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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 아이 업고 새마을부녀회 가입
50년 넘게 새마을운동 한길 걸어
2015년 전국 첫 여성 이사장 당선
새마을운동 역사 입지전적 인물
박 대령 재판 내내 '잘했다' 응원
"채 상병 죽음 억울함 없어야"
박정훈 대령의 어머니이자 경북 포항시 북구 우창동 신경북새마을금고 이사장에 당선된 김봉순(76)씨가 지난 10일 포항의 한 카페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포항=김정혜 기자


지난 5일 치러진 전국 동시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에서 조합원 수가 4,200여 명이나 되고 경북 포항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포항시 북구 우창동 신경북새마을금고 이사장에 당선된 김봉순(76)씨. 그는 오래전부터 포항에서 유명인사였다. 50년 이상 포항지역 새마을운동에 열정을 쏟았고, 지난 2015년에는 전국 새마을금고 가운데 여성으로는 처음 이사장에 당선될 만큼 새마을운동사(史)와 포항 여성사에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이번 당선으로 재선에 성공한 그가 유명한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박정훈 대령의 어머니여서다. 박 대령이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에도 소신을 지켜 유명해진 뒤 그의 어머니가 한평생 새마을운동에 헌신한 김씨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포항지역에선 “역시 김봉순 아들”이라는 찬사가 흘러 나왔다. 새마을금고는 새마을운동 정신을 계승한 금융공동체다.

새마을금고 이사장 당선증이 나온 지난 10일 포항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씨는 “6년 전 이사장 선거 때 4표차로 패배한 뒤 너무 아쉬워 그 자리서 바로 출마를 결심했다”며 “나이가 많아도, 여성이라도, 할 수 있다는 마음만 있으면 못 할 게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경북 청송군 출신인 김씨는 스물한 살 포항으로 시집와 낙후된 동네를 바꿔보겠다며 첫아이를 낳자마자 등에 업고 새마을부녀회에 가입했다. 22년간 새마을부녀회장으로 활동한 그는 '여장부'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 정도로 우창동 새마을금고 확장에도 앞장섰다.

김씨는 “우창동은 지금은 인구가 3만 명이 넘고 새마을금고도 포항에서 두 번째로 클 정도로 발전했지만 30년 전만 해도 연탄공장 등이 있는 포항의 변두리였다”며 “잘사는 동네가 되려면 나부터 힘을 보태야 한다는 마음으로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부지런히 뛰어다녔다”고 회상했다.

박정훈 대령의 어머니이자 경북 포항시 북구 우창동 신경북새마을금고 이사장에 당선된 김봉순(76)씨가 지난 10일 포항의 한 카페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포항=김정혜 기자


김씨는 박 대령과 두 살 위 큰아들 모두 머리를 빡빡 밀어 키웠다고 한다. 그는 “한눈팔지 말고 올곧게 자라야 한다는 생각에 빡빡 깎여 ‘빡빡이’라 놀림을 받기도 했다”며 “엄마의 강한 정신력 때문에 한창 멋 부릴 나이에도 헤어스타일 하나 마음대로 못하게 한 것 같아 요즘은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소신을 굽히지 않은 박 대령을 자랑스러워하면서도 "재판에 넘겨져 무죄 판결을 받기까지 지난 1년 3개월의 시간이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박 대령의 최후 변론을 들으면서 ‘내 아들이지만 어떻게 저렇게 정의롭고 올바를까’ 감동했다”며 “재판 내내 ‘잘했다. 이게 해병대 정신이고 군인 정신’이라고 북돋워줬지만 너무 안쓰러워 부처님께 기도하며 많은 눈물을 흘렸다”고 토로했다.

국민의힘 당원이면서 대선 때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경제인 여성위원장에 임명돼 당선을 적극 도왔던 김씨는 채 상병 사건과 비상계엄 등을 지켜보며 윤 대통령에게 느낀 실망감과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윤 대통령이 후보 연설을 하러 포항에 왔을 때 성격이 화끈해 보여 국정을 잘 이끌 거라 생각했는데 박 대령을 결국 재판정에 세우는 걸 보고 너무 실망했다”며 “비상계엄으로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국회에 총부리를 겨누는 걸 보면서 크게 절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령은 채 상병에게 '너의 죽음에 억울함이 남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두 아들을 바르게 키워온 정신으로 박 대령이 국민에게 정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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