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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 뒤 경기도 양평군청 근처에 이 사업과 관련한 입장을 담은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일었던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안과 관련해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용역 관리가 총체적으로 부실했다는 자체 감사 결과가 나왔다. 국회의 자료 요구에 종점 변경 관련 내용을 고의로 삭제하고 제출한 사실도 확인됐다. 다만 이날 자체 감사 결과에는 당초 특혜 시비의 핵심이었던 종점 변경과 관련한 사실관계는 전혀 담기지 않아, 특혜 의혹은 해소되지 않은 채 남게 됐다.

국토부가 11일 공개한 ‘서울~양평 타당성조사 용역 관련 특정감사 처분 요구서’를 보면, 감사를 통해 부적정 행위가 적발된 공무원은 총 7명이다. 국토부 감사관은 이들에게 징계(5명)·주의(1명)·경고(1명) 처분을 권고했다.

이번에 ‘관리 부실’이 확인된 용역은 동해종합기술공사와 경동엔지니어링이 2022년 3월29일부터 진행한 서울~양평 고속도로 타당성조사다. 용역사는 대통령 선거 직후 타당성조사를 시작했고, 두달 뒤 강상면을 종점으로 하는 대안 노선을 제시했다. 1차 용역은 그해 11월23일 마쳤다.

감사 결과, 국토부 도로정책과는 용역사로부터 과업수행계획서와 월간 진도 보고서를 1차 용역이 끝날 때까지 한차례도 받지 않고 별도의 제출 지시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자료는 국회의 요구가 있고 나서야 그 다음날인 2023년 6월1일 용역사로부터 제출받았다. 과업 내용이 제대로 이행됐는지 확인해야 하는 외부 용역감독을 임명하지 않고, 도로정책과 서기관이 자체적으로 감독업무를 수행한 사실도 적발됐다. 또 용역사가 1차 용역에서 이행해야 하는 편익 산정, 경제적 타당성 분석, 종합 평가 등을 이행하지 않았음에도, 이에 해당하는 용역비를 감액하지 않고 계약금액 18억6천만원 전액을 지급한 부실도 감사를 통해 확인됐다.

국회에 제출한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련 자료를 고의로 누락한 사실도 확인됐다. 국토부 담당자는 당시 28쪽짜리 과업수행계획서 제출했는데, 논란의 핵심 대목인 ‘종점부 위치 변경 검토’ 내용이 담긴 4쪽을 삭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국토부는 누락 사실이 불거진 뒤 “실무진 실수”라고 해명하고 해당 내용을 공개했는데, 이번 감사 과정에서 국토부 담당자는 ‘문서에 오타가 있어 국회에 그대로 제출되면 자료


부실 작성으로 인한 신뢰성 문제가 생기고, 노선에 대한 추가 민원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4쪽을 삭제하고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며 고의 누락을 인정했다.

이번 감사 결과는 2023년 9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국토부에 자체 감사를 요구한지 1년 6개월 만에 나온 것이다. 그러나 당초 논란의 핵심이 됐던 종점 변경과 관련한 의사 결정 과정 등은 감사 결과에 포함되지 않았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애초 양평군 두물머리 일대 차량 정체 해소를 위해 추진됐다. 예비타당성 조사안까지 양서면이 종점으로 추진됐던 것과 달리, 2023년 5월8일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위한 노선안 공개에서 강상면을 종점으로 하는 대안 노선이 제시되며 논란이 불거졌다. 강상면 종점 인근에 김건희 여사 일가가 보유한 토지 20여개 필지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혜 시비가 인 것이다.

당시 국토부는 고속도로 대안 노선 검토는 정상적 절차라면서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특히 원희룡 당시 국토부 장관은 긴급 당정 협의회를 개최한 뒤 해당 논란에 대해 “김건희 여사를 악마화하기 위한 가짜뉴스”라고 단정하더니, 느닷없이 ‘사업 전면 백지화’를 선언했다. 이후 현재까지 이 사업은 전면 중단된 상태다. 올해 예산안에서도 정부가 편성한 서울~양평고속도로 관련 2025년 예산은 62억400만원 삭감됐다. 종점 변경안을 배제한 기본·실시설계 예산으로 지난해 배정된 61억원이 미집행됐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감사로 수조원대 예산이 소요되는 고속도로 등 사회기반시설(SOC) 추진 과정에서 국토부의 용역 관리 부실 문제가 드러났다. 국토부 관계자는 “용역 진도 보고서 등 그간 느슨하게 이뤄지던 용역 관리 관행이 이번 계기로 확 바뀌게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감사가 당시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안이 적절했는지를 확인한 것은 아니어서, 이를 둘러싼 근본적 의문 해소는 여전히 과제로 남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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