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의과대학에서 '의사 수 추계 논문 공모 발표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에서 향후 필요한 의사 수에 대해 심의하는 의료 인력 수급추계위원회 설치에 관한 법안 심사가 이뤄지는 가운데 보건·의료계 내에서도 의사 수 추계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의사 수가 최대 2만8000여명 부족하다는 연구와 1만1000여명 초과 공급된다는 연구 결과 등이 제시됐다. 특히 연간 근로일수 등 변수에 따라 추계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향후 신설되는 추계위에서도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10일 서울 종로구 양윤선홀에서 ‘의사 수 추계 논문 공개 발표회’를 열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는 지난해 2월 의·정 갈등을 촉발한 의대 증원의 과학적 추계를 위해 관계기관으로부터 관련 데이터를 수집해왔다. 이날 서울대 보건대학원, 서울의대, 대한의사협회 3개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적정 의사 수 추계는 근로일수 등 변수에 따라 확연히 갈렸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은 이날 발표에서 연 265일 근무일 기준 부족한 의사 수는 2030년 9064명을 거쳐 2050년에 2만8664명으로 급등한다고 분석했다. 대신 의대 입학 정원을 2026년부터 매년 1500명 증원하면 2050년에는 부족한 의사 수가 5612명으로 줄어든다고 내다봤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원(의료연구원)의 시각은 달랐다. 의료연구원은 연간 근무일수를 289.5일로 가정하고, 의대 증원 없이 의사 수가 2035년에 3161명 과잉 공급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현행 정부 의대 증원대로면 최대 1만1481명 초과 공급이 발생한다고 전망했다.
쟁점은 추계에 적용된 변수인 의사의 연간 근로일수였다. 의사 수 초과 공급을 주장한 문석균 의료정책연구원 원장은 “289.5일이 가장 현실적인 근무 일수”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태진 서울대 보건대학원장은 “지금 의사들의 근무일수 289일이 지속 가능한 것인가도 생각해봐야 한다”며 “젊은 의사들은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을 더 중시하는데, 이런 것까지 고려하면 의사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의대 연구팀은 근무일수 265일을 가정한 뒤 70세 이상 의사의 활동 비율이 증가한다는 변수도 더했다. 이를 바탕으로 2035년 기준 의사가 1375명 초과 공급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2050년에는 의사 수가 1만6241명 부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향후 적정 의사 수의 수급추계위의 쟁점도 근로일수, 생산성 등에 대한 변수가 될 것을 보인다. 여기에 노인주치의제 도입 등 인구 고령화에 맞춘 제도 변화까지 가정하면 필요한 의사 수는 또 달라질 수 있다. 서울의대 연구팀은 “향후 필요한 의사 수의 추계는 합리적 가정과 시나리오에 근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민·노동·환자단체로 이뤄진 국민중심 의료개혁 연대회의는 이날 국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수급추계위 설치 등을 담은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 처리를 촉구했다. 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수급추계위 설치는 의사집단의 요구사항이었다. 의사집단이 거부할 명분이 없다”며 “의대 정원은 사회적 논의로 풀어야 한다. 유일한 해결책이며 가장 빠른 길”이라고 강조했다.