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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 “가격 상승 미미” 하루 뒤, 오 시장 ‘재규제’ 언급
토허제 실효성 논란에 서울시·시장 ‘조급한 반응’
일부선 “행정가·대선후보 자격 있나” 논란까지

“특단의 시기에 선택됐던 토지거래허가제는 해제를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2025년 1월 14일, 오세훈 서울시장)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 4개동(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에 위치한 아파트 305곳 중 291곳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즉시’ 해제.”(2025년 2월 12일, 서울시)

“잠삼대청 아파트 305곳의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전후 상승률이 미미하다.”(2025년 3월 9일, 서울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아파트값 상승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과도하면 다시 규제하는 것도 검토할 것.”(2025년 3월 10일, 오세훈 서울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무궁화포럼 제6회 토론회에서 '한국의 안보전략'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이 공식석상에서 토지거래허가제의 ‘재규제’를 언급해 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달 12일 강남권 잠삼대청에 지정된 토지거래허가제를 해제한 지 한 달 만이다. 해제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가 늘고 가격이 오르는 조짐이 보이자 나온 반응이다. 또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해제 이후 아파트값 상승률이 미미하다’는 내용의 입장을 낸 지 하루 만의 일이기도 하다.

11일 서울시 부동산시장에 따르면 전날 오 시장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파트값 상승이 과도하면 다시 규제하는 것도 검토할 것”이라고 발언한 데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물론 “상승을 어느정도 예견했다”는 전제를 깔았지만, 서울시 부동산 정책을 관장하는 ‘서울시장의 발언이 너무 가볍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포털사이트 내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이렇게 왔다갔다 하는 시장은 자격이 없다”는 강도높은 비판 의견이 올라왔다. 일부에서는 “과하게 오른 반포나 지정하라”, “반포 집값이 올랐으니 5년간 묶자” 등 그간 가격이 급등했던 일부 지역을 토허제로 지정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익명으로 정제되지 않는 발언을 쏟아내는 온라인 공간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봐도, ‘토허제’를 두고 조급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오 시장, 서울시를 두고 날선 반응이 가득했다.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이후 아파트값 상승은 오 시장의 말대로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애초에 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이 시작된 후 5년 가까이 일대의 14.4㎢에 달하는 방대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은 것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 많다. 과거 1970년대 서울 내 대규모 택지개발을 할 당시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도입됐던 토지거래허가제를 아파트 가격 억제를 위해 동원한 것이 실효성 보다는 부작용이 많았다는 것이다.

토지거래허가제는 개발(예정)지, 투기가 우려되는 지역에 투기적 거래를 막기 위한 것으로 일정 규모 이상 주택·상가·토지 등 거래시 관할 구청장으로부터 사전 허가를 받는 제도다. 주택은 2년간 실거주 목적인 매매만 허용해 임대나 전세를 끼고 집을 매수하는 이른바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처음부터 토지거래허가제를 지정하지 않았으면 이렇게 단기 상승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면서 “재산권 침해, 거주이전의 자유 침해 등 부작용만 큰 과잉제도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했다.

지난달 16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잠실·삼성·대치·청담 토지거래허가구역 관련 기사가 게시돼 있다./뉴스1

토지거래허가제의 가격 억제 효과도 크지 않다는 것이 학계의 분석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12월 주최한 시민토론회에서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가 그 실효성을 분석해 발표한 바 있다. 이 교수에 따르면 2020년 6월 잠삼대청이 토허제로 지정된 이후 초기 2년간 인접 지역 주택 가격이 약 9.5% 하락했다. 그러나 이후 집값이 상승세로 전환돼 약 4%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규제 초기에는 가격 안정 효과를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효과가 둔화한 셈이다.

이 교수는 “서울시가 주거지를 두고 토지거래허가제를 도입한 건 뉴타운 개발 사업이 진행될 당시 재개발 구역 내 단독·다가구 주택의 지분 쪼개기가 성행할 시점”이었다면서 “지금 당시의 지분쪼개기처럼 극단적인 투자 행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기본적으로 자꾸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박 교수는 “강남구 압구정동에 토허제가 존치하고 있지만 재건축이 진행 중인 2구역의 호가는 90억원까지 올라간 상황”이라면서 “서울시는 재건축·재개발 등 공급에 속도를 내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건 오 시장, 서울시의 발언, 발표가 시장에 혼선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한국부동산원을 비롯한 통계기관에서 토허제 해제 지역인 송파구를 중심으로 강남권의 아파트값이 상승한다는 발표가 나오자 지난 9일 이를 반박하는 내용의 설명자료를 냈다. 서울시는 “잠삼대청 아파트 305곳의 토허제 해제 전후 실거래 자료를 비교한 결과 전체 거래량은 해제 전 78건에서 해제 후 87건으로 9건 증가했다”면서 “전용면적 84㎡ 기준 거래량은 해제 전 35건에서 해제 후 36건 거래돼 1건 증가했고, 평균 매매가격도 26억9000만원에서 27억1000만원으로 상승률이 미미하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시 자료는 토허제 해제 전후의 22일간만 조사한 것으로 오 시장의 지난 1월 발언 이후부터 시작된 시장의 반응, 현재 진행 중인 시장 현상을 담아 내기 어렵다.

하루 뒤 이어진 오 시장의 ‘재규제’ 발언은 불 붙은 비판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토허제 해제 후 잠삼대청에 집을 산 사람은 꼭지를 잡은 것이냐’는 의견도 나왔다. 조기대선을 치르게 될 경우 여권 잠룡으로 평가되는 오 시장이 ‘표심’을 의식해 설익은 발언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현재 서울의 아파트값이 오르는 것은 토허제 해제 후 시장 심리가 개선된 것 외에도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공급부족에 대한 우려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오는 7월 시작되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를 앞두고 있어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규제를 풀었다가 다시 원복하는 것이야 말로 규제의 기준을 흔들 수 있어 정말 신중해야 하는 문제”라면서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상황에서 이런 발언이 나오는 건 시장에 혼선을 일으킬 수 있어 우려된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오 시장 주변에 참모들이 전문성이 있는지, 정무적 감각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면서 “발언에 더욱더 신중함을 기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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