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정부, 연초 신속집행 고집…집행률 5년내 최저
경기부양 효과 글쎄…생산·소비·투자 '트리플 감소'
"급한 대로 10조 우선 추경 후, 추후 2차 추경도"
지난 10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거리의 한 상가에 임대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뉴시스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 12·3 불법계엄 사태 이후 급격한 내수 부진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촉발한 글로벌 무역전쟁 탓에 한국 경제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는데, 회복을 위한 인공호흡기인 추경마저 적기를 놓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극단적 정치 대립에 국정현안이 표류한 탓도 있지만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자초한 책임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최 대행은 올해 초부터 신속집행을 강조했다. 야당 단독으로 올해 예산안(올해 673조3,000억 원)을 감액 통과시킨 데다 계엄 사태 이후 소비심리가 급랭하면서 추경을 통해 위축된 내수를 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지만, 최 대행은 '역대급 신속집행'으로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고집했다. 이에 기재부는 올해 상반기에만 신속집행 목표를 역대 최대인 398조4,000억 원으로 설정했다. 1월부터 곧바로 예산을 풀겠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나 신속집행 효과는 신통치 않았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재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중앙재정 집행 실적은 19조5,000억 원(집행률 7.7%)에 그쳤다. 2021년 1월 말 집행률은 9.8%를 기록했고, 2022년 8.5%, 2023년 8.3%, 2024년 8.9%를 기록하는 등 매년 8% 이상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신속'이라는 말이 무색해진다. 1월 설 연휴가 길어 집행률이 저조했으며, 일평균 2조5,000억 원을 집행해 액수 기준으로는 지난해(2조1,000억 원)보다 증가했다는 게 기재부 설명이다.

11일 오후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뉴스1


경제 지표는 날로 악화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생산·소비·투자지표 모두 전월 대비 마이너스(-)인 '트리플 감소'를 기록했다. 1월 전산업생산은 전월보다 -2.7%, 소매판매는 -0.6%, 설비투자는 -14.2%를 기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전날 "수출 증가세도 축소되는 등 경기 하방 위험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계엄 사태 이후 경제가 크게 위축됐기에 직후 바로 추경을 했어야 했다"며 "늦어질수록 경제적 부담이 커진다"고 진단했다.

추경 논의에 불이 붙기도 했다. 최근 여·야·정이 모두 참여한 국정협의회에서 추경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졌다. 그러나 최 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보류하면서 또다시 파행이 거듭됐다.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건 위헌이라는 헌재 판결이 났음에도 최 대행은 눈치 보기만 거듭하다 국정협의회 '보이콧' 대상이 됐다. 이후 정부 없는 '국정협의회'가 진행됐지만, 추경 논의는 진척이 없다. 최 대행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민생 경제를 살리기 위해 특단의 돌파구가 절실하다”며 “여야가 정부를 배제하고 국정협의회를 가동하는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할 뿐이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추경 타이밍은 늦었다는 게 중론이다. 추경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재정승수)를 고려하면 연초일수록 효과가 큰데, 추경안이 당장 국회를 통과해도 행정업무를 고려하면 4~5월에나 돈이 풀릴 수 있어서다. 4월 초 정부 추경안 제출을 목표로 협의하자는 여당의 입장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전문가들의 지적과 거리가 멀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추경이 하반기 즈음 시행되면 단기적이고 즉흥적인 지출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며 "올해 내 예산을 소진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정책의 효과성이나 효율성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급한 대로 민생 고통을 완화할 수 있는 10조 원 수준의 추경을 먼저 하고, 정국 불확실성이 해소된 후 추가로 20조~30조 원 추경을 편성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밝혔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7390 미세먼지로 갑갑한 하루…황사도 온다 랭크뉴스 2025.03.11
47389 치료감호 받던 수감자, 무심코 ‘작대기’ 등 은어 쓰다 마약 판매 덜미 랭크뉴스 2025.03.11
47388 野, 심우정도 최상목도 '탄핵' 압박... 줄탄핵 역풍 '자충수'에 주저 랭크뉴스 2025.03.11
47387 정부 ‘北 혈맹’ 시리아와 수교 잠정 합의 랭크뉴스 2025.03.11
47386 제주삼다수, 임영웅과 1년 만 결별…이유 들어보니 랭크뉴스 2025.03.11
47385 수요일 낮 최고 17도… 온화한 날씨지만 황사 영향권 랭크뉴스 2025.03.11
47384 민주당 대선주자들 모두 거리로···일부 의원들 삭발 랭크뉴스 2025.03.11
47383 최상목의 반격… 연일 압박 수위 높이는 野에 경제·민생으로 맞대응 랭크뉴스 2025.03.11
47382 "교통사고 날 뻔" 킥보드 무단횡단 학생 경찰서 데려간 운전자, 고소장 받았다 랭크뉴스 2025.03.11
47381 삼성·LG전자, 프리미엄 TV에 AI 기능 강화 경쟁…더 볼만해졌다 랭크뉴스 2025.03.11
47380 미장에 ‘폭싹 물렸수다’···서학개미도, 동학개미도 ‘비명’ 랭크뉴스 2025.03.11
47379 "어르신들도 줄 서겠네"…올리브영 입점 첫날부터 '대박'난 탈모샴푸 랭크뉴스 2025.03.11
47378 휘성 유족, 빈소 없이 화장하기로...12일 국과수 부검 랭크뉴스 2025.03.11
47377 '두 마리 토끼' 잡으려던 머스크, 정치도 사업도 모두 잃을라 [글로벌 왓] 랭크뉴스 2025.03.11
47376 이재명 위증교사 항소심 시작···“유죄 증거 누락” vs “사실관계 짜깁기” 랭크뉴스 2025.03.11
47375 [단독] 獨법원 "삼성 상표권 침해"…제동 걸린 '中 카피캣' 랭크뉴스 2025.03.11
47374 통합항공사 출범 앞둔 대한항공, 새 CI 공개 랭크뉴스 2025.03.11
47373 경찰, 초등생 하늘양 살해 교사 ‘신상 공개’ 결정 랭크뉴스 2025.03.11
47372 대한항공, 41년 만에 CI 교체…조원태 "가장 안전한 항공사 만들 것" 랭크뉴스 2025.03.11
47371 삼성 한종희 부회장 연봉은 52억 원... 임원 평균의 8배 랭크뉴스 2025.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