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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시위자들이 탄핵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11일로써 변론종결 14일째를 맞았다. 헌재가 이날에도 선고기일을 통지하지 않으면서 변론 종결부터 선고까지 걸린 시간은 노무현(14일)·박근혜(11일) 전 대통령의 사례를 넘어섰다.



대통령 탄핵 변론 종결부터 선고까지 역대 최장
이날 헌재는 오는 13일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의 탄핵 사건을 선고하겠다고 공지했다. 헌재가 통상 선고 2~3일 전 일정을 고지하는 것을 고려하면 윤 대통령 탄핵 선고는 이번 주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의 경우 각각 사흘 전, 이틀 전에 선고기일이 공지됐다. 앞서 헌재는 “이 사건을 탄핵심판 사건 중 최우선적으로 심리한다(지난해 12월 16일 헌재 브리핑)”고 공지했으나 선고기일은 검사·감사원장 사건이 먼저 잡혔다.

숙고가 길어지는 배경으로는 재판관들이 전원 일치를 시도하고 있을 가능성이 언급된다. 헌재 헌법재판연구부장을 지낸 김승대 전 부산대 로스쿨 교수는 “만약 소수의견이 있을 경우 그것을 합치는 과정 또는 소수의견을 인정하고 그것을 결정문에 넣는 과정에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만장일치를 위한 설득에 이르기 전 단계일 수 있다”며 “선고를 할 만큼 사실관계가 충분히 해명되고 법리 적용이 성숙했다는 합의를 아직 이루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헌재에 따르면 재판관들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수시로 평의를 열며 심리를 이어갔다. 평의는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된다. 평의가 열리는 회의실 안에는 재판관 외에는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며, 서류가 필요할 경우 재판관이 직접 가지러 나간다고 한다. 다만 전직 재판관들의 회고록이나 자료에는 평의의 모습이 비교적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 헌법재판실무제요는 헌법재판의 이론 및 실무에 관해 설명하기 위해 헌법재판소에서 발간하는 개괄서다.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사건 헌법재판소 평의가 열리고있는 회의실 앞에서 기자들이 취재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시윤 전 헌법재판관의 구술서에는 선고 시기를 결정하던 긴박한 순간이 담겼다. 이 전 재판관은 “사법서사법시행령에 대한 헌법소원 선고 연기 여부를 평의에 부쳤더니 4대 4가 나와, 변정수 전 재판관이 캐스팅보트가 됐다”고 했다. 그는 “한병채 전 재판관이 ‘만약 여기서 결단을 못 내리면 재떨이가 날아간다’고 윽박을 하니까 선고한다고 해서 위헌선언에 이르렀다”며 “그 점에 대해서는 변 전 재판관을 높게 평가한다”고 돌이켰다.

2023년 발간된 헌법재판실무제요에 따르면 평결을 어떻게 진행할지 자체를 두고도 재판관 의견이 갈리기도 했다. 1994년 선고된 국세기본법 제42조 제1항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5인은 “헌법소원의 적법성에 대한 재판은 재판관 과반수의 찬성으로 족하다”며 “나머지 4인도 본안에 참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반면 재판관 4인은 해당 헌법소원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며 각하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의견이 충돌할 경우 “재판관의 의견 사이에 서로 다른 부분을 제거하면서 공통적인 부분을 발견해 나가는 방식으로 도출될 수 있다”고 헌법재판실무제요는 제시한다.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은 지난해 발간된 구술서에서 “서로 의견이 다른 사람들끼리 모여서 토론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가운데 하나의 결론 아니면 두 개의 결론으로 압축해내니까, ‘아, 이게 민주주의구나’ 하고 깨달았다”며 “덮어놓고 조용히만 있는 게 능사가 아니라서 의견 발표도 자유스럽게 했다”고 했다. 김 전 소장은 평의 과정에 대해 “처음부터 (주심 재판관이) 자초지종을 설명하면 서열 낮은 사람부터 차례차례 의견을 낸다”고 했다.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청사의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틀 연속 선고는 1995년 한 번뿐
당초 지금까지 대통령 탄핵심판,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사건 등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이 금요일에 선고됐던 점을 고려해 오는 14일(금요일) 선고를 예상하는 의견도 있었으나 이날 검사 탄핵 기일 지정으로 가능성이 작아졌다. 헌재가 이틀 연속 선고를 한 것은 1995년 12월 27~28일 선거구간 과도인구편차 헌법소원 사건과 일반 사건을 연달아 처리한 사례 한 번뿐이다.

헌재의 장고는 여러 정치 일정과도 맞물려 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만일 오늘(12일)을 넘어서 인용되면 4·2 재보궐선거는 조기 대선과 따로 치러야 한다. 오늘까지 결론이 나오면 4·2 재보궐선거를 대선과 함께 치를 수 있다. 법리적으로는 심판 사건 접수일로부터 180일 이내에만 종국 결정을 선고하면 된다. 다만 아무리 늦어도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는 4월 18일 이전에는 결론이 나올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여러 차례 평의를 거치며 재판관 논의가 성숙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선고가 크게 늦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검사 탄핵은 별개의 사건으로 봐야 한다”며 이번 주 선고도 여전히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임 교수는 “지난 14일간 집중 평의를 해온 만큼 이미 윤곽은 나왔을 것이고, 결정문을 다듬으며 적절한 선고 시기를 조율하는 단계일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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