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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의료현장 정상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승의 위선'(7일), '어른의 편협'(10일). 대한의사협회(의협) 부회장을 맡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연달아 올린 페이스북 글이다. 7일 정부가 내놓은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 동결 선언에 대한 일종의 답장이다. 제목처럼, 그의 답은 'NO'였다.

전공의 대표의 거부 반응은 "내년 0명 선발" 등을 만지작거리는 의협보다 한술 더 떴다. 특히 의정갈등 맞은편에 선 정부보다 정부 옆에 서서 제자들의 복귀를 호소한 '스승·어른' 의대 교수에 감정의 날을 잔뜩 세웠다.

의대 학장들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함께 '3058명 복귀'를 발표한 데엔 "학장이라는 자가 정부 권력에 편승해 제자들을 시궁창에 빠뜨리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생들을 상대로 사기와 협박뿐"이라고도 했다.

의대생이 복귀할 수 있도록 전공의가 도와달라는 이종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 인터뷰를 인용한 글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후배들 건들지 말라며 앞장서도 모자란 판에, 처단하겠다는 자를 믿고 굴종하라 한다"면서 "정작 학생들 겁박하는 건 당신들(학장) 아닙니까"라고 직격했다. "학생들은 철부지가 아니"라며 사실상 의대생 휴학을 부추겼다.
10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비어 있다. 연합뉴스
사직 전공의 입장에선 정부의 뒤늦은 '회군(回軍)' 선언이 불만일 수밖에 없다. 이달 말까지 의대생이 복귀하지 않으면 다시 2000명 증원하겠다는 조건도 마찬가지다.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가 '안 돌아오면 증원하겠다'는 조건을 붙이면서 일종의 협박이 됐는데 학생들이 돌아오겠나"라고 했다.

하지만 박 비대위원장이 '차선책'이라도 끌어내려던 의대 교수를 싸잡아 공격하는 순간, 의정갈등은 휘발되고 내부갈등만 남았다. 그의 글이 공개된 뒤 의료계 단체 카카오톡방 등에선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교수들의 인생을 부정하는 것", "의협 부회장 표현으로서 적절치 못하다" 등의 반발이 쏟아졌다. 의료계의 통일된 의견을 모으는 게 중요한 시기, 오히려 소금을 뿌리는 결과에 가까워졌다.

휴학 당사자인 의대생의 목소리도 이런 잡음에 묻혔다. 그런데도 화살은 안으로만 향한다. 11일 박 위원장은 페이스북 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중앙일보에 "(교수들이) 잘못을 저지른 윤석열 대통령에겐 찍소리도 못하면서, 학생들에겐 제적시키겠다며 협박한다"면서 "의료계 부조리를 조장하고 방조해온 건 교수들인데, (지금껏) 뭘 했나"라고 밝혔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 둘째)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학생 복귀 및 의대교육 정상화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반면 정부 발표에 맞설 대안 제시는 찾아보기 어렵다. "의대생 교육 문제 해결이 우선이고,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같은 문제도 다 해결돼야 한다"고 언급하는 정도다. "학생들 인생이 달린 문제"(이종태 이사장)라면서 ▶내년 정원 동결 ▶2027년 이후 정원은 의료계와 구성한 추계위서 결정 ▶의학교육 위한 교육부 지원책 구체화 등을 끌어낸 교수들보다 구체적인 건 없다.

의료계 내에선 박 위원장의 강경 행보를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보는 이가 많다. 전면에 나선 그의 한마디가 전공의·의대생, 더 나아가 의협의 전체 여론처럼 '과대대표' 된 지 오래라서다. 합리적 의견이 사라지는 부작용만 남았다. 한 복학 의대생은 "의료 시스템이 박단 한 사람에게 좌우되는 모양새가 말이 되냐"고 한숨 쉬었다.

내년 정원 조정의 '골든타임'은 이제 3주 안팎. 이대로면 박 위원장의 '비토'대로 흘러갈 거란 우려가 나온다. 한 필수의료과 의대 교수는 "의협이 의료계 대표 단체로서 내부를 설득하면서 정부와 협상해야 하는데, 김택우 회장은 보이지 않고 박 위원장 말에 흔들리는 게 문제다. 빈손으로 끝나면 결국 김 회장과 박 위원장, 두 사람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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