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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더불어민주당이 11일 사퇴 요구를 거부한 심우정 검찰총장에 대한 즉각적인 탄핵소추에 나서기보다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윤석열 대통령 파면 선고를 촉구하는 데 당력을 우선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즉시항고권을 포기하고 윤 대통령을 석방한 검찰에 대한 야권 지지층의 분노가 들끓고 있지만, 엄밀한 계산 없이 분노에만 기대 탄핵에 나섰다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뒤 기자들을 만나 “지금 시기에 대한민국 국민의 가장 큰 염원은 조속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이라며 “민주당은 조속한 인용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심 총장이 민주당의 사퇴 요구를 일축한 뒤, 민주당이 2~3일 내로 심 총장 탄핵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자 ‘내란 종식이 우선’이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윤 원내대변인은 “(심 총장 탄핵 여부는) 적절한 시점에 지도부가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안에서는 이날 오전까지도 심 총장 탄핵 시기를 두고 갑론을박이 오고 갔다.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당내 강경파 의원들은 ‘검찰 수뇌부가 12·3 내란에 개입하지 않았다면 즉시항고 권한을 포기하고 윤 대통령을 석방하는 무리수를 뒀겠느냐’며 ‘하루빨리 심 총장 탄핵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내 관계자는 “윤 대통령 구속 취소를 기점으로 내란 세력의 반란 모의가 시작될 수 있다”며 “이들의 예봉을 하루빨리 꺾기 위해서라도 ‘빠른 탄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섣불리 심 총장 탄핵에 나섰다가 정국 혼란만 야기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공직자 줄탄핵으로 민생 발목을 잡는다’는 여권의 ‘줄탄핵’ 프레임에 갇힐 우려가 있는데다, 탄핵의 실익도 크지 않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재선의원은 “심 총장을 탄핵한다 하더라도 그 자리에 또다시 친윤석열계 총장이 들어오면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전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중진 의원들이 이런 신중론을 피력한 데 이어, 당내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심 총장 탄핵을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 전 지사는 “(심 총장) 탄핵으로 가기 전에 밟아야 될 절차들은 다 밟자는 것”이라며 “검찰총장이 내란 공범이거나 내란에 연루됐다는 게 충분히 밝혀질 필요가 있다. 그러면 그때는 탄핵이 국민들로부터 충분히 이해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당 안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 선고 일정에 따라 심 총장에 대한 탄핵 추진 일정이 조정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원내 관계자는 “만약 윤 대통령 탄핵 선고 일정이 (다음주 이후로) 더 밀릴 경우, 심 총장 탄핵론이 힘을 받아 탄핵 추진을 앞당기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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