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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잡혔던 인플레 지표 악화 우려”
투자은행들, 침체 위험도 상향 조정
WSJ “마구잡이식 관세 보류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 여파로 뉴욕증시가 급락한 1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거래 현황을 확인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트레이더의 책상 주변은 트럼프 사진과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들로 꾸며져 있다. 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경제 수장들이 연일 “관세 정책으로 경기 침체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외치고 있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이대로라면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없다”는 비관적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세계 3대 투자은행(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모건스탠리) 수석이코노미스트들의 분석을 인용해 “미국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의 수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겨우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킨 미국 경제의 미래를 암흑으로 빠뜨리고 있다”고 혹평했다.

WSJ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 경제분석팀은 미국의 경기 침체 위험도를 지난 1월 30%에서 최근 40%로 상향 조정했고, 미국 국채 등 각종 투자 관련 위험지표도 크게 올렸다. 이 회사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브루스 카스먼은 “현재로선 트럼프의 극단적인 정책이 미국뿐 아니라 세계경제 전체를 침체로 몰아가는 가장 중대한 위험 요소”라고 지적했다.

마이클 게이펀 모건스탠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제성장 전망치를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더 낮출 것”이라며 “전임 행정부 시절 겨우 잡혔던 인플레이션도 다시 관련 지표가 크게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를 가장 낙관적으로 전망해 온 골드만삭스도 경기 침체 확률을 15%에서 20%로 올린 상태다. 얀 해지우스 골드만삭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와 미국 경제 수장들은 선택적으로 취합한 데이터만 보고 있다”며 “이보다 훨씬 더 나쁜 데이터가 많은데도 그들은 관세 정책에만 올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말대로 미국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에 추가 관세가 부과될 경우 우리는 경기 침체 전망치를 더 높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국 경제조사업체 TS롬바드의 다리오 퍼킨스 이코노미스트는 “지금까지 미국인들은 트럼프가 약속한 정책들의 좋은 면만 봐 왔지만 현시점에서 (트럼프 정책의) 장점은 증발한 상태”라며 “미국은 물론 세계경제 전체가 경기 침체의 경계선에 놓이게 됐다”고 진단했다.

2016년 대선 때 트럼프의 경제 참모였던 스티븐 무어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는 매우 불안정한 상태로, 고용도 좋지 않고 소비자신뢰지수도 하락 중”이라며 “대통령이 관세 문제를 부각시킨 건 잘못된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WSJ는 이날 사설에서 “미국 경제 곳곳에서 경기 둔화 조짐이 보인다”며 “시장 참가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트럼프의 마구잡이(willy-nilly)식 관세 정책을 보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키프라이빗뱅크의 조지 마테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금 시장의 반응은 경기 침체 우려라기보다는 성장을 위한 공포에 가깝다. 뉴욕증시 폭락은 대단히 인위적인 상황”이라며 다소 낙관적인 분석을 내놨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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