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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 AP=연합뉴스

'마약과의 전쟁' 과정에서 반인도적 살상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체포된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국제형사재판소(ICC)로 압송됐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두테르테 전 대통령을 태운 비행기가 필리핀 마닐라 국제공항에서 이륙했다. 필리핀 당국은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ICC로 이송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필리핀 경찰이 ICC 체포영장 발부에 따라 홍콩에서 마닐라로 입국한 두테르테 전 대통령을 마닐라 국제공항에서 체포했다고 밝힌 지 수 시간 만이다.

ICC는 이날 오후 두테르테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를 확인하면서 그가 구금되는 대로 첫 심문 일정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ICC에 따르면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필리핀 남부 다바오시 시장이던 2011년 11월부터 마약 범죄 소탕 작전을 벌였고, 2016년 대통령 취임 후 이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마약과의 전쟁을 명목으로 대규모 살상을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한 달여 뒤인 2016년 8월 "나는 그들을 학살하게 돼 기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가 마약 복용자나 판매자가 곧바로 투항하지 않으면 경찰이 총격을 가할 수 있도록 해 용의자 약 6200명이 사망한 것으로 필리핀 정부는 집계했다. 이에 비해 ICC 측은 사망자 수가 1만2000∼3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ICC는 2021년부터 두테르테 전 대통령에 대한 정식 조사를 벌였다. 이번 체포영장 집행을 시작으로 3년여 만에 본격적인 재판 절차가 개시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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