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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행 열흘 만에 고위급 회담
전선서도 수세 몰린 우크라
미 구상 받아들일지 ‘주목’
회담 하루 전 만난 젤렌스키·빈살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이 10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만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논의하기 위한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고위급 협상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작됐다.

11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과 우크라이나 협상 대표단은 이날 낮 12시부터 사우디 제다에서 사흘간 고위급 회담을 진행했다. 미국 대표단은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과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끌고, 우크라이나에선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비서실장, 안드리 시바하 외교장관 등이 참석했다.

회담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종전협상 중재 의사를 밝힌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만나 의견을 나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을 끝내고 신뢰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평화를 확보하는 데 필요한 단계 및 조건을 자세히 논의했다”며 “(회담에서) 실질적 결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백악관 정상회담이 파행으로 치달은 뒤 약 열흘 만에 처음 이뤄진 이번 회담은 수세에 몰린 우크라이나가 미국과의 외교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파행으로 광물협정 서명이 물 건너가자, 군사 지원에 이어 정보 지원까지 중단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루비오 장관은 10일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현 상황에서 어떤 군사적 해결 방안도 없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며 종전을 위해 우크라이나가 2014년 이후 러시아에 점령당한 영토를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는 뜻을 재차 강조했다. 또 종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가 어떤 양보를 할 의향이 있는지 알고 싶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정보 지원 문제도 회담에서 주요한 논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 측 종전 구상을 대폭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공유하던 군사 정보를 제한하자 러시아의 공습에 속수무책이 된 데다, 북한군이 가세한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 전선에서도 수세에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8월 급습해 일부 점령한 쿠르스크 지역을 종전 협상을 위한 ‘최대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었으나 이마저도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는 동시에 러시아에는 제재 완화 카드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가격 상한 등 전쟁으로 러시아에 부과된 제재를 완화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블룸버그는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스티브 위트코프 미 중동특사가 조만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러시아를 방문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사우디 회담에 맞춰 유럽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를 주도로 한 유럽 30여개국 군 수장은 이날 프랑스 파리에 모여 우크라이나 평화유지군 창설 등을 논의했다. 이번 회동에선 앞서 영국과 프랑스가 제안한 ‘의지의 연합’ 청사진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각국이 어떤 식으로 기여할 수 있을지 토론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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