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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 몰렸던 대형 기술주 약세 두드러져
카카오페이증권 고객조사 수익률 반토막
"장기적으로 우상향" 믿음에 매수는 계속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1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언론 브리핑을 듣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테슬라로 나락 갔다. 800만 원이 478만 원 될 줄은 몰랐다.”


정보기술(IT)기업 직원 김모(36)씨는 올해 초 받은 성과급으로 테슬라 주식을 샀다가 밤잠을 못 이루고 있다. 수익률이 마이너스(-)41%까지 추락한 탓이다. ‘일론 머스크(테슬라 최고경영자)가 미국 정부 2인자라던데 잠시 쉬었다 오르겠지’ 싶어 주당 380달러에 여유 자금을 탈탈 털어 넣었지만 오판이었다. 김씨는 “이제는 너무 떨어져서 뺄 수도 없고 버티는 방법뿐”이라고 토로했다.

금융사에 재직 중인 이모(35)씨도 주식 계좌만 보면 심란한 건 마찬가지다. 믿었던 엔비디아 주가가 연일 내리막을 걷고 있어서다. 지난해 여름 1,000만 원 정도 투자해 한때 수익률이 40%에 육박하기도 했지만, 올해 들어 하락장이 깊어지며 수익률이 -2.5%까지 떨어졌다. 국고채 위주로 굴렸던 퇴직연금도 지난해 연말부터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비중을 절반까지 늘렸다가 마이너스가 속출해 손해를 보고 있다.
“작년 상승장에서 번 돈 올해 모두 잃고 본전 된 셈이지만,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것
이라 믿는다”
고 그는 말했다.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미국 증시가 올해 고강도 관세정책과 경기 침체 우려로 상승분을 거의 반납하자 국내에서 해외주식을 거래하는 ‘서학개미’의 투자 수익률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특히 투자 인기 종목인 테슬라, 엔비디아 등 대형 기술주 약세에 따른 타격이 커 노심초사하고 있다.

11일
카카오페이증권은
지난달 거래된 미국 주식 종목의 전체 평균 수익률이 4%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1월(8.7%) 대비 절반 이상 깎인 것
이다. 이 기간 구매금액 1위는 테슬라 주가 상승률을 2배로 따르는 레버리지 ETF(TSLL)였고, 테슬라가 2위, 엔비디아와 팔란티어가 각각 3, 4위를 차지했다. 한국예탁결제원의 시장 전체 통계에선 테슬라의 한 달 매수액이 가장 많았다. 그다음이 TSLL이었고, ICE 반도체지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SOXL)가 뒤를 이었다.

이들
상위 종목 주가가 크게 하락
하면서 전체 투자 수익률을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현지시간 기준 지난 한 달간(2월 11일~3월 10일) 테슬라 주가는 36.66% 하락했고, 레버리지 상품인 TSLL ETF는 62.86%나 폭락했다. 같은 기간 엔비디아 주가 역시 19.91% 떨어졌다. 팔란티어 주가도 34.52%의 큰 하락률을 보였다. 주도주가 일제히 부진에 빠진 결과, 나스닥 지수는 -11.39%의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공격적 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20·30대가 하락장의 타격을 더 크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30대는 카카오페이증권에서 테슬라 2배 레버리지 ETF와 엔비디아 2배 레버리지 ETF를 적극 매입했는데, 평균 수익률이 3%로 전 연령대 평균(4%)을 하회했다. 레버리지 투자 비중이 높을수록 수익률 변동성이 더 크다. 반면 개별 종목을 중심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강한 40·50대의 평균 수익률은 5%로 전체 평균보다 높았다.

서학개미들의 미국 기술주 매수세가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긴 시각으로 보면 결국 오를 것이란 믿음 때문인데, 미국 경제 침체 가능성도 커지면서 손실이 커지고, 회복까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10일까지 미국 주식 거래는 매수액(79억1,700만 달러)이 매도액(63억2,900만 달러)을 웃도는 순매수세를 유지하고 있다. 테슬라 매수액이 8억3,000만 달러로 가장 많았고, SOXL ETF(7억8,000만 달러)와 TSLL ETF(5억8,800만 달러)와 같은 레버리지 상품 수요도 여전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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