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장물 사서 "집안서 내려온 가보" 신청
'보물' 지정 과정에서 취소된 건 최초
보물 지정이 취소된 '대명률'. 국가유산청 제공


보물로 지정됐다가 장물로 확인돼 논란을 빚었던 '대명률'(大明律)의 보물 지정이 취소됐다. 국보·보물의 국가지정유산이 지정 취소된 건 처음이다.

11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열린 문화유산위원회 산하 동산문화유산 분과 회의에서 보물 대명률의 행정처분(지정) 취소 계획이 가결됐다. 계획 공고 후 30일 이내 별다른 이의제기가 없으면 대명률은 보물 지위를 잃게 된다. 2016년 7월 보물로 지정된 지 9년 만이다.

대명률은 중국 명나라의 형률(범죄와 형벌에 관한 법률) 서적으로 조선시대 형법의 근간이 된 자료다. 조선시대 국정 운영의 기본 법전인 경국대전에는 형법이 없어 형을 집행할 때는 대명률에 준해 결정했다. 보물로 지정됐던 판본은 1373년 초간본을 수정 편찬해 1389년 명나라에서 간행한 것으로 국내외에 전해지는 유일 희본으로 알려졌다. 국가유산청은 2016년 국보·보물 지정 보고서에서 "조선시대 법률은 물론 조선 전기의 서지학 연구를 위한 소중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보물 지정 4개월 만에 '장물' 밝혀져

2016년 회수된 '대명률'. 국가유산청 제공


경북 영천에서 사설 박물관을 운영하는 A씨는 대명률을 2012년 영천시청에 국가문화재 지정 신청을 했다. 당시 A씨는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던 가보"라고 주장했다. 심사를 거쳐 2016년 7월 대명률은 보물로 지정됐다. 하지만 보물 지정 4개월 만인 같은 해 11월 경찰의 문화재 특별단속에서 대명률이 1998년 경주의 한 고택에서 도난당한 장물로 확인됐다.

수사 결과 A씨는 2012년 장물을 취급하는 B씨에게서 1,500만 원에 대명률을 사들였다. A씨는 B씨에게 문화재로 지정되면 1,000만 원을 더 주겠다고 약속했다. 보물 지정 후 A씨가 약속을 지키지 않자 B씨는 경찰에 대명률이 장물이라고 알렸다.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는 2022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됐다.

판결 이후 법률 검토 3년...'취소 확정'

중국 명나라의 형률 서적인 '대명률'. 국가유산청 제공


국가유산청은 법원 판결에 따라 보물 지정 당시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위법하거나 부당한 처분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한 '행정기본법'을 근거로 보물 취소를 결정했다. 1996년 조선 전기 무기 '별황자총통'이 국보로 지정됐다가 가짜임이 드러나 해제된 경우가 있지만 문화유산의 지정 자체가 취소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대명률은 국립고궁박물관이 보관 중이다. 보물 지정 취소가 3년이 걸린 데 대해 국가유산청은 "지정 취소에 대한 법률, 전문가 검토 등 행정 절차에 시간이 필요했다"며 "원소유주가 사망하면서 적법한 상속권리자가 누구인지 확인 중"이라고 했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7399 故휘성 수습 중 주사기 발견… 12일 부검서 약물 투여 확인 랭크뉴스 2025.03.11
47398 이재명 ‘위증교사 2심’ 시작…‘1심 무죄’ 놓고 공방 랭크뉴스 2025.03.11
47397 "현찰 20억 없다? 가지 마라" 국제학교 뜯어말리는 이유 랭크뉴스 2025.03.11
47396 2년 새 고립·은둔 청년 비율 '쑥'…결혼·출산 의향 '뚝'(종합) 랭크뉴스 2025.03.11
47395 "오로지 국민 생각" '관저정치' 시동?‥여당서도 "어퍼컷할까 조마조마" 랭크뉴스 2025.03.11
47394 국세청, '홈플러스 회생절차' MBK파트너스 세무조사 랭크뉴스 2025.03.11
47393 “2기 트럼프, 본 적 없는 정부” 시장 불안 길어질 수도 랭크뉴스 2025.03.11
47392 삼성전자 평균 급여 1억3000만원…1000만원↑ 랭크뉴스 2025.03.11
47391 민주 “윤석열 파면에 집중”…심우정 검찰총장 탄핵 유보 랭크뉴스 2025.03.11
47390 미세먼지로 갑갑한 하루…황사도 온다 랭크뉴스 2025.03.11
47389 치료감호 받던 수감자, 무심코 ‘작대기’ 등 은어 쓰다 마약 판매 덜미 랭크뉴스 2025.03.11
47388 野, 심우정도 최상목도 '탄핵' 압박... 줄탄핵 역풍 '자충수'에 주저 랭크뉴스 2025.03.11
47387 정부 ‘北 혈맹’ 시리아와 수교 잠정 합의 랭크뉴스 2025.03.11
47386 제주삼다수, 임영웅과 1년 만 결별…이유 들어보니 랭크뉴스 2025.03.11
47385 수요일 낮 최고 17도… 온화한 날씨지만 황사 영향권 랭크뉴스 2025.03.11
47384 민주당 대선주자들 모두 거리로···일부 의원들 삭발 랭크뉴스 2025.03.11
47383 최상목의 반격… 연일 압박 수위 높이는 野에 경제·민생으로 맞대응 랭크뉴스 2025.03.11
47382 "교통사고 날 뻔" 킥보드 무단횡단 학생 경찰서 데려간 운전자, 고소장 받았다 랭크뉴스 2025.03.11
47381 삼성·LG전자, 프리미엄 TV에 AI 기능 강화 경쟁…더 볼만해졌다 랭크뉴스 2025.03.11
47380 미장에 ‘폭싹 물렸수다’···서학개미도, 동학개미도 ‘비명’ 랭크뉴스 2025.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