 출고되고 있다. / 사진 = 에스피앤모빌리티(SP&Mobility) 제공

층고 낮추고 경제성 잡았다…두바이도 반해

엠피시스템의 로봇 주차는 사업장별 환경에 맞춘 5가지 전용 이송장치로 차를 병렬로 배치한다. 이 때문에 램프 등의 주차를 위한 공간이 필요하지 않아 운전자가 직접 주차하는 자주식 주차장과 견줘 같은 공간에 차량을 더 많이 주차할 수 있다. 자주식 주차장이 9개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에 엠피시스템의 로봇 주차 시스템을 도입하면 21개 차량을 넣을 수 있다.

또 주차장 조성을 위해 지하로 땅을 깊이 파지 않아도 된다. 이런 장점 때문에 이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국내‧외 현장도 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신축하고 있는 지점에 엠피시스템을 적용하기로 하고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기존 자주식 주차장으로 사용하려던 공간을 엠피시스템으로 바꾸면서 주차 대수는 2304대에서 2478대로 174대(7.5%) 늘었다. 지하로 파야 하는 깊이도 기존 36.7m에서 30.7m로 16.3%(6m)가 줄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본사를 둔 다국적 물류 회사 ‘두바이 포츠 월드(Dubai Ports World)’도 신축 공사 중인 본사 건물에 엠피시스템의 주차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985대의 차를 주차할 수 있고 블루투스를 이용해 주차를 원하는 직원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주차와 출차를 예약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방콕과 파타야 등 태국 주요 도시에 엠피시스템 로봇 주차를 배급하는 아비람 시타칼린(Abhiram Sitakalin) 파크플러스(Parkplus)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등 비슷한 로봇 주차 시스템을 제공하는 곳들이 있지만, 엠피시스템과 계약을 맺은 것은 이 시스템이 거의 모든 종류의, 다양한 크기의 차를 입고할 수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라며 “정해진 규격의 차만을 넣을 수 있는 다른 시스템과 달리 페라리 같은 슈퍼카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엠피시스템뿐”이라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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