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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새 학기 증후군
게티이미지뱅크

친구·선생님 등 새로운 환경 노출
불안감·스트레스에 이상 행동
주의력 결핍·틱장애 나타날 수도
증상 심한 경우 약물치료로 호전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민서(가명)는 학교 가기 전 화장실을 들락날락하기 시작했다. 막상 화장실에 가면 소변도 안 나오는데 계속 소변이 마렵다면서 한 시간에 10번 이상 화장실에 간다. 화장실에 가느라 학교를 지각하는 날도 있다. 같은 반 승민이(가명)는 최근 계속 배가 아프다고 한다.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보면 특별히 문제가 없는데 아침마다 배가 아프다면서 운다.

한 소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10일 “3월 신학기가 되면 이처럼 ‘분리 불안’이나 학교 부적응 문제로 학교에 안 가겠다고 해서 부모 손에 이끌려 병원을 찾는 아이들이 한 달에 서너 명 정도 된다. 보통 새 학기 시작하고 1~2주 지나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신학기는 새로 만나는 친구들과 선생님 등 여러 가지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는 시기다. 아이들은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거나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로 인해 등교 거부증, 주의력 결핍, 틱장애 등 정신과 질환이 나타나거나 악화할 수 있다. 이른바 ‘새 학기 증후군’이다. 부모는 자녀의 상태를 잘 살펴서 혹시라도 이상 행동이 관찰되면 전문가 상담을 통해 최대한 빨리 원인을 찾고 치료해야 한다.

예민한 기질을 타고났거나 수줍음 많고 긴장을 많이 하는 아이들은 처음 학교에 갈 때 불안해하면서 부모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행동을 보일 수 있다. 특히 학교에 가지 않으려 하는 경우, 또 수업 중간에 집으로 돌아오거나 여기저기 아프다고 하는 경우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 학교 적응에 어려움이 큰 경우 ‘분리불안 장애’로 진단되는데, 학교에 가기 시작하는 7~8세 시기에 가장 흔하다.

전문가들은 아이가 등교를 거부하는 경우 부모·보호자와 분리를 차례대로 연습하면서 서서히 혼자 학교에 갈 수 있게 적응시키라고 조언한다. 처음엔 교실 자리까지 함께 가 주고 이후 교실 문 앞, 복도 입구, 건물 입구까지 동행하는 식이다. 부모나 보호자를 떠올리거나 연결되는 느낌이 들게 하는 물건을 지니고 다니는 것도 불안을 다스리는 데 도움 된다. 엄마, 아빠의 사진이나 인형 등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태엽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목소리를 들어야만 하는 경우엔 휴대전화를 주고 정말 불안하면 전화를 하라고 할 수도 있다”면서 “다만 이 경우 전화 거는 횟수를 조정하고 적절한 상황에서만 전화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통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만큼 어떻게 하면 불안을 달랠 수 있을지 미리 약속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증상이 심하거나 오래 지속한다면 아이의 불안한 마음을 읽고 아이를 안심시켜주는 놀이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다. 경우에 따라 항우울제나 항불안제 같은 약물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신학기에 부모들이 가장 걱정하는 게 아이의 ‘산만함’이다. 학교같이 조직화한 생활이 필요한 환경에서 더욱 드러나기 때문이다. 약간의 산만함을 병적 문제로 받아들여 지적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주변에 피해를 줄 정도로 산만한 아이를 ‘크면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해 방치하다간 치료 적기를 놓칠 수 있다. 산만한 아이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거나 불안과 우울감이 높은 아이일 수 있다. 적기에 치료해야 아이의 산만함이 또래 관계나 학습 문제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런 아이들은 아무리 야단쳐도 조금 지나면 다시 산만해져 꾸지람으로는 별 소용이 없다.

더구나 집이나 학교에서 계속 야단맞으면 자기 자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하게 되고 고학년으로 갈수록 학업에 흥미를 잃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 만큼 학기 시작 무렵 교사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특별히 관심을 가져주도록 협조를 구해야 한다. 홍민하 강동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ADHD의 경우 대표 증상이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충동성으로 3가지 모두 나타날 수도 있고 한두 가지가 두드러지기도 한다”고 했다.

이태엽 교수는 또 “아이의 불안과 우울은 부모의 성향이나 정서적 환경과 관련성이 있다”며 “부모가 자신의 불안을 스스로 견디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하거나 아이를 다그치고 있지는 않은지도 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스트레스로 ‘틱 장애’가 새로 생기거나 심해질 수도 있다. 틱은 본인이 의식하지 못한 채 시도 때도 없이 특정 동작(이마 찌푸림, 눈 깜빡임, 어깨 으쓱댐, 머리를 끄덕이거나 흔듦 등)을 하거나 음성(중얼거림, 헛기침, 코 훌쩍임 등)을 내는 증상이다. 상당수의 틱은 기능에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적극적인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증상이 심해 당사자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다른 사람에게 잦은 눈총과 지적을 받을 정도가 되면 소아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야 한다.

이 교수는 “특히 틱은 스트레스가 많고 긴장을 많이 하게 되는 학년 초에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 틱은 지적받으면 더 악화하는 특성이 있어서 학생의 특성을 모르는 새 학년 선생님이나 친구들이 틱을 지나치게 지적하거나 야단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증상이 심한 경우 간단한 약물치료로 틱을 호전시킬 수 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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