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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득·권준호 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교수팀
수술 불가 췌장암 환자에 '비가역적 전기천공법' 적용
3000V 상당의 고압 전기 흘려 암세포 제거하는 치료
[서울경제]

김만득 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교수가 비가역적 전기천공법'(IRE) 치료를 시행 중인 모습. 사진 제공=세브란스병원


5년 생존율이 15.9%에 불과할 정도로 예후가 나쁘다고 알려진 췌장암에 걸려 수술조차 불가능할 때 고압의 전기를 흘려보내 암세포를 파괴하는 치료가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만득·권준호 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수술이 힘든 췌장암 환자 13명을 대상으로 '비가역적 전기천공법'(IRE) 치료를 시행한 결과 평균 생존기간이 최대 9개월 늘어나는 등 임상적 효과를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췌장암은 췌장에 생기는 악성 종양을 통칭한다. 우리나라에서 8번째로 많이 발생하는데, 발병 후 5년간 생존하는 환자는 10명 중 2명에도 못 미칠 정도로 치명적이다. 수술이 가능한 췌장암은 전체의 20% 수준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로 진단된다. 암세포가 주변 혈관이나 장기에 침범했을 경우 항암치료를 받더라도 평균 생존기간은 진단 후 6∼11개월 정도다.

연구팀은 이처럼 수술이 불가능한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다중전극 방식의 IRE 장비를 활용한 전기천공법 치료를 시행하고 예후를 추적 관찰했다.

IRE는 암 조직 주변에 3∼6개의 전극을 삽입한 다음, 3000볼트(V) 상당의 고압 전기를 흘려 암세포를 제거하는 치료법이다. 가정용 콘센트 전압 220V의 10배 넘는 전기를 사용하지만 열에너지를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주변 혈관이나 조직은 거의 손상되지 않는다. 고압의 전기로 암세포의 막에 눈으로 확인할 수 없을 만큼 미세한 크기의 구멍을 여러 개 만들고, 이 구멍을 통해 세포의 내외부 균형을 무너뜨려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원리다. 암세포가 사멸하면서 미세 구멍으로 암세포 물질이 노출되는데, 이 물질이 백신과 같은 작용을 하면서 체내 면역세포 활동도 촉진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IRE는 미국에서 개발돼 전 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는 2016년 세브란스병원에 처음 도입됐고, 최근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았다. IRE는 종전까지 암 조직 주변에 3∼6개의 전극을 하나씩 삽입해야 해 부담이 컸다. 연구팀은 통으로 된 전극에 3∼4개의 작은 전극을 고정한 다중전극(clustered electrodes) 방식으로 IRE 장비를 개선해 수술에 활용했다. 김 교수가 직접 장비 개발에 참여하며 개발팀과 아이디어 논의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개선된 방식의 IRE 치료를 받은 췌장암 환자 13명의 시술 후 생존기간은 평균 20.7개월로 집계됐다. 기존 IRE 시술 11∼14개월과 비교하면 최대 9개월가량 늘어난 것이다. 진단 후 평균 생존기간은 평균 43.9개월로, 기존 IRE 시술 17∼27개월에서 최대 26개월 이상 연장됐다. 다중전극을 통해 시술 효과가 높아졌을 뿐 아니라, 시술 시간도 50% 이상 줄일 수 있었다.

시술은 전신마취 후 초음파나 컴퓨터단층촬영(CT), 혈관 촬영 등 영상검사를 통해 암조직 주변에 전극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IRE 도입 초기에는 개복해서 시술했지만, 최근에는 개복 대신 피부를 통해 시술하기 때문에 흉터가 작고 1주일 정도면 퇴원이 가능하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에 참여한 환자 수가 많지 않아 후속 연구가 더 필요하다"면서도 "수술이 불가능하고 항암치료 효과가 떨어지거나 항암제 부작용으로 다른 치료 선택권이 없는 환자에게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30일 미국 테네시주(州) 내슈빌에서 열리는 인터벤션 영상의학회(SIR)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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