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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바스프·콘티넨탈·보쉬, 구조조정 돌입
탈원전 독일, 코로나·러-우 전쟁에 전기료 폭등
산업 생산량 10년 전보다 ↓… GDP는 2년째 감소

한때 제조업 기술을 기반으로 유럽의 강자로 군림하던 독일이 최근 몇 년 새 높은 에너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유럽의 병자’로 전락했다. 인공지능(AI) 패권을 노리는 미국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에너지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첨단 기술이 발전하면서 에너지가 국운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 독일과 미국의 사례를 통해 대한민국 에너지 정책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본다.[편집자주]

독일어로 ‘국민차’란 뜻을 가진 폭스바겐(Volkswagen)은 지난해부터 독일 내 공장 10곳 중 3곳을 폐쇄해 수만명 규모의 일자리를 감축하고, 직원들의 급여를 10%씩 삭감하는 내용의 구조조정에 나섰다. 세계 최대 규모의 화학 기업 바스프(BASF)도 지난해 독일 루트비히스하펜 공장 폐쇄를 포함해 2600개의 일자리를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독일의 자동차 부품업체 콘티넨탈(Continental) 역시 지난해 7150명의 일자리를 감축하겠다고 선언했고, 올해 초에는 2026년까지 자동차 연구개발 부문에서 3000명을 감원하겠다고 추가로 발표했다. 자동차 부품 및 전동 공구로 유명한 보쉬(Bosch)는 2032년까지 독일 내 사업장에서 3800명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5500명을 감축할 계획이다. 125년의 역사를 가진 브랜드이자 ‘고장 안 나는 세탁기’로 유명한 독일 가전 기업 밀레(Miele)도 자국 내 일부 공장을 폴란드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독일 볼프스부르크의 폭스바겐 공장./로이터 연합뉴스

독일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공장 문을 닫거나 인력을 줄이고 주변국으로 생산 거점을 옮기며 ‘탈(脫)독일’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경기 침체에 뒤이어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비용이 폭등한 영향이다. 독일산업연합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독일 기업 가운데 59%가 해외로 생산 거점을 옮기려는 이유로 ‘에너지 안보 및 비용’을 꼽았다.

독일의 에너지 비용 폭등은 자초한 영향이 크다. 러-우 전쟁 직전 독일은 천연가스의 55.2%, 석탄의 56.6%, 석유의 33.2% 등 대부분의 에너지를 러시아에서 수입했다. 그러나 전쟁 이후 유럽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며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나섰고, 러시아는 그 반대급부로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 원유 공급을 통제했다.

지난 10년간 탈원전 정책을 추진해온 독일은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이 막히면서 전력 생산 능력을 대거 상실했고, 이는 전기 요금 폭등으로 이어졌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London Stock Exchange Group)에 따르면, 지난 2023년 독일의 평균 도매 전기 요금은 2019~2021년 가격의 두 배 수준으로 상승했다. 지난해 겨울에는 전기요금이 평소의 10배 수준까지 치솟기도 했다.

독일 산업계가 입은 타격도 컸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이 막히자 이를 주원료로 사용하던 화학 부문이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독일화학산업협회(VCI)에 따르면, 러-우 전쟁의 여파로 독일 내 화학 기업 10곳 중 1곳은 생산을 영구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래픽=정서희

이 밖에도 전기료가 치솟으면서 평소 전력 소비량이 높은 철강, 플라스틱, 배터리, 자동차 등 독일의 핵심 산업계 역시 일제히 생산 감축에 나섰다. 동시에 비싼 전기료가 제조 비용에 고스란히 반영되면서 수출 경쟁력도 악화했다.

일련의 과정에서 독일 특유의 관료주의도 에너지 위기를 키운 원인으로 작용했다. 일례로 독일의 식품가공업체 지이에이(GEA)는 전력 자급을 위해 공장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하고 전력 공급 허가를 신청했지만, 1년이 넘도록 승인을 받지 못했다.

최근 독일 산업계는 10년 전보다 못한 수준의 생산량을 기록하고 있다. 독일 연방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1년을 기준치(100)로 둔 산업 생산량은 지난 2017년 11월(116.3) 정점을 찍었으나,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4월 일시적으로 77.1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에도 생산 규모는 대부분 100을 하회했고, 지난해 말에는 88.3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독일의 국내총생산(GDP)은 4조3053억유로(약 6713조원)으로 전년 대비 0.2% 감소했다. 0.3% 감소를 기록한 지난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위축된 것이다. 루스 브랜트 독일 연방 통계청장은 “수출 산업 경쟁 심화, 높은 에너지 비용, 높은 금리 수준, 불확실한 경제 전망 등 주기적이고 구조적인 압력이 독일의 경제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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