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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만 구독자를 보유한 한·일 혼혈 유튜버 아이자와 유우키가 지난달 27일 성폭력 무고를 호소하며 채널을 삭제하는 등 활동을 중단했다. 유튜브 채널 '유우키의 일본이야기' 캡쳐

구독자 121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 ‘유우키’(아이자와 유우키·34)는 최근 자신의 성범죄 무고를 호소하며 돌연 활동을 중단했다. 한·일 혼혈인 유우키는 잔잔한 일본 거주 일상을 소개해 인기를 끈 인물이다.

발단은 코스프레와 온라인 방송 BJ 활동을 하는 이모(31)씨와의 지난해 4월 술자리였다. 이씨는 유우키가 성희롱을 했다고 주장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유우키 측은 “당시 이씨가 술에 취한 유우키의 핸드폰을 가져가 사생활 관련 내용 등을 빼냈고, 사촌오빠라는 사람을 통해 8000만원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씨는 유우키를 강제추행 혐의로 서울 마포경찰서에 고소했다. 그는 유우키가 자신의 신체 부위를 만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경찰은 “주점 등의 폐쇄회로(CC)TV에서는 피해자를 추행하는 장면이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며 “사건 전후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도 두 사람이 아무렇지 않게 대화하는 모습이 확인된다”고 무혐의 처분했다.

이후 유우키는 이씨를 무고죄 등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자 지난달 27일 이씨는 얼굴을 공개하지 않고 활동하던 유유키의 사진을 엑스(X·옛 트위터) 등에 유포하고 그가 성추행했다고 재차 주장했다. 결국 유우키는 불송치 결정서를 공개한 뒤 “이 사건으로 너무나 힘들었다”며 유튜브 계정을 삭제하고 자취를 감췄다.

유명 유튜버의 갑작스런 퇴장으로 온라인상에선 성범죄 무고 처벌 강화 논란이 재점화됐다. 논란이 커지자 이씨는 지난달 28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솔직히 저도 (유우키가) 성추행을 했는지 안 했는지 모른다”며 “지인이 그걸(성추행) 봐서 나중에 나한테 말해준 거였다”고 해명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비동의 강간죄 및 성범죄 처벌 강화 3대 법안 발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정혜경 의원실


국회, 비동의간음죄 발의…성범죄 무고 양산 갑론을박
성폭력 무고 피해를 호소하는 건 유명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50대 A씨는 알고 지내던 30대 여성 B씨와 2023년 11월 술자리를 가졌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가 식당과 주거지에서 B씨의 가슴을 만지는 등 강제추행을 했다는 혐의였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이용제 판사는 지난달 17일 A씨가 무죄라고 판단했다.

이 판사는 “식당이나 아파트 주차장, 엘리베이터의 CCTV 영상을 보면 두 사람은 다정한 연인 사이라고 봐도 무방해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B씨가 A씨의 주거지에서 나오기 직전 두 사람은 상당한 다툼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분노, 배신감 등을 겪은 B씨가 A씨의 주거지에 있었던 일을 과장하거나 허위로 진술했을 개연성을 전적으로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A씨를 대리한 이용익 변호사(어텐션법률사무소)는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이 나오면 B씨를 무고죄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5일 국회에서 비동의간음죄(강간죄) 법안이 발의되면서 성범죄 무고죄를 둘러싼 갑론을박은 더 커졌다. 비동의간음죄의 핵심 쟁점이 무고 증가 우려이기 때문이다. 비동의간음죄는 강간죄의 구성 요건을 가해자의 ‘폭행 또는 협박’에서 피해자의 ‘동의 여부’로 바꾸자는 법안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국회전자청원 홈페이지의 ‘비동의강간죄 입법 반대에 관한 청원’ 동의 수는 5만 명을 넘어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이승우 변호사(법무법인 정향)는 “어느 시점까지는 서로 동의가 있더라도 시간이 흐르거나 장소가 옮겨진 시점에서 동의가 철회됐다고 주장하면 피의자는 입증할 방법이 거의 없기 때문에 무고한 피해자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성범죄 무고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배경에는 죄질보다 형량이 낮다는 법 감정이 깔려있다. 무고죄의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하지만 2022년 대검찰청이 발간한「사법질서 저해 사범(무고·위증)의 양형에 관한 연구」용역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범죄의 2021년 1심 선고 평균 형량은 9.13개월에 그쳤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반면 무고죄 입증은 까다롭다. 고소인이 허위 사실을 인식하고 형사 처벌 등을 목적으로 상대방을 신고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면 무고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경찰청에 따르면 무고죄는 매년 4000건 안팎으로 접수되지만, 실제 처벌에 이르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한다. 서울의 한 경찰서 여청과장은 “포렌식으로 거짓말을 했다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는 한 무고 사실을 입증하는 건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성범죄 피해자 두 번 운다…무고죄 처벌 강화 딜레마
하지만 무고죄 처벌을 강화했을 때 생기는 딜레마도 만만치 않다. 성범죄 피해자의 신고가 위축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2023년 6월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이 같은 우려 등을 의식해 법무부가 제안한 무고죄 형량 강화에 대해 논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성범죄에서 무혐의 결론은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의미도 포함되는 것”이라며 “이러한 점을 고려하지 않고 무고죄 처벌을 강화하면 피해자의 입을 막겠다는 얘기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성범죄 피해자의 고통을 이해하면서도, 무고한 이들을 보호할 사회적 책임에 관한 논의도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희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비동의간음죄 입법은 관련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공청회를 열어 무고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합의하는 등 충분한 공론화 과정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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