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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카드대금 채권 유동화한 ABSTB 4019억원 미상환
홈플러스, 금융채권으로 판단하면 상환 유예
개인 투자자 “상거래채권으로 봐야” 집단 행동

홈플러스가 기습적으로 법정관리(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면서 그 여파가 투자자에도 미치고 있다. 홈플러스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한 채권을 산 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특히 논란이 되는 채권은 홈플러스가 물건을 납품받는 거래처에 지급해야 할 대금을 카드(구매전용카드)로 결제하면서 생긴 카드대금채권을 유동화한 전자단기사채(ABSTB)다.

홈플러스가 지난 4일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4019억원 규모의 ABSTB 변제가 중단됐다. 이 유동화 증권은 증권사 PB 창구 등을 통해 개인 투자자에게도 판매됐다.

관건은 이 채권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다. 홈플러스가 상거래채무는 정상적으로 상환하겠지만 금융채무 상환은 유예하겠다고 한 만큼 해당 채권이 금융채권으로 분류된다면 투자자가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그래픽=정서희

사실 구매전용카드를 활용해 유동성을 관리하는 이런 관행은 홈플러스 같은 마트 사업자뿐 아니라 일반 기업도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업황이 악화돼 자금난을 겪고 있는 롯데건설이나 효성화학 같은 업체도 신용카드사와 약정을 맺고 구매전용카드로 물건을 구입한다.

필요한 원자재나 물품을 구매할 때 카드로 결제하면 카드사는 물품 공급 업체에 대금을 지급하는 대신 이 미수금을 기초자산으로 유동화채권을 발행한다. 이 유동화채권이 기업의 단기 차입금 역할을 하는 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결국 법원이 판단하겠지만, 유동화증권은 이를 발행하는 특수목적법인(SPC)에 부채로 잡히는 채권”이라며 “사실 관계로만 본다면 금융채권으로 판단할 여지가 크다”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도 감사보고서에서 구매전용카드 미지급금을 금융부채로 분류하고 있다.

게다가 엄밀히 말하면 ABSTB에 대한 유동화를 결정한 것은 카드사들이다. 현대·롯데·신한카드 등 카드사가 홈플러스에서 받아야 할 대금을 유동화한 이유는 신용 등급이 낮은 홈플러스에 대한 채권 리스크를 헤지(위험 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홈플러스가 결제해야 할 대금(미수금)이 기초자산인 셈이다.

홈플러스가 ABSTB를 발행한 신영증권의 반발에 대해 ‘해당 상품을 소매점에서 판매한 것은 증권사 아니냐”며 “홈플러스와는 무관하다”고 반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상거래채권은 회사 영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채권으로 대여금 채권이 아닌 것을 말한다. 또 상거래채권은 채권자가 금융기관이 아니어야 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를 홈플러스가 상환해야 하는 상거래채권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유동화증권이 만들어진 기초 자산은 납품업체의 물품을 구매할 때 사용한 결제 대금이기 때문이다.

서울 한 홈플러스 매장의 모습./연합뉴스

특히 이를 판매한 증권사와 투자자들은 상거래 채권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채권으로 분류되는 순간 불완전판매 이슈에 휘말리면서 분쟁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증권사와 투자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결국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해관계자 간 공방이 예상되는 만큼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특유의 투자자 보호주의가 발동될 가능성이 크다. 사채는 일반 예금처럼 원금이 보호되는 금융 상품이 아니고, 신용등급을 통해 투자 위험도도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다.

홈플러스 ABSTB에 투자한 이들은 고수익을 기대하며 위험 자산을 매수했지만, “투자 위험성을 고지받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투자자들은 장외 투쟁에도 나섰다. 홈플러스 ABSTB 투자자들은 ‘유동화 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12일 오전 11시 금융감독원 앞에서 ABSTB를 상거래채권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할 방침이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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