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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지지자가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폭동 사태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의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공소장 46페이지를 보면 화분을 손으로 잡아당겨 넘어뜨리는 방법으로 파손했다고 돼 있어요. 깨졌다는 건가요? 특수공용물건손상 혐의라 깨졌다, 안 깨졌다가 있어야 하는데….”(재판장)

서울서부지법 폭동 가담자 63명 중 23명의 첫 재판이 열린 지난 10일, 법정에선 흥분한 변호인 주장과 이를 검찰 쪽에 확인하는 재판부의 목소리가 수차례 엇갈렸다. 피고인들은 ‘개별 혐의가 모호해 공동범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중의 위력’에 의한 범죄라며 개별 피고인 혐의를 공소장에 두루뭉술하게 담은 검찰은, ‘필요하다면 공소장 변경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김우현) 심리로 열린 법원 침탈 사건 첫 재판부터 검찰과 피고인들은 치열하게 공방을 벌였다. 피고인 쪽은 검찰 공소장 문구 하나하나를 문제 삼아 혐의 내용이 불분명하다고 주장했고, 검찰은 사건의 본질이 아니라고 맞섰다.

피고인들은 우선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된 직후인 지난 1월19일 새벽 49명이 법원 후문을 ‘강제로 개방’해 법원에 들어가 ‘공동범행(특수건조물침입)’을 저질렀다고 한 부분을 문제 삼았다. 피고인 쪽은 ‘피고인들 모두 법원 후문을 강제로 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49명 모두’가 같은 의도를 가지고 법원 후문을 강제 개방하지 않은 만큼, ‘다중의 위력’이라는 조건이 붙어 처벌 수위가 크게 높아지는 ‘특수’건조물침입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검찰은 “피고인들 모두가 후문을 직접 개방했다고 기소한 것은 아니다.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 공소장 변경을 검토해보겠다”면서도 “직접 후문을 개방하지 않았으니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1월18일 저녁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차량을 막아선 행위를 두고도 비슷한 논박이 이어졌다. 피고인 쪽이 ‘특수’공무집행방해와 ‘특수’감금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자, 재판부는 문구 확인에 나섰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공수처 차량을 가로막은 행위가 별개의 공소사실인지, 다중의 위력을 설명하기 위한 부분인지 문구를 명확히 해달라”고 검찰에 요구했다.

법원에 난입해 난동을 부린 피고인들이 죄책을 덜기 위해 무리한 주장을 이어가는 부분도 있지만, 검찰이 이를 자초한 대목도 없지 않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1월18일에 경찰을 폭행하고 공수처 차량을 위협하고 서부지법의 담을 넘고 △1월19일에 서부지법에 난입한 이들 대부분의 혐의를 ‘공동범행’으로 묶어 서술했다. 그런데 피고인들 각각의 구체적인 혐의 내용은 두세줄로 소략했다. 피고인 쪽에서 ‘개별 피고인의 혐의가 불분명한데, 어떻게 공동범죄가 될 수 있느냐’고 항변하는 이유다. 검찰 관계자는 한겨레에 “공소사실에 모든 내용을 담을 수 없기 때문에 재판부의 요구가 있다면 그에 따라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등) 필요한 조처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이번 사태는 몇몇 참가자들의 돌출 행동이 아닌, 기소된 피고인들이 ‘다중의 위력’을 보여 발생한 공동범죄라는 점을 강조한다는 설명이다.

피고인만 63명에 이르는 서부지법 난입 사건 재판은 ‘분할 심리’로 이뤄진다. 지난 10일 피고인 23명이 첫 재판을 받은 가운데, 오는 17일에는 24명, 19일에는 16명의 재판이 이어진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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