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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가 인도 점령… 행인들 차도로
길 지나다 봉변 일쑤… 상인들도 고통
인근 초교, 탄핵선고일 등 휴교 검토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시위를 하는 사람들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최현규 기자

A씨는 지난 10일 낮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을 지나가다 봉변을 당했다. “왜 여기서 싸우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게 빌미가 됐다. A씨는 인도를 차지한 시위대로 인해 길이 막혀 이같이 말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 말을 들은 시위대 2명이 카페로 향하던 A씨를 쫓아와 “빨갱이들이 설치니 나라가 이 모양”이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겁이 난 A씨가 경찰에 신고한 뒤에야 시위대는 자리를 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헌재 일대는 ‘탄핵 찬반 전쟁터’로 불릴 만큼 험악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헌재 정문 앞에선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기자회견, 단식투쟁 등이 진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인도 대신 차도를 이용해야 하는 위험한 상황이 펼쳐진다. 정문 건너편에서도 매일 40~50명이 각종 구호가 적힌 손팻말과 확성기를 들고 모여 시위를 벌이고 있다.

헌재 앞에서 약 1시간 동안 살펴보니 물리적 충돌만 네 차례 벌어졌다. 한 유튜버는 1인 시위자를 향해 “이 자리는 내가 먼저 왔다”고 항의하며 카메라 거치대를 마구 휘둘렀다. 다른 시위자는 “길을 막지 말아 달라”는 경찰의 요구에 반발하며 “왜 나한테만 뭐라고 하느냐”고 항의했다. 진보 성향 유튜버에게 탄핵 반대 측 시위대가 단체로 몰려가 “빨갱이”라고 외치며 위협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경찰 통제를 잘 따르지 않는 과격한 시위대 탓에 헌재 주변 청소년과 학부모도 불안에 떨고 있다. 헌재에서 약 170m 떨어진 재동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박모(46)씨는 “학교 앞에서도 확성기로 욕을 하고 싸우는 사람이 많아져 걱정이 크다”며 “아이가 밖에서 혼자 기다릴까봐 하교 20분 전쯤 미리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 박지연(44)씨는 “지금도 이렇게 과격한데 탄핵 당일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 너무나 두렵다”며 “학부모들이 학교에 적극적으로 휴교를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근 초등학교들은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 당일 휴교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재동초 관계자는 11일 “탄핵심판 선고기일이 공지되는 날엔 조기 하교를 하고, 공지 다음날과 선고 당일엔 자율휴업일을 지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교동초 역시 선고 공지일부터 휴교를 이어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다양한 논의를 하고 있고, 선고일이 지정되면 곧바로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헌재 인근 상인들도 고통을 토로하고 있다. 상인 김모(30)씨는 “미관상으로도 안 좋지만 소음에 스트레스로 몸이 아파서 3일간 출근하지 못한 적도 있다”고 했다. 백지훈(25)씨는 “한 직원이 진보단체를 응원하는 말을 했다가 시위대 10여명의 위협을 받은 적이 있다”며 “시위대가 중국인 관광객들을 향해 마구 욕설하는 상황도 있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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